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현장 격전지를 가다]서울 성북갑등 6곳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6분


《‘표밭 현장-격전지를 가다’ 3회에서는 동아일보 227개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 ‘경합지역’으로 분류된 62개 선거구 중 기성 정치인들과 정치 신인들의 대결의 장이 되고 있는 대표적 선거구 6개를 소개한다. 정치 신인들이 도전장을 낸 선거구는 많지만 이들 6개 선거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경합 양상이 더 치열하다. 이들 선거구는 또한 신인들의 정치권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을 돌아볼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서울 성북갑▼

한나라당 정태근(鄭泰根)후보가 연세대 26년 선배인 민주당 유재건(柳在乾)후보에게 도전장을 냈다. 정권교체 전 전통적으로 야세가 강했던 이 지역은 이번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도가 41.4%로 한나라당의 29.1%보다 앞섰다. 하지만 지역 내 주택재개발 사업이 확대되면서 ‘선거환경’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측 분석.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386세대’인 정후보는 30대 유권자들의 지지세가 특히 강했다. 반면 유후보는 40대는 물론 20대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정후보측은 “유후보의 높은 인지도와 부드러운 이미지가 20대 감성세대들에게 먹히는 것 같다”고 설명.

정후보는 지역구 내 PC방을 찾아 출마일기를 띄우고 호프집 투어를 벌이는 등의 톡톡 튀는 선거운동으로 젊은 층을 파고든다. 30대 지지자들과 화이트칼라층의 투표율을 높이고 젊은 층의 부동표를 흡수한다는 게 정후보의 전략.

유후보는 부정부패방지법 발의 노력으로 참여연대로부터 ‘부패방지 지킴이상’을 수상하는 등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에다 집권당 후보의 프리미엄을 앞세워 전 연령층의 고른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생각. 지역 최대 현안인 주택재개발 문제와 관련, 유후보측은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해 집권당 중진급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 반면 정후보는 “원주민의 터전을 붕괴시키는 무분별한 재개발은 반대한다”는 상반된 입장.

연령대별 투표율이 이 지역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될 듯하다. 민국당 전제웅(全濟雄)후보와 청년진보당 정회진(丁會眞)후보가 양자 대결의 틈새를 노리며 뛰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서울 마포갑▼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의원과 민주당 김윤태(金侖兌)후보간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 3선을 눈앞에 두고 수성(守城)에 들어간 박후보에 대해 뒤늦게 출발한 김후보는 한동안 인지도 부족으로 고전했으나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44.3%의 지지율로 박후보(42.2%)를 앞섰다.

이른바 ‘386세대’인 김후보는 이 지역 유권자의 절반(49%)에 이르는 20, 30대 층에서 단연 우세. 20대에서 김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0%를 상회하는 반면 박의원 지지는 20%를 밑돌았다. 이에 대해 박후보측은 “‘바꿔’바람이 꽤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선거운동이 본격화돼 우리 후보가 여타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 ‘깨끗한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것 때문에 ‘바꿔’의 대상으로 오인되고 있다는 주장.

15대 총선 때는 박후보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 40.8%의 득표율로 당시 국민회의 김용술(金容述)후보를 5.5% 차로 눌렀었다.

선두를 달리는 두 후보에 대해 자민련은 최근 이종순(李鍾淳)대한한약협회정책위원장을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후보는 13대 때 신민주공화당으로 이 지역에서 선거를 치른 경험을 살려 표밭갈이에 나섰다. 민국당 진영환(陳榮煥)후보도 14대 출마 경험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지역을 누비고 있다.

아직 대학생(부산대) 신분인 청년진보당 서상영(徐祥榮)후보는 무상교육실현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젊은 층에 파고들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서울 양천을▼

젊은 패기를 앞세운 ‘386세대’ 한나라당 오경훈(吳慶勳)후보와 경륜을 앞세우며 6선 고지에 도전한 민주당 김영배(金令培)후보간에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곳.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김후보가 5.7% 차로 선두. 오후보측은 “자체 판세분석과 유사하다”며 대체로 수긍하는 반면 김후보측은 “최소한 10%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태”라며 불만. 성별 연령별 분석에서는 남녀 모두 김후보가 앞서고 있고 연령별로는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김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진영의 최대 관심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려 했다가 23일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총재특보로 자리를 옮긴 양재호(梁在鎬)전구청장의 지지자들이 과연 어느 후보쪽으로 쏠리느냐는 것. 양씨는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15%대의 지지를 확보했었다.

양씨의 사퇴에 대해 두 후보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후보측은 “양씨가 젊고 전문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6 대 4 정도로 우리 표를 더 많이 가져갔었다”며 “이제 2강구도의 대결이 가능하게 됐다”고 반기는 분위기. 김후보측도 “양씨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데다 호남출신이어서 6.5 대 3.5 정도로 우리 표를 갉아먹었다”며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밖에 이 지역에서 오랜 정당생활을 해온 자민련 탁형춘(卓炯春)후보와 사업가인 민국당 김용신(金容新)후보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두 후보의 틈새에서 고투(苦鬪)하고 있다. 두 후보는 열세 만회를 위해 부지런히 지역을 돌며 ‘틈새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서울 강남을▼

15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국민회의를 20% 차로 앞섰던 서울 강남갑은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부총재와 민주당 전성철(全聖喆)변호사가 한판 승부를 벌인다.

