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클리닉]이상적인 보청기 착용의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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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전문의 처방과 관리

김성근 원장이 환자에게 보청기를 끼워주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 원장이 환자에게 보청기를 끼워주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사람은 30대 이후 서서히 난청이 시작된다. 통계적으로 65세 이상인 경우 4명 중 1명, 75세 이상인 경우 2명 중 1명은 난청이다.

난청의 초기 증상은 다음과 같다. 조용한 곳에서 듣는 건 전혀 문제가 없지만 주변이 시끄럽거나 교회나 성당, 호텔 로비 등 넓은 공간에서는 말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또 말을 어눌하게 하거나 빨리 하면 알아듣기가 힘들다. 말을 또렷이 하는 뉴스나 스포츠 경기, 다큐멘터리보다는 일상적 대화가 많은 드라마를 듣고 이해하는 게 더 어렵다. 무엇보다 주된 대화와 주변의 불필요한 소음을 가려서 듣는 기능이 떨어진다. 여럿이 동시에 대화를 하거나 식당이나 행사장 같은 곳에 가면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보청기 착용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는 게 좋다. 하지만 보청기는 매우 예민한 의료기기다. 예를 들어 물리적인 소리의 크기만 키운다고 해서 정상적으로 듣게 해주는 게 아니다. 소리가 커지면 달팽이관과 청신경의 손상도 동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청기 착용 후에도 지속적인 이비인후과적 관찰이 필요하다. 또 감각신경성 난청은 원인과 형태, 정도가 다양하다. 따라서 보청기 종류나 조절 횟수, 적응기간, 어느 귀에 착용할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노인성 난청이라면 귀뿐 아니라 뇌의 청각기능에도 장애가 온다. 뇌에는 말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베르니케 영역이라는 부위가 있는데 난청이 있는 사람은 이 부위가 많이 위축돼 있다. 또 난청은 치매와도 연관이 있다. 치매환자의 뇌를 조사해보면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발견되는데,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난청을 가진 쥐의 뇌에서 이러한 독성 단백질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난청으로 인해 우울감이 생기거나 자신감이 떨어져 점점 혼자 지내게 되면 뇌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기회를 잃어 치매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보청기 착용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의 보청기에 대한 만족도는 선진국보다 매우 떨어진다. 부적절한 처방과 불충분한 평가, 부실한 사후 관리 등이 그 원인이다. 보청기 착용 후 청력 변화가 올 수 있다. 고령에서는 삼출성중이염이, 대부분 연령대에서는 돌발성난청과 유전성난청, 외이도염이 그 원인이다. 이 경우 즉각적으로 약물치료나 수술 처치가 필요하다.

즉 보청기 착용 후에 오히려 더 잘 들리지 않는다면 청력검사와 이비인후과 진료를 통해 앞서 언급한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보청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접근하면 난청의 치료시기를 놓쳐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보청기 착용을 위해선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정밀한 진단과 각종 청력검사에 따른 환자 맞춤형 처방이 선행돼야 한다. 보청기 착용 후에도 효과에 대한 정확한 검사와 평가, 이후 주기적인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
#베스트 클리닉#김성근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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