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보증 고효율 모듈로 승부… “글로벌 넘버원” 자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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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 성장판 열어라]
[R&D 현장을 가다]<4>LG전자 구미 태양광 공장

세종시에서 대전 유성구까지 건설된 자전거도로(총 연장 9km)에는 LG전자가 개발한 태양광 모듈이 약 5MW(메가와트) 규모로 
설치돼 있다. 2010년 첫 태양광 모듈 제품 양산을 시작해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LG전자는 불과 
6년여 만에 미국 선파워,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빅3 태양광 업체로 성장했다. LG전자 제공
세종시에서 대전 유성구까지 건설된 자전거도로(총 연장 9km)에는 LG전자가 개발한 태양광 모듈이 약 5MW(메가와트) 규모로 설치돼 있다. 2010년 첫 태양광 모듈 제품 양산을 시작해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LG전자는 불과 6년여 만에 미국 선파워,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빅3 태양광 업체로 성장했다. LG전자 제공
정문을 통과하자 큰 글씨로 적힌 슬로건부터 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NO.1 태양광 기업(Global NO.1 Solar Company).’ 이곳은 LG전자가 2008년 태양광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뒤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공장(경북 구미시 수출대로)이다.

공장 주변 수출대로 곳곳에는 구미시가 내건 ‘세계 최고 태양광 모듈 LG전자 구미 신규 투자 환영’ 현수막이 펄럭였다. LG전자가 올해 초 고효율 태양광 생산라인 8개를 보유한 구미 사업장에 2018년 상반기(1∼6월)까지 5272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생산라인 6개를 증설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구미시가 직접 설치한 현수막이다.

○ 프리미엄 전략 앞세워 신성장 동력으로

LG전자의 태양광 사업은 ‘고효율’과 ‘프리미엄’이 키워드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보급형 제품을 앞다퉈 내며 단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LG전자는 2008년 태양광 생산라인을 지은 뒤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오며 고효율 기술력을 쌓아왔다. 매년 매출 대비 6% 안팎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LG전자에 태양광 사업은 자동차부품 사업과 함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첫 제품 양산은 2010년에 시작됐다. 아직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구미 태양광 공장 1층에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각종 국내·국제 대회 태양광 부문에서 수상한 이력과 제품이 전시돼 있다. ‘모노 엑스’ ‘네온1’ ‘네온2’ 등 LG전자 태양광 기술력을 입증한 제품들이다. 네온1과 네온2는 태양에너지 관련 가장 혁신적인 제품에 주는 ‘인터솔라 어워드(Intersolar Award)’ 본상을 각각 2013년과 2015년 받았다.

LG전자가 지난해 6월 개발해 양산을 시작한 태양광 모듈 네온2 생산 공장인 A1 공장에 들어서자 분주히 움직이는 모듈 기계 속에서 좀처럼 인기척을 느끼기 힘들었다. 제품 운반부터 정비까지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총 245m에 이르는 생산라인에는 10여 명의 LG전자 직원만 자리 잡고 있다. 최종 제품에 대한 불량 확인, 각 생산라인 관리 인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동으로 제품이 생산된다.

“기존 제품은 셀 위에 전기가 흐르는 통로가 3개였지만 네온2는 12개로 늘려 출력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LG전자 솔라상품기획팀 유재성 부장이 네온2 제품을 보여주며 말했다. 네온2는 모듈 위 가느다란 철사 12가닥이 12mm 간격으로 셀 위에 입혀 있다. 태양광 전자들이 3차로 도로를 다니며 서로 충돌해 전력 손실이 일어나던 것이 12차로로 늘어나니 그만큼 충돌로 인한 손실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 “고효율 제품 비중 10년내 30%로 늘것”

가로세로 각 6인치 정사각형 모양인 태양광 모듈의 두께는 0.2mm. 24시간 실외에 노출되다 보니 약간의 흠집이라도 생길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거나 깨지게 된다. 그만큼 품질 보증을 하는 게 힘들다.

LG전자의 태양광 사업이 짧은 시간에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은 품질 보증 덕분이다. LG전자는 태양광 모듈의 발전량을 25년 동안 보전해준다. 제품 상태에 대한 보전이 아니라 발전량에 대한 보전이다. 제품 외관상 이상이 없어도 태양광 모듈이 LG전자가 최초에 약속한 만큼의 전력량을 생산하지 못할 경우 LG전자가 책임을 진다.

이런 자신감은 주요 생산 장비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R&D 역량에서 나온다. 미국 선파워, 일본 파나소닉, LG전자 등 태양광 시장 글로벌 빅3를 제외한 다른 태양광업체는 연구개발보다는 보급형 제품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주로 독일이나 미국 장비업체로부터 생산 장비를 구입하다 보니 ‘혁신’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LG전자는 지붕이나 옥상 등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태양광 모듈이 접목되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 모듈 시장도 보급형 제품이 9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은 8% 남짓에 불과하지만 10년 뒤에는 프리미엄 모듈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2014년 하반기(7∼12월)부터 양산한 네온1의 모듈 효율(태양광에너지를 전력에너지로 전환하는 비율)은 18.3%, 2015년 상반기 양산한 네온2의 모듈 효율은 19.5%. 모듈 효율을 1% 높이는 데 최소 1년 이상 R&D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통념을 깨뜨린 것도 LG전자의 R&D 역량 덕분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태양광 기업은 모듈 효율 16% 안팎의 보급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LG전자 네온2 모듈 효율은 19.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 지속적 투자로 생산 능력을 갑절로

“LG전자가 태양광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LG전자가 2010년 첫 태양광 모듈 양산 제품을 들고 해외 바이어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태양광 모듈은 한번 구매하면 20년 넘게 장기적으로 쓰는 제품인 만큼 품질보다 태양광 기업의 사업 지속성 여부가 주요 구매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LG전자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우선 2014년 12월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한 뒤 산하에 태양광, ESS(에너지저장장치), EMS(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의 사업 부서를 뒀다.

구미 생산라인도 투자를 꾸준히 이어오며 2018년까지 생산라인을 총 14개로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연간 1GW(기가와트)급 생산능력을 2018년에는 약 1.8GW까지 끌어올리고 2020년에는 연간 생산능력을 3GW까지 확대한다는 게 목표다. 3GW는 가정집 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LG전자 에너지비즈니스센터 이충호 전무는 “에너지 사업은 LG전자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엔진”이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구미#태양광#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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