최부총재는 3선 의원 출신으로 문공부, 공보처, 노동장관에다 서울시장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 반면 TV 경제칼럼니스트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전변호사는 97년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대표특보 등을 지내기는 했으나 출마는 이번이 처음.

신구(新舊)정치인의 상징적 대결장인 이곳에 대한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최부총재가 41.0%로 전변호사(20.2%)를 크게 앞섰다. 정당지지도도 한나라당 37.6%에 민주당 20.7%로 개인지지도와 비슷한 수준.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젊은층의 움직임. 정당지지도를 봐도 40, 50대 이후에선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30% 정도 앞서지만 20대는 10% 차에 불과하고 30대는 오히려 민주당이 10% 정도 앞서기 때문. 최부총재측은 “다른 조사에서도 최부총재가 38∼46%, 전변호사가 18∼25%여서 우리가 이미 당선 안정권에 들어간 상태”라고 여유.

반면 전변호사측은 “30%를 웃도는 답변 유보층을 판별 분석하면 최부총재와의 차이가 거의 없다”며 “지금은 인지도에서 떨어져 고전이지만 지명도에 탄력이 붙으면 곧 앞지를 수 있다”고 장담.

한편 자민련 김명년(金命年), 민국당 정현우(鄭鉉祐)위원장도 열심히 표밭을 누비는 중.특히 정위원장은 “성(性)문화 개방에 앞장서겠다”는 이색 공약을 내걸어 눈길.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인천 서-강화을▼

기성 정치인과 유명 신인의 대결이 볼 만한 지역. KBS 아나운서로 TV를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진 민주당 박용호(朴容琥)후보는 정치신인이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오히려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의원을 앞설 정도. 양자간 세 대결이 워낙 치열한 탓인지 이 지역에는 현재까지 다른 도전자가 없는 상태다.

이 지역은 강화(인구 6만8000명)와 과거 김포군에서 인천 서구로 편입된 검단동(인구 5만명)의 복합 선거구로 양자간 지역차가 큰 곳. 동아일보 여론조사 지지율로는 강화에선 박후보가 이후보에게 36.4% 대 41.6%로 밀리는 상황. 검단에선 박후보가 34.1%로 이후보(33.1%)를 앞섰다.

검단의 신흥 아파트단지 젊은 주부층에서 박후보의 유명세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 여론조사로는 이후보가 남성(40.9%)과 50대 이상 장노년층(45.1%)에서 강세를 보이는 반면 박후보는 20대(42.5%) 30대(39.4%)와 여성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이같은 판세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검단의 경우 토박이층에서 ‘경기도 환원운동’이 일 정도로 인천시에 편입된 데 따른 불만이 큰데다 지난번 선거구 조정과정에서 검단만 서구에서 떨어져 강화 쪽으로 묶인 데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아무래도 여당후보에게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이후보측 주장.

그러나 박후보측은 “그동안 박후보와 관련된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들이 퍼지는 바람에 강화에서 한동안 고전했으나 진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며 자신.

<윤승모기자>ysmo@donga.com

▼경기 수원 장안▼

5선 고지를 노리는 자민련 이태섭(李台燮)의원이 정치신인인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민주당 김훈동(金勳東)후보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 동아일보 여론조사 지지율로는 박후보가 22%로 1위, 김후보는 21.1%, 이의원은 17.4%로 세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후보는 20대(24.2%)와 50대 이상(26.3%)에서 강세를 보였고 김후보는 30대(28.2%), 이의원은 40대(19.8%)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정당지지도는 민주당(29.4%)과 한나라당(28.3%)이 거의 비슷했고 자민련은 11.4%.

수원고를 나온 박후보와 수원농고출신인 김후보는 ‘토박이론’을, 이의원은 ‘인물론’을 내세운다. 박후보는 “가장 젊은 후보답게 당리당략적 싸움보다는 지역개발정책과 지역민원 해결 등을 통한 생산적인 정치 구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

김후보는 “지역정서가 한나라당에 우호적이지만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민주당의 이미지를 살려 부동표를 흡수하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 이의원은 “현재는 여론조사에서 약간 뒤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인물위주의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표시. 민국당 이대의(李大儀)후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 15대 총선 낙선 후 국민회의지구당위원장으로 지역구를 계속 관리해왔으나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종철(李鍾哲)씨가 ‘야당 적자(嫡子)론’을 내세우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 변수가 될 전망. 또 한국신당 공천을 받았으나 탈당한 안원복(安元福)씨도 무소속 출마를 준비중.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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