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인터뷰) 김홍신 작가와 임영주 아동문학가의 그림동화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

  • 입력 2015년 5월 4일 15시 56분


김홍신 작가와 아동문학가 임영주 교수가 함께 동화를 집필했다. 지식동화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는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주는 동화로 ‘집지킴이신’이라는 우리 전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홍신 작가의 자택에서 본 동화에 대해 저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에디터 곽은영 포토그래퍼 김현진


동화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는 아이들에게 집지킴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김홍신 소설가와 아동문학가 임영주 교수(신구대 유아교육과)가 함께 기획해 집필한 동화이다.

아이가 할머니 댁에 놀러 가 그곳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본 동화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는 아이가 급하게 뒷간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만나게 되는 ‘뒷간신’이다.

뒷간신은 노크도 없이 갑자기 문을 열고 화장실로 들어온 아이에게 화를 내는데 이때 아이가 두려움을 느끼면서 도망을 간다. 임 교수는 이 장면이 본 동화의 클라이맥스라고 말한다.

“동화 속에는 많은 집지킴이신들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똥간신이 우리 아이를 밖으로 나가게 하는 역할을 해요. 그것이 이 동화의 사건이에요. 그렇게 사건이 전개되면서 다른 신들이 서로 도와 아이를 찾으러 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임영주 교수)

사실 전통동화라고 하면 어른들부터가 내심 ‘어렵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먼저 한다.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에는 성주신, 철륭신, 조왕신, 뒷간신 등 많은 신이 등장한다. 물활론의 사고를 가진 영유아들은 모든 것이 살아있다고 믿는데, 그들에게 귀신이란 무섭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호기심 가는 존재이다.

“더불어 아이들은 신체적인 것, 가령 배꼽, 엉덩이 등의 단어를 좋아하는데, 똥이라는 단어 또한 아이들이 굉장히 재미있어하고 흥미로워하는 소재에요.”(임영주 교수)

본 동화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신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데, 특히 의인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기 위해 이야기의 중심을 뒷간신에게 맞췄다. 뒷간이라는 용어는 지금은 거의 사어가 되어가고 있지만, 이런 전통동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어휘를 확장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똥은 나쁜 낱말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낱말인데도 요즘은 ‘똥’이라는 낱말 자체를 발음하지 않으려고 해요. 분뇨라거나 대변 등 더 순화해 이야기하지요. 이 동화는 사용하지 않고 등한시하지만 중요한 우리 낱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요.”(김홍신 작가)

아이들의 어휘를 늘려주는 동화

흔히 전통문화라고 하면 어휘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유아들에게도 언어학습을 촉진시키는 스캐폴딩(SCAFFOLD\-ING)이라는 게 있다. 현재 알고 있는 어휘를 바탕으로 어른들이 알려주는 언어를 확장해나가는 것인데, 이 동화에 등장하는 성주신이나 뒷간신이 아이들에게는 생소하더라도 엄마가 읽어주면 쉽게 아이들의 어휘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임영주 교수는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는 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기준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우리 예상보다 더 빨리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므로 낱말을 지나치게 풀어주지 말고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때때로 필요해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의 어휘 실력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임영주 교수)

아이들은 세상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자기 자신을 궁금해한다. 김홍신 작가는 우리의 전통을 다룬 동화가 아이들의 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알려면 전통문화와 역사를 내면 깊숙이 받아들여야 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해요. 그런 갈증을 빨리 풀어줄 수 있는 것이 동화이고 동시이며 그림입니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스승 한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과 같아요. 특히 아이들에게 책은 영혼의 영역을 넓혀주고 그 인생을 근사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지름길을 내줘요. 아이들에게 좋은 스승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부모가 이런 책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죠.”(김홍신 작가)


재미있는 구연보다 따뜻한 전달을 해야

임영주 교수는 아동문학가이자 부모교육전문가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부모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재미있게 구연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팁을 전했다.

