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94%가 도시에 산다. 도시인들은 탁한 공기와 숨 막히는 공간, 운동부족으로 병들고 있다. 사람에게는 햇볕과 맑은 공기, 흙을 만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깨끗한 음식을 먹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이 도시농업을 세계적인 트렌드로 만들고 있다. 최초의 도시농업은 도시에서 농사짓는 것이라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거대해지고 있는 도시와 인구 식량 수급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곳에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도시농업을 정의한다. 하지만 도시농업에 관한 연구가 지속되면서 도시농업이 현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 및 과제의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환경적인 관점에서도 도시농업은 빗물의 활용과 음식물쓰레기, 분뇨와 같은 자원의 순환을 돕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줄인다. 도시농업은 완전하면서도 신선한 음식을 섭취할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시켜 주며, 정신적으로 각박해져 가는 도시인들에게 생활의 윤기를 더하게 한다. 이제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삶이 되어야 진정성이 있다.
경작본능과 적당농사 누구에게나 경작의 본능이 있다. 선조들은 오랜 농경의 역사와 지혜를 고스란히 우리 유전자 속에 새겨놓았다. 그래서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사는 누구나 본능으로 할 수 있다. 본능이니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현대인들은 두려움이나 걱정이 앞서 책이나 정보를 뒤지다 시간을 허비하고 지쳐버리지만, 본능에 충실하면 그다지 실패할 일이 없다. 본능을 믿고 씨를 뿌리자. 언제 뭘 심어야 하는지도 알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누가 옆에서 심으면 따라 심으면 된다. 처음부터 수많은 작물의 파종 시기를 머릿속에 넣어놓으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설령 좀 잘못했다 하더라도 큰일이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농사도 적당히 해야 한다. 적당히 말고는 사실 도리가 없다. 다만 작물이 잘 자라는 기본환경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작물은 습도와 온도, 공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 역시 우리의 본능에 따라 경작해가면서 다소의 시행착오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다. 작물이 좋아하는 기후와 환경도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매우 습하고 더운 날씨는 짜증스럽다. 작물 또한 매우 습하거나 온도가 지나치게 높은 조건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선한 바람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하듯이 작물도 통풍이 잘돼야 건강하게 자란다. 이렇게 농사를 지어가면서 요리강습을 함께 받으면 좋다. 농사는 먹는 것까지 완성해야 그 참맛을 알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해 먹는 음식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힘들게 농사지은 것이 퇴비간으로 향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러니 도시농부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되기도 해야 한다. 도시농부가 되어 땀과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고, 자연이 주는 신선한 작물의 혜택을 마음껏 누려보기 바란다.
경작지를 찾아라 도시농업을 하고 싶어도 도시에서 경작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을 찾기보다는 있는 공간을 재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시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경작지는 옥상과 베란다 텃밭이다. 이른바 상자를 이용해서 만드는 상자텃밭을 말한다. 재활용 상자나 화분형 상자를 비롯해 방부목 같은 나무로 만들 수 있고, 흙은 화분 가게에서 파는 경량토와 부엽토를 이용할 수 있다. 옥상 같은 경우는 작은 폐쇄형 상자텃밭만이 아니라 화단형으로 넓게 펼쳐진 개방형 텃밭을 만들면 더욱 좋은데, 이는 반드시 완벽한 방수와 하중 견딤 시설이 되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만들 수 있는 도시텃밭은 자투리텃밭이다. 이는 지역 내 현지조사를 통해 방치되고 있는 유휴지를 찾아 활용하는 텃밭이다. 철로변 부지, 나대지, 공원 옆 부지, 산 밑 부지 등 이런 자투리땅은 의외로 찾아보면 많을 수 있다. 그다음으로 학교 텃밭이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이 활용하기는 쉽지 않으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텃밭을 통해 생명과 순환의 의미를 교육한다면 도시농업의 가치를 더욱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하는 농업공원 조성이나 시민농장 만들기도 도시농업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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