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엇을 위한 'DJP 공조'인가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52분


민주당 의원 3인을 임대해 자민련을 국회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주려는 것에 대해 여권은 ‘정국안정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뒤집어보면 야당인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탓에 오늘의 국정 위기가 초래됐다는 소리다. 물론 한나라당이 원내 다수당으로서 국정책임 공유보다는 상당부분 당리당략에 치우쳤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여권이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의원 꿔주기’의 명분으로 야당 탓부터 하는 것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오늘의 위기는 민의(民意)에 귀기울이지 않는 ‘독선 정치’,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1인 정치’,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뒤죽박죽된 데서 비롯된 개혁 혼선, 잇따른 권력 내부의 부패 및 비리 의혹, 거듭된 특정지역 편중 인사 등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이중적 리더십에 대한 국민 신뢰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위기의 원인이 이러한데도 ‘의원 임대’란 꼼수까지 써가며 ‘DJP 공조(共助)’에 매달리는 것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힘의 정치로 밀어붙이겠다는 억지다. 이런 경우 야당의 극한 반발로 정국안정은커녕 국정불안만 커지는 것은 과거 정치사가 입증한다.

‘DJP 공조’의 본질은 내각제를 통한 권력 분점이다. 그러나 사실상 내각제가 실종되고 자민련이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 선언을 함으로써 ‘DJP 공조’는 원천 무효가 된 셈이다. 따라서 여권이 지금 무리하게 자민련 원내교섭단체 만들어주기에 나서는 것은 민주당 자민련 두 정파간 이해에 따른 몰염치한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

두 정파간 정책공조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민주당이 국가보안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자민련은 개정을 반대하는 ‘보수주의’를 대변한다. 이렇듯 뿌리도 다르고 이념적 정체성도 상반된 두 정파가 무슨 정책공조를 한단 말인가. 더구나 강창희(姜昌熙)부총재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듯이 이번 ‘민주당 의원 임대’에 대한 자민련 내부의 잠재된 반감도 두 당의 정책공조를 삐걱거리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DJP 공조’인가. 자민련에 대한 국고보조를 늘려주는 대가로 여권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세불리기에 나선 것 아닌가. 그러나 이런 사도(邪道)의 정치로는 정국안정도, 국가위기 극복도 안된다. 여권은 이제라도 정도(正道)의 정치로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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