“아이에게 책을 잘 읽어준다는 것과 구연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거예요. 구연동화는 책이 없는 상태에서 엄마의 머릿속에 외워진 동화를 성대모사를 통해 혹은 실감 나는 묘사를 통해 들려주는 거예요. 구연동화를 하기 위해서는 뭔가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질 수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림동화책은 엄마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또박또박 따뜻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잘 전달돼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아이와 교감하는 것이지요.”(임영주 교수)

한국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을 탄생시킨 작가이자 8년 연속 의정활동 평가에서 1위를 받은 전 국회의원, 김홍신 작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사랑의 역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온라인(‘다음 카카오페이지’)으로 연재 중인 소설 ‘단 한 번의 사랑’이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며, 임 교수와의 공동 집필로 탄생한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 역시 아이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김 작가는 부모가 들려주는 목소리와 사랑을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회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과 그림을 통해 아이의 심연 속에 있는 향기를 깨우는 것은 소중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내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잘나고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으면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길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내 지식과 생각만 전달해선 안 됩니다. 뛰어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내 아이가 세상을 재미있게 살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이들도 함께 가르쳐줄 필요가 있어요. 제가 이 책을 쓴 데에는 그런 의미도 담겨 있어요.”(김홍신 작가)

김 작가와 임 교수가 공동 집필하는 전통 동화는 앞으로 시리즈물로 나올 예정이라고 해 기대된다.

끝으로 임 교수에게 아동문학가로서 아이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책 속 한 구절을 부탁했다. 임 교수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동시 ‘고마우신 우리집 지킴이’를 골랐다.

“저는 아동문학가이면서 동시작가예요. 동화책 전체의 내용을 짧고 간단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동시에 모든 이야기의 요소들을 등장시켰어요. 이 동시에는 본문에 나오는 모든 집지킴이 신들이 아름다운 운율로 표현돼 있어요.”(임영주 교수)

고마우신 우리 집지킴이
대들보 성주신 집 안을 지켜 주고
안방의 삼신할머니 예쁜 아기 점지하고
부엌 안 조왕신 아궁이 불 지켜 주고
화장실 뒷간신 똥 덩이 받아먹네
장독대 철륭신 장맛이 정말 좋아
외양간 우마신 소 돼지 보살피고
대문 앞 문전신 잡귀야 물럿거라
고마우신 우리 집 지킴이 집지킴이

(대담) 부모가 아이에게 전하는 전통문화


김홍신 작가

이 동화는 우리 전통문화를 기본으로 썼어요. 제가 역사 공부를 해보니까 우리가 잃어버린 게 너무 많아요. 우리는 지금 역사를 안 가르치는 나라에서 살고 있어요. 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전통문화가 무너지면 역사도 무너지고 역사가 무너지면 자존심도 무너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지요. 이렇게 전통문화에 대한 그림동화가 적게나마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초석이 되면 좋겠습니다.


임영주 교수

맞아요. 저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꼭 전해줘야 하는 것이 우리 전통과 문화라고 생각해요. 영유아들에게 우리 전통과 문화에 대해 들려준다는 건 어떻게 보면 엄두도 안 나고 어려운 일이긴 해요.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동화를 통해 들려준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아이가 내용을 그대로 읽는 것보다 엄마가 직접 읽어주면 우리의 재미있는 전통문화와 그 의미가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 싶어요. 먼저 엄마가 즐기고 재미있어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만큼 재미있게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홍신 작가

임 교수님 말씀에 동의해요. 어린아이들에게는 엄마 목소리를 통해 내용을 들려주는 것이 좋아요. 본인이 읽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감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지요.


임영주 교수

그렇죠.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를 통해 생각도 마음도 쑥쑥 키웁니다. 자칫 어렵다고 생각되는 전통이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재미있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우리 문화에 대해서 친숙하게 느끼게 될 거예요.


김홍신 작가

자기 고향을 알아야 자기 모습을 알듯 우리 DNA를 아는 것은 남에게 내 존재가치가 얼마나 위대하고 찬란한지, 내 가치가 남에게 얼마나 기쁨이 되는지를 가르쳐줄 수가 있는 것이에요.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조상을 알고 조상의 문화와 생활상 그리고 그들이 가졌던 신과 그들이 섬겼던 여러 가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저는 우리 아이들의 영혼 속에 위대함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임영주 교수

저도 이 책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우리 전통에 즐겁게 접근해 그 의미를 함께 찾았으면 좋겠어요. 이 책에는 재미와 의미가 모두 들어있어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내 제 입가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김홍신 작가

아마 이 동화책에 나오는 집지킴이신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젊은 엄마들도 잘 모를 것 같아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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