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인터뷰) 이승종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 회장

  • 입력 2014년 12월 9일 14시 13분


이승종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 회장
치아, 일 년에 만원만 투자해라

얼마전 한 증권사에서 은퇴를 앞둔 50세 장년층을 대상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건강관리를, 그중에서도 치아관리 부실을 1순위로 꼽았다.

치아의 수와 건강 상태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연치아의 소중함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의 이승종 회장을 만나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의 활동 및 자연치아의 소중함, 자연치아 보존 치료법, 건강한 치아 유지를 위한 습관 등에 대해 들어봤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

“자연치아만이 가질 수 있는 기능적인 부분이 존재하고, 자연치아가 잘 유지되었을 때 전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임플란트와 같은 인공치아는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자연치아, 왜 소중할까

올해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의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이승종 회장(세브란스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은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의 가장 큰 소득은 치과의사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치아’라는 말이 나오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국민들도 그 개념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자연치아는 왜 중요한 걸까요? 자연치아는 자기 고유의 세포를 가지고 치주인대라는 조직에 연결돼 있어서 음식의 온도나 강도를 감지하고 외부자극에 대처하는 능력도 우수합니다. 치주인대는 인공치아에는 없는 것으로 음식을 씹을 때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하므로 저작 시 울림 현상이 없고, 씹는 감각을 보다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줘요. 또 세균침입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풍치나 잇몸질환과 같은 치주질환도 예방합니다.”

치아는 32개 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러한 차이가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도록 한다. 치아는 각각의 기능에 따라 고유한 뿌리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중 어금니는 여러 개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저작력을 잘 견디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기능은 자연치아만이 가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치아와 턱뼈 사이에 있는 얇은 막인 치근막은 치아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충시켜 주고 턱뼈와 얼굴 모양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인공치아에는 그러한 기능이 없어요. 따라서 이를 잃게 되면 턱뼈가 줄어들고 얼굴이 좁아져 노안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음도 어눌해져서 자신감을 잃게 만들지요.”

입을 벌려 치아를 관찰하면 치아 사이마다 약간의 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간격은 구강위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므로 너무 넓거나 좁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인공치는 타고난 치아에 비해 지름이 작으므로 음식물이 끼기 쉽다. 이승종 회장은 치아가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며 자연치아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치아는 전신 건강, 특히 심혈관 질환과 치매, 기억력 감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일본에서 80대 노인들을 조사한 결과, 치아가 18개 이상 남아있는 노인들의 삶의 질이 치아 수가 적은 노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치아의 저작 기능은 뇌의 퇴화를 늦춰 기억력 유지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자연치아의 보존 치료 성공률 높아

자연치아는 건강할 때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상태가 나빠졌다면 보존 치료로 치아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

자연치아의 보존 치료법에는 충치가 깊어져 치아의 신경에 염증이 생겼을 때 받는 ‘신경치료(근관치료)’, 치아의 염증이 깊어져 뿌리 밑의 턱뼈까지 도달했을 때 시행하는 ‘치근단 수술’, 위치상 정상적인 수술이 어려운 치아에 시행하는 ‘재이식수술’, 잇몸병을 치료하기 위한 ‘잇몸
치료’ 등이 있다.

현재 자연치아를 살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치료인 신경치료의 성공률은 90%가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주 높은 성공률인데 신경치료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발치를 먼저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어르신들이 신경치료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신경치료가 아프기만 하고 결국 발치를 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신경치료란 치아 안에 있는 신경관을 뿌리 밑까지 샅샅이 찾아내 치료하는 것인데, 그렇게 치료를 하면 최대 95% 이상의 성공률을 보여요. 그런데 옛날에는 이런 기술이 없어서 약을 넣어 아예 신경을 죽였어요. 그러면 우리 몸 안에 죽은 조직이 남게 되는데, 그런 조직은 반드시 1~2년 후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신경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예전처럼 신경을 죽이는 치료는 하지 않아요. 잘못된 인식이고 그것을 바로잡는 게 우리의 일이지요.”

90% 성공률을 보이는 신경치료의 실패율 10%를 보완하는 수술도 있다. 신경치료가 실패하면 턱뼈에 염증이 생기는데, 이를 제거하는 치근단 수술이 그것이다. 미세치근단 수술이나 재이식수술을 통해 치아를 약 80% 다시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신경치료는 그 자체로 98%의 성공률을 갖는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이승종 회장은 신경치료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어떠한 치료법보다 우수하다고 말한다.

“임플란트와 같은 인공보철물의 성공률이 예전보다는 크게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연치아의 치료 성공률이 더 높아요. 잇몸치료도 일반적인 치주치료를 통해 10~30년까지는 발치를 하지 않고 자연치아를 유지하는데, 그 확률이 평균 80% 정도예요. 치아질환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그만큼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자연치아와 임플란트는 비교 대상 아니다

처음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일각에선 자연치아와 임플란트를 대립구도에 놓고 비교하곤 했다. 그러나 이승종 회장은 자연치아와 임플란트의 단순비교는 생화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임플란트는 성공률이 매우 높고 안전한 시술입니다. 치아가 상실됐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치료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며 자연치아를 빨리 포기해버리는 환자들입니다. 국내에서 임플란트가 보편화된 지 15년 정도 됐는데, 임플란트의 보편화와 함께 임플란트를 만능으로 여기는 풍조가 생긴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오히려 환자가 치료를 통해 무조건 자신의 치아를 살려달라고 요청을 해와 곤란한 적이 많았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임플란트든 어떤 수술이든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니 신중하게 선택하시라는 겁니다.”

