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경제 흔드는 현대車‘舊態경영’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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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및 사용은 물론이고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이 그제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룹 측은 예정된 출장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러 억측을 낳고 있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이 떳떳하지 못한 로비에 의존하는 구태(舊態)경영을 해 왔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긴다. 글로벌경제가 확산되면서 투명경영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데도 현대차는 정도(正道)경영에 역행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유리알 경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현대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그 이름값마저 크게 잃을 위기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투명경영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도 결국은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하지만 정권이 기업을 보는 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고, 기업도 시장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대선자금 사건으로 많은 재벌기업이 걸려들어 고개를 들지 못할 처지가 됐고, 최근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현대차가 비자금 사건으로 또 한 차례 한국경제의 자존심을 짓밟았으니 이에 따른 책임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구태경영에 대한 외부의 ‘경고’가 적지 않았지만 현대차는 이를 흘려들었고 결국 위기를 자초했다. 현대차 노조가 연례파업을 벌여 높은 임금을 받아 온 데 대해 ‘현대차 경영진이 노조에 약점을 잡힌 탓’이라는 얘기도 일찌감치 나왔었다. 구태경영과 노조 이기주의가 사실상 ‘먹이사슬’ 관계였던 셈이다.

아무리 회사를 위한 것이라도 경영진이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썼거나 노조와 결탁했다면 이는 주주 권리 및 소비자 이익에 대한 침해다. 수사를 통해 비자금과 로비 명세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정 회장과 현대차 관계자들은 마땅히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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