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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시대]<3>라이프스타일 변화

입력 2003-09-01 18:16업데이트 2009-10-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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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오후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열리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지난해 6월부터 이곳에서는 회화 공예 액세서리 등의 작품을 판매한다. -사진제공 프리마켓사무국
지난해 금융권에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 후 극장가의 ‘주말 시작 첫날’은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앞당겨졌다. 서울 강변, 경기 분당 야탑 등 복합상영관 ‘CGV’의 5개 지역을 담당하는 권동엽 본부장은 “이제 1주일 중 관객이 가장 많은 날은 토요일”이라며 “토요일 관객수를 100으로 친다면 일요일은 90, 금요일은 60∼70 수준”이라고 밝혔다.

▽달라지는 황금시간대, 성장주 문화산업=공연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연극기획자 김지영씨(공연기획 ‘모아’ 실장)는 “토요일 낮 공연에 관객이 몰리고 일요일 저녁은 한산하다”며 “점차 일요일 저녁공연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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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민감한 것은 종교계도 마찬가지. 개신교계 교회 대부분이 여전히 일요예배를 고수하고 있지만, 서울 구로동 갈릴리교회와 안국동 안동교회처럼 금요일 혹은 토요일 오후 예배를 일요예배와 다름없는 정규예배로 개설한 곳도 있다. 가톨릭에서는 지난해 일요일 오후 10시 미사를 개설한 서울대교구 목5동교회처럼 오후 8∼10시대 미사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곳들이 느는 추세.

불교계는 주5일 근무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서울 조계사와 길상사, 전남 해남 대둔사, 경북 영주 부석사 등 전국 20여개 사찰에서 여행과 선(禪) 체험을 결합한 형태의 ‘주말 산사(山寺)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야외활동이 많아짐에 따라 TV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편성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프라임 시간대로 부상하는 것은 금요일 밤. 이 시간대에 레저, 영화정보 등을 모은 오락성향의 ‘정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할 방침이다.

문화산업 중 단연 ‘고속성장주’로 예견되는 것은 케이블 채널과 DVD다. 구미 각국에서도 주5일 근무제 도입 후 시청자들이 편성표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채널들에서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는 케이블과 위성TV의 시청률이 높아졌다는 것. ‘홈 시어터’에 필요한 DVD의 시장도 주5일 근무제 시행과 더불어 급속히 커질 전망. 업계에 따르면 2002년 말까지 매출액 1200억원 수준으로 비디오보다 시장규모가 작았던 DVD는 2003년 상반기 현재 비디오 매출액을 넘어섰다.

▽문화와 레저의 결합, ‘컨벤션 마니아’=연극, 음악, 미술 등의 분야 종사자들은 주5일 근무제 시행 초기에는 여행, 레포츠 등 아웃도어형 레저에 치우쳐 주말 문화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을 염려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기도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제주 신라호텔 공연 등 휴양지 음악회를 기획해온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정재옥 사장은 “경기 양평 용문산 국민관광단지에서의 정기적인 피크닉 음악회 개최 등 레저와 문화를 결합한 시도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자기공방, 공예 스튜디오, 펜션, 바비큐시설을 동시에 갖춘 경기 양평군 바탕골예술관처럼 미술관과 펜션, 레스토랑 등이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문화공간도 주목받는다.

주민서비스, 관광수입 확보를 동시에 노리고 각종 페스티벌을 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산업의 새 주체로 떠오르는 것도 긍정적인 예. 국제음악제를 여는 통영, 지자체 소유 문화센터에서 시즌별로 15회 이상의 무용 연극 음악 공연을 하는 부천시 등이 그 사례들이다.

명지대 김정운 교수(여가정보학과)는 1년 내내 박람회가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경우처럼 한국에서도 “주말마다 서울 코엑스나 부산 벡스코 등 주요 전시장에서 열리는 요리, 인테리어, 책, 화훼 등 각종 박람회와 전시회를 구경하고 저렴하게 나온 상품들을 쇼핑도 하는 ‘컨벤션 마니아’층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주5일 근무 해보니…▼

“사는 맛이 생겼다. 문제는 돈이다.”

주5일 근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앞서 이미 주말에 이틀 연휴를 즐기고 있는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한화건설 인력팀의 신건우(申建雨·39) 차장은 “무엇보다 가족들이 좋아하고 업무능률도 예전보다 더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5월 17일부터 월차와 연차 12일을 깎는 대신 완전 주5일 근무에 들어갔다.

시행 100여일 동안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비공식 사내 동호회가 생겨나고 외국어 공부나 자격증 따기 열풍이 일고 있다.

신 차장도 2주에 한번 꼴로 회사 동료나 가족과 함께 산에 오른다. 고향인 충북 청주에도 매달 빠짐없이 내려간다.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

그러나 쉬는 날이 많아진 만큼 씀씀이도 커졌다.

신 차장은 “연휴 중 하루는 야외로 나가다보니 주말에 쓰는 돈이 한달에 5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이전보다 여가비가 2배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군 용산면에 있는 동성금속㈜ 영업부의 정혜옥(鄭惠玉·29·여)씨 역시 주5일 근무 이후 ‘사는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주5일 근무를 시작한 이후 정씨는 여행 마니아가 됐다. 지난 주말엔 부산을 다녀왔다.

정씨는 “21세에 입사해 정신없이 20대를 보냈는데 요즘엔 여행도 다니고 친구도 만나면서 직장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정씨는 요즘 남편과 매주 금요일마다 심야영화를 보는 즐거움도 생겼다.

신 차장과 정씨는 모두 격주 휴무 때는 쉬는 토요일 전날에 일손이 잡히지 않았는데 토요일 완전 휴무 이후에는 금요일의 근무태도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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