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마약중독치료센터를 운영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최근 16세 여성 액상 대마 환자를 입원시키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는 말은 이제 현실이 됐다.
최근 청소년을 포함해 일반인까지 마약류 범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마약 문제를 ‘범죄’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데 익숙하다. 물론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은 필요하지만 ‘중독’이라는 본질을 외면하면 재범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예방부터 조기 발견, 치료, 재활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 참여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의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독 치료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은 같은 마약류를 사용했더라도 개인마다 중독의 양상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환자는 환각, 망상, 우울, 불안이 동시에 나타난다. 수차례 재발을 경험한 환자도 많다. 이들에게 동일한 교육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치료 효과도 적다.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뿐 아니라 전국 17개 함께한걸음센터(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통해 사례 관리, 심리 검사, 상담, 교육 등의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회 복귀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는 마약 사범을 단순히 선처하는 제도가 아니다. 마약 중독을 재활과 치료라는 보건 의학적 관점으로 보고, 사회 안전과 재범 방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이다.
사업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2023년 시범사업에는 22명이 참여해 전원이 보호관찰 기간 중 추가 투약 없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2024년 160명, 지난해엔 192명에게 맞춤형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이는 ‘회복 중심 사법’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인프라 확대를 통해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수사기관과 치료 병원, 지역사회 재활기관의 유기적 협력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전문가위원회와 치료보호기관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인식의 변화다. 중독자를 단순히 처벌의 대상이 아닌, 치료와 회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마약 중독자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다.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마약이 일상을 파고드는 현시점에서 중독 의학 전문가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회복 중심의 사법 체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역량을 끌어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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