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공기청정기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 산업용 공조 설비, 가정용 공기청정기, 자동차 에어필터 등 필터가 들어가는 제품은 이미 일상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이 필터를 한 번 쓰고 버리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일회용 부직포 필터는 매년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한다 / 출처=셔터스톡
현재 시장의 주류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스터(PET) 기반의 부직포 필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S인사이더에 따르면, 세계 부직포 필터 시장은 2025년 약 85억 4000만 달러(약 11조 원)에서 2033년까지 143억 2000만 달러(약 21조 8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으로 420만 톤 이상의 부직포 필터가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회용 부직포 필터는 매년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시키며 환경 오염의 또 다른 주범이 되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탄소 중립과 순환 경제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회용 필터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직포 필터, 생산부터 폐기까지 탄소 배출의 연속
지난 수십 년간 표준으로 자리 잡은 헤파(HEPA) 필터는 초미세먼지를 99.97% 이상 제거하는 고효율을 자랑한다. 저렴한 원가와 초기 여과 성능 덕분에 시장을 독점해 왔다. 특히 무작위로 얽힌 섬유 조직 사이에 먼지를 가두는 심층 여과 방식은 초기 먼지 포집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 방식은 재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 된다.
유해 물질을 머금은 부직포 필터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 출처=EcoFilter Analysis Report 부직포 필터의 주원료인 PP와 PET는 석유화학 제품으로, 생산 단계부터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 기술기업 카본클라우드 연구에 따르면, PP 수지 1kg을 생산하면 약 4.77kg의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나온다.
사용 과정에서 공기를 정화해야 할 필터가 오히려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룬 과학 연구 논문도 있다. 진행된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고풍량의 공기 흐름과 진동에 노출된 부직포 필터는 사용 후 약 35~42일이 지나면 조직이 약해지며 섬유 입자가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공기 중에 비산되기 시작한다. 노후화된 필터 사용 시 사람이 들이마시는 미세플라스틱이 체중 1kg당 일일 최대 44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비용이 가장 크다. 유해 물질을 머금은 필터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플라스틱 필터 1톤 소각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3톤으로, 종이(1톤 소각 시 약 1.4톤의 이산화탄소 발생)보다 2배 이상 많다. 소각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도 생성된다. MIT 연구 자료에 따르면 매립하는 경우도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 침출수는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금속 필터,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
세척 가능한 금속 필터는 재사용된다 / 출처=프로덕트테크 부직포 필터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세척 가능한 금속 필터다.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메쉬를 적층해 제작되는 금속 필터는 부직포 필터에 비해 입자가 큰 먼지만 걸러낸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정전기적 포집 기술을 결합해 상업용 건물에서 프리·미디엄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 고온 다습한 극한 환경에서도 변형이 없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금속 필터 초기 제작 시 탄소 배출량은 부직포보다 약 5배 높지만, 사용 6개월에서 1년이 경과하는 시점부터 누적 배출량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전 과정 평가(LCA) 관점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훨씬 친환경적이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이점을 가진다.
건물 전체 에너지의 약 40~60%를 차지하는 공조 시스템(HVAC)에서 약 3분의 1 가량은 공기를 순환시키는 팬 동력에 쓰인다. 이때 금속 필터의 초기 압력 손실(공기 저항)은 부직포 필터 대비 절반 수준으로, 팬 가동 에너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먼지가 쌓일수록 저항이 커져 전력 소모를 부추기는 부직포와 달리 금속 필터는 세척을 통해 성능을 복원할 수 있어 연간 전력 소비를 약 10~20% 절감할 수 있다.
상업 시설에서 부직포 필터 교체 주기는 통상 3~6개월, 산업 현장이나 병원 등 오염 부하가 높은 곳에서는 1개월 미만인 반면, 금속 필터는 제품 수명이 통상 5~10년에 달한다. 이 수명 동안 약 1만 8000개의 부직포 필터 폐기물을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 수명이 다한 뒤에도 고철 자원으로 100% 재활용된다.
금속 필터로 환경을 혁신하는 프로덕트테크
프로덕트테크의 금속 필터 / 출처=프로덕트테크 ‘프로덕트테크’는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 금속 무기광물 복합체 필터를 개발 중인 환경 스타트업이다. 특히 기존 금속 필터의 한계로 지적되던 여과 효율 문제를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다. 박재민 프로덕트테크 대표는 “부직포 필터보다 기공은 크지만, 금속 필터는 도체이기 때문에 강력한 정전기적 성능을 부여하기에 유리했다”며, “직접 개발한 특수 세라믹 복합소재를 코팅해 미세 먼지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원리를 적용, 낮은 전력 소모로도 높은 포집 효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코팅은 세척 후에도 반영구적으로 유지되며 악취 제거와 세균 증식도 억제한다.
현재 프로덕트테크가 개발한 금속 필터의 먼지 포집 효율은 최대 95%로, 산업용 공조 시설과 지하철, 공공기관, 다중 이용시설 등 대형 공조 설비에 바로 적용 가능한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프로덕트테크는 지난해 8월부터 충북Pro메이커센터와 협력해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필터 성능을 실시간으로 정량화하는 ‘공기질 모니터링 SaaS 솔루션(PEK 솔루션)’도 구축해 실제 공기 질 개선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내년 프로덕트테크는 B2C 공기 정화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 출처=셔터스톡 나아가, 내년에는 B2C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박재민 대표는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의 번거로움과 환경 오염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다”며, “현재 헤파(HEPA) 등급인 99.97% 효율 달성을 위한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속 필터 솔루션은 탄소 중립, 미세플라스틱 차단, 경제적 합리성을 모두 잡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속 필터는 공기 정화의 가치 사슬 전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편한다. 일회용 부직포 필터는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거대한 탄소 발자국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남긴다.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시대, 필터는 소모품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깨끗한 공기를 위해 쓰레기를 생산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이제 필터부터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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