[해외논단]시어도어 J로위/공화-민주 '당파성'을 확립하라

입력 2000-12-05 18:51수정 2009-09-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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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 대통령이라는 직위, 양당제도, 민주주의가 모두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를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양당이 제휴를 하는 데에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 ‘초당적 제휴(bipartisanship)’라는 말은 공화당 상원의원이던 아서 반덴버그가 유엔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결성과 관련해서 트루먼 행정부에 협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이는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성하는 거국 내각의 미국식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양당의 제휴라는 치료약은 질병보다 오히려 더 못한 것이 될 수 있다. 양당이 정치적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역사적인 원칙들을 지키는 사명으로부터 몸을 움츠림으로써 선거가 있기 전부터 이미 양당의 구분이 모호해져버린 현 상황을 ‘초당적 제휴’라는 치료약이 오히려 정당화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정치를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활기를 되찾는 것이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양당의 제휴가 아니라 그 반대 개념인 당파성의 확립(partisanship)이다.

정치인들은 대개 자신들이 당파성에 따라 행동을 한다는 것을 부인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진정한 당파성의 부활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올해의 선거결과를 보면 해안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고 내륙지방에서는 공화당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는 각 주가 하나의 당에 의해 지배되다시피 했던 예전의 지역 파벌주의와는 다르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양당의 표 차이가 너무나 근소해서 사실상의 경쟁체제가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 당파성이라면 정치인들도 이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 선거에서 패배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새로운 행정부가 아닌 미국 헌법에 대한 충성을 서약해야 한다. 그리고 ‘충성스러운 야당’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충성스러운 야당’이란 정권을 차지하지 못한 정당이 다수당에 대한 확고한 반대를 통해 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정부와 헌법에 대해서는 충성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충성스러운 야당의 지도자는 그림자 내각을 구성해서 사안에 따라 다수당과 협력하거나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진지한 토론을 거친 후 다수당의 주장이 옳다는 확신이 들면 야당은 기꺼이 열성적으로 다수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

이런 체제 하에서 의회의 입법활동이 감소되는 것은 활동의 정체라기보다는 역동적인 평형상태로 인식되어야 한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의회가 한 해에 수천 개의 법안을 생산해내는 것보다는 정말로 중요한 조치를 대여섯개 생산해내는 편이 훨씬 낫다.

모든 것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충성스러운 야당이라는 칭호는 커다란 명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패배자는 아무도 없고 오로지 민주주의의 승리만이 있게 될 것이다.

▽필자〓시어도어 J 로위(코넬대 정치학 교수)

(http://www.nytimes.com/2000/12/03/opinion/03LOW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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