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실증부터 수출까지 ‘기후테크 성장 사다리’ 구축 박차

  • 동아닷컴

기후테크 분야는 실증과 시장 진입까지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기술이 있어도 검증할 환경이 없고, 검증에 성공해도 납품 실적이 없어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데스밸리’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성장이 더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는 이같은 한계 극복을 돕기 위해 공공 인프라에 스타트업을 연결했다. 댐과 정수장을 실험실로 개방하고 투자와 판로까지 이어 붙이며, 기술 검증뿐만 아니라 사업화와 시장 진입을 돕고 있다. 단순한 지원기관이 아니라, ‘성장 경로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기후테크 산업 활성화를 추진한 결과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전 본사 / 출처=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대전 본사 / 출처=한국수자원공사

공공 인프라를 ‘혁신 실험장’으로…데스밸리 해소

K-water는 민간이 확보하기 어려운 공공 자산인 물관리 현장과 연구시설 등 실제 운영 환경을 스타트업에 개방했다. 국가 K-테스트베드와 연계해 78개 기관, 1498개 실증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도 설계했다. K-water 자체 물산업 테스트베드도 142개소 규모로 운영하며, 누적 305건의 실증 과제(2024년 기준)를 진행했다. 이는 단순 실험이 아닌 ‘실제 시장과 동일한 조건에서의 검증’을 의미한다. 스타트업이 기술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K-water의 지원 구조는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K-water 협력 스타트업은 2025년 기준 누적 648개까지 늘었으며, 테스트베드 과제 역시 2020년 101건에서 2024년 305건으로 증가하며 실증 기회를 빠르게 확대했다. 창업·기술개발·실증·판로로 이어지는 4단계 지원 구조로 기후테크 혁신을 꾀하고 있다.

특히 창업·벤처 단계에서는 ▲협력 스타트업 선발·육성(2018년 이후 235개사) ▲사내 멘토단 운영(316명·787회 멘토링) ▲초기창업·창업도약 패키지(394개사) ▲물산업 혁신창업 공모전(674개팀 참여·90개사 성장지원) 등을 통해 초기 기업 발굴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투자까지 연결…공공이 ‘마중물’ 역할 수행

기술과 실증만으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자금이 없다면 사업은 중단된다.

K-water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펀드 출자에 나섰다. 2019년부터 약 1200억 원을 투자해 총 7000억 원 규모 펀드 조성에 참여했다. 이 중 3800억 원이 기후테크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 재정 지원이 아니다. 공공이 투자 신호를 만들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마중물 전략’이다.

기후테크 투자에 관심 있는 36개 투자사가 모인 ‘물산업투자기관협의회’도 구성해 다수 투자사가 참여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공공이 초기 리스크를 일부 흡수하자, 민간 투자가 자연스럽게 유입된 것이다.
K-water가 주최한 투자상담회 현장 / 출처=한국수자원공사
K-water가 주최한 투자상담회 현장 / 출처=한국수자원공사

실증에서 끝나지 않는다…판로와 해외까지 연결

K-water 모델의 핵심은 ‘끝까지 연결’이다.

실증 이후에는 ▲공공 조달 ▲구매상담회 ▲국내외 전시회 ▲해외 테스트베드 ▲무역사절단 등으로 이어지는 판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K-water는 CES, ENVEX 등 글로벌 전시회 참여 지원과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이 초기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외시장개척단 운영과 정부 수출지원사업(외교부 IBS, 중기부 동반진출 등)도 연계해 수출 역량 강화와 해외 판로 확대를 지원한다. 디지털워터플랫폼 ‘wateRound’를 통해 솔루션 거래 환경과 클라우드 비용, 초기 판로 개척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2024년 기준 81개 기업·65종 솔루션 등록).

즉, 공공이 첫 고객이자, 시장 연결자, 글로벌 진출 파트너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다. 이처럼 다각도로 지원을 펼치자 판로 측면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중소기업기술지원제품 직접 구매액이 2020년 168억 원에서 2024년 846억 원으로 급증하며 연간 수백억 원 규모로 유지되고 있으며, 해외 수출액은 2020년 428억 원에서 2024년 2355억 원으로 약 5배 이상 증가했다.

민간 시장과의 연계 및 해외 진출 지원 강화 추진…예비 유니콘 추가 발굴 목표

K-water의 공공 중심 지원 구조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기 위해서 몇 가지 과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살펴본 것처럼 현재 K-water 모델은 실증 기회 제공과 초기 시장 형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 시장과의 연계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 테스트베드를 통해 확보한 실적이 민간 시장에서도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과 사업 확장성, 규제 및 제도 개선 측면의 보완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컨대 납품 실적이 있어야만 공공 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를 현실화하여 공공 프로젝트와 민간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

결국 공공이 만든 성장 사다리가 민간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정교하게 완성하는 것이 K-water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K-water는 공공의 ‘앵커’ 역할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는 예비 유니콘 추가 발굴과 글로벌 전시회 동반 참가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순 지원을 넘어 초기 시장 형성과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끌어내는 구조를 정교화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공동 개발한 기술의 실증 사례를 확대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 개선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는 데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공공 중심 오픈 이노베이션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데이터로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기후테크 컴퍼니빌더 설립 추진계획을 설명하는 이은진 부장 / 출처=한국수자원공사
기후테크 컴퍼니빌더 설립 추진계획을 설명하는 이은진 부장 / 출처=한국수자원공사

이은진 K-water 창업혁신부장은 “K-water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발굴부터 법인 설립, 초기 운영까지 전주기 지원을 실행하기 위해 협업형 컴퍼니빌더(스타트업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초기부터 수요와 현장 적용 환경을 정밀하게 설계하면, 딥테크 기업들이 실증 이후 흔히 마주하는 진입 장벽과 판로 단절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라며 “민간이 단독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기후테크 분야에서 공공이 초기 리스크를 분담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장 활성화를 도울 것이다. 이를 위해 K-water는 민간 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투자와 기술 이전, 스케일업까지 연결하는 ‘딥테크 특화 엔진’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