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정치실험 2]원내 정당화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05분


민주당의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가 이번에 ‘원내정당화’의 제도적 틀을 마련한 것은 한국의 정당문화와 의회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시도로 보인다. 국회 보다 당이 우위에 서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잡고, 제왕적 총재나 계파 보스 중심으로 운영돼 온 당과 국회를 의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의 무한대결 풍토 하에서는 현실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글 싣는 순서▼

- <1>국민참여 경선제
- <2>원내 정당화

▼관련기사▼

- 민주당 원내총무 위상 커진다는데

▽원내정당화의 내용과 의미〓민주당의 쇄신안은 중요한 정책이나 법안은 반드시 의원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제도화했다. 그동안 당 지도부가 정한 당론에 따라 상대당과의 결전을 위한 전투의지를 다지는 절차에 불과했던 의총이 당론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실질적인 토론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쇄신안에 따르면 국회의장과 부의장 후보 선출,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 선출 및 불신임권, 상임위원장 및 정책분과위원장 인준권 등 그동안 ‘보스 1인’의 전유물이었던 권한도 모두 의총이 갖게 된다.

원내총무가 최고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에 포함된 것도 획기적인 일. 즉 당 지도부와 국회 사이의 ‘심부름꾼’ 역할을 했던 원내총무가 실질적인 ‘원내사령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지대 정대화(鄭大和·한국정치학) 교수는 “총재직이 폐지된 상황에서 원내총무의 권한을 강화한 것은 개별 의원, 나아가 국회 전체의 권한과 역할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총무와 의원총회의 권한 강화
현행 쇄신안
총무 위상·당 3역의 일원
·형식상 원내 대표의원
·당연직 최고위원
·실질적 원내 사령탑
총무 권한·당 지도부 지시와 당론을 바탕으로 한 정당간 협상 창구
·원내 전략 지휘
·상임위원회 위원장 및 간사 추천
·소속 의원 상임위 배정
·원내 전략 지휘와 원내 행정 총괄
의원총회 권한·원내총무 선출
·당무위원회의를 통과한 법안 심의
·주요 정책 및 법안 의결
·국회의장 및 부의장 후보 선출
·원내총무 선출

▽변질과 문제점〓그러나 원내정당화 안은 당내 찬반 논쟁과 절충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 변질된 게 사실이다.

원내정당화와 동전의 양면 격인 정책정당화를 위해 정책위의장을 당연직 최고위원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대변인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무산된 것 등이 대표적 사례. 한나라당이 총재 중심의 안정적 정당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대 선거를 앞두고 당력(黨力)을 이중, 삼중으로 분산시키는 모험을 할 수 없다는 현실론 때문이었다.

지역당의 한계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상천(朴相千) 상임고문은 “한국의 정당은 지역정당 색채가 농후하기 때문에 의총에 권한을 집중했을 경우 지역적 불균형성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영남 출신 지역구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민주당, 호남지역 출신 의원이 한 명도 없는 한나라당 의총에서 지역적 형평을 고려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겠느냐는 지적이었다.

의원들의 자질과 여건도 문제다. 특히 의원 1명당 보좌관 서너명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고작인 현실에서, 의총에 주요 정책 의결권을 준다고 해서 얼마나 생산적이고 전문적인 토론이 이뤄질지 의구심이 든다고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말했다.

▽한나라당의 향배〓아직은 원내 정당화에 대해선 이렇다할 논의가 없다. 국가혁신위 정치분과위에서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로 의원 개개인의 판단과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게 전부인 상태이다.

그러나 의원들 사이에서 ‘다음 정권에서는 보스 1인이 당의 모든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폐단만은 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조만간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전당대회 규정을 마련하면서 우리 당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3김 정치 식의 ‘패거리 정치’를 청산하고, 의원들이 권력기관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것만은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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