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배다’라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눈은 이 시대에 가장 착취당하는 신체 부위임에도 그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기 마련이다. 특히 시력을 앗아가는 3대 실명질환은 이미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다. 소위 몸짱과 얼짱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도 막상 눈 건강에는 소홀하기 마련이다. 보이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눈이 침침하거나 피로하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해 버린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운동과 다이어트가 필수인 것처럼 눈도 마찬가지. 망막이나 시신경의 경우, 이식 등을 통해 대체가 가능한 각막·수정체와는 달리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힘들다고 경고한다. 주변 신경이 아닌 중추신경조직인 망막의 경우 재생이 힘들다는 것이다. 즉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은 자각이 어려우며, 발병 이후 완치보다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적인 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므로 눈의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부터는 꾸준한 검사를 통해 3대 실명 질환의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실명을 유발하는 질병 1위, 녹내장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국내 시각장애인 25만6천여 명 중 절반 이상이 후천적인 질환에 의해 시력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실명을 유발하는 질병 1위가 녹내장이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거나 다른 원인에 의해 시신경이 눌리면서 손상되는 것이 원인이다. 녹내장은 백내장과 흔히 헷갈리는 질환이다. 백내장이 수정체에 발생하는 질환인 반면, 녹내장은 시신경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둘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눈 안은 일정한 압력이 유지된다. 이를 안압이라 하는데, 안압이 정상 범위보다 높으면 시신경을 압박하여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으며, 시신경이 약하면 안압이 정상 범위라 해도 손상될 수 있다. 이렇게 시신경이 손상되면 시야의 주변부부터 보이지 않기 시작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백내장은 수술 후 시력 회복이 가능하지만, 녹내장은 그렇지 않다. 녹내장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으므로 실명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단기간에 안압이 상승하여 녹내장에 걸렸을 경우, 안압을 내려주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지만, 이전에 손상된 시신경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시력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는다. 안압이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녹내장 중 70%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5~10년에 걸쳐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스스로 시야가 좁아졌다고 자각했을 때는 이미 시신경이 반 이상 죽은 후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녹내장 치료는 조기 발견이 관건이다. 고도 근시, 안압이 높은 사람, 가족이나 친척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는 사람, 45세 이상인 사람은 녹내장 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으니 안과 상담이 필수다. 녹내장 진단을 받은 경우 안압을 낮추기 위한 약물치료가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생활 속에서 안압을 높이는 습관, 예를 들어 관악기를 오래 분다거나 물안경을 끼고 수영을 오래 한다든지, 물구나무서기 등의 습관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고령화를 위협하는 실명질환, 황반변성 방송인 이휘재도 앓고 있다는 황반변성은 시세포가 밀집된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노화 등으로 부위가 붓거나 출혈이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은 망막 중심부의 함몰된 부위로 불과 0.5mm도 되지 않지만,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부위이므로 시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다. 그런데 이처럼 초점이 맺히는 부위에 붓거나 피가 나니 당연히 사물이 잘 보이기 어렵다. 황반변성이 생기면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고, 물체의 중심부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거나 찌그러져 보이고, 일부가 지워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황반은 황반 아래에 있는 ‘맥락막’이라는 얇은 혈관층에서 혈액을 공급받는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세포가 노화되고 그로 인해 생긴 노폐물이 망막과 맥락막 사이에 끼게 된다. 그렇게 되면 황반부는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이른다. 이에 맥락막에서는 비상사태를 선언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황반부에 공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새로 만든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과는 달리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그래서 잘 터지거나 물이 새어나온다. 결국, 황반부 기능이 떨어져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황반의 변성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노화, 가족력, 자외선, 혈관계 질환, 흡연 등이 원인이라 보고 있다. 이러한 황반에 변성이 생겨 노폐물이 쌓이고 삼출물과 출혈이 발생하면 중심 시력은 왜곡·상실돼 결국에는 시력을 잃게 된다.
황반변성은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안과질환 중 하나이다. 60세 이상 인구 중 1.5~2% 정도가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층에서 발병하지만 최근 들어 20~40대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의 예방을 위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육류중심의 식습관을 줄이고, 흡연 역시 금물이다.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황반변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황반변성은 눈 속에 ‘루센티스’, ‘아바스틴’, ‘아일리아’와 같은 주사약제를 주입하는 주사치료를 많이 사용한다. 본 주사약제는 황반변성의 진행에 큰 역할을 하는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보통 1개월 간격으로 눈 속에 주사하게 되는데, 1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주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황반변성은 노화가 원인이므로 루센티스로 완전히 치료될 수는 없다. 루센티스 약제는 나쁜 인자를 ‘억제’하는 약제이지 황반변성 자체를 없애는 약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인 노화 자체는 어떠한 약이나 수술로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병의 활동성을 지속적으로 억제하여 시력의 저하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꾸준히 진료를 받으며 재발이 의심될 때마다 주사 치료를 받으면, 오랜 기간 시력을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다.
당뇨가 부른 실명, 당뇨망막병증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이 병은 시력저하를 가져오고, 심하면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망막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약해져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액 속의 성분이 빠져나와 망막에 쌓이기도 한다. 또 기존의 혈관으로는 망막에서 요구하는 영양분이 부족해 새로운 혈관을 증식시킨다. 이렇게 생긴 신생혈관은 매우 약해 쉽게 출혈을 일으켜 망막에 상처를 내면서 주변의 망막을 들뜨게 하고, 심하면 망막조직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작용으로 시력은 저하되고, 결국 실명이 될 수도 있다. 망막은 신경조직이므로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잘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정기적인 검사만 시행하면 되지만,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일 때는 망막에 이상혈관이 자라 출혈을 일으키고 그에 따른 시력 손실이 발생한다. 당뇨로 인한 망막의 변화는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서서히 나타난다. 보통 중심부보다는 주변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중심부에 이상이 생기기 전까지는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변화가 생겼지만, 갑자기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발생된 당뇨 환자는 즉시 안과검사를 시행하여 당뇨망막병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편, 국내 당뇨병환자가 약 40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합병증이 눈으로 오는 경우가 약 14%(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미세혈관합병증인 신장이 안 좋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눈도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당뇨망막병증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참고서적. <해피eye 해피talk>(지식공작소), <병원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안과질환의 모든 insight 것>(오태훈 지음, 원앤원스타일 펴냄) 기사제공. 엠(M)미디어(www.egihu.com) 라메드, 에디터 김수석(kss@eg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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