이것은 마치 관절이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자신의 관절을 곧바로 인공관절로 바꿔달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이승종 회장은 국민들에게 그런 사실들과 자연치아 보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치아질환은 초기에 잡는 것이 최선

이승종 회장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강조해 말하는 건 “치아에 일 년에 만원만 투자하라”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보통 충치나 잇몸질환을 이유로 치과를 찾는다. 그것은 초기에 잡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질환들이다.

“요즘은 치과 치료 대부분이 보험 처리가 되니까 본인 부담금도 적어요. 치과에 파노라마 엑스레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눈에 치아 상태를 볼 수 있게 해줘요. 비용은 만원도 들지 않아요. 그런 점검을 일 년에 한 번씩만 규칙적으로 하면 초기질환은 다 잡을 수 있지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건강보험공단검진 지정기관에서 무료로 구강검진을 받아볼 수도 있다. 게다가 작년 7월부터 스케일링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이 확대되면서 1인당 1년에 1회 13,300원에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스케일링은 체질에 따라 횟수를 달리해 관리하면 된다.

“체질에 따라 침이 걸쭉한 사람, 묽은 사람, 침이 많은 사람, 입이 마르는 사람 등 다양한데, 침이 많고 묽은 사람들에겐 웬만해서 치석이 잘 생기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받으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침이 짙거나,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거나, 눈물샘과 침샘이 마르는 건조증후군인 쇼그렌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3~6개월에 한 번씩 점검받는 것이 좋아요.”

이승종 회장은 직장인들에게 술과 담배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잇몸 약화와 입 냄새를 유발하는 니코틴이 치아에 무익하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술 또한 신체 호르몬 대사를 깨뜨려 잇몸을 금방 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40대에 치아 절반을 잃는 경우도 있어요. 오히려 50대가 넘어가면 치아질환이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 않는데, 30~40대에는 잇몸질환도 굉장히 빨리 진행돼요. 여자들도 그때부터 육아 등 신경 쓰는 일이 많아지지요. 그래서 적어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자기를 위해서 꼭 치아점검을 받는 것이 좋아요. 조금만 신경 쓰면 조기에 예방할 수 있어요. 결국, 자연치아를 살리는 건 관심의 문제이지요.”

치아보존에 대한 궁금증

Q. 예후가 확실하지 않다면 빨리 발치를 하고 인공치를 넣는 게 낫지 않나요?

A. 인공치아는 최후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자연치아 치료에 실패했을 때 임플란트를 비롯한 다른 방법을 시도해도 늦지 않습니다. 혹자는 자연치아 치료에 실패하고 그때 가서 인공보철물을 하면 2중의 비용과 시간이 들지 않느냐고 걱정하지만 어떠한 인공보철물이라 하더라도 영구적인 것은 없습니다. 자연치아를 최대한 유지해서 사용하고 인공치아는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 놓는 것이 현명합니다.

Q. 뿌리만 남아도 치아를 살릴 수 있는 건가요?

A. 앞니와 같이 힘을 많이 받지 않는 경우, 뿌리만 튼튼하다면 뿌리에 기둥을 박고 보강해줌으로써 치아를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니에 인공치아를 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인공치근이 잇몸 밖으로 노출돼 심미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자기 치아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Q. 잇몸뼈가 더 나빠지면 임플란트도 못 한다고 하는데 나빠지기 전에 발치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A. 잇몸병에 의해 뼈가 많이 파괴된 경우에도 치료를 통해 옆에 있는 건강한 치아가 가지고 있는 골 높이만큼 뼈가 치유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치아로 인해 옆의 치아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급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나 다른 국소적인 요인이 있을 때에는 주위의 골을 빠른 속도로 파괴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주전문의의 조언을 따라야 합니다.

Q. 치과에서 이를 빼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A. 만약 치과에서 이를 빼라고 할 경우에는 일단 주치의에게 치아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필요에 따라 신경치료나 잇몸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치과의사에게 2차적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는…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는 2006년부터 자연치아의 소중함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대국민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상임대표 1명, 공동대표 3명, 임원 10명으로 구성된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가 회원제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는 국내 치과의사 모두가 회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는 자연치아 관련 학술활동과 기획물 연재, 토론회와 포럼 개최, 자연치아 아끼기 스티커 제작 및 배포, 사업체와 MOU를 체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유지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일본의 ‘8020 운동’을 국내에 소개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작년에는 자연치아가 왜 중요한지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만화를 제작해 전국 치과에 배포하기도 했다.

올해 남은 시간을 포함해 내년까지는 국회공청회, 강연,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 포스터 제작 및 배포, 캠페인 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권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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