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날씨 더워지니 ‘홈런볼’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0일 03시 00분


[사이언스 & 테크]
美서 메이저리그 홈런 22만 개 분석…온도 4도 오르면 시즌당 15개 더 나와
높은 기온에선 공기 밀도 낮아져…2100년엔 홈런 10% 늘어날 듯
전문가 “기후변화 위험성 보여줘”

게리 산체스 뉴욕 양키스 선수가 2016년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 경기장에서 홈런을 치는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게리 산체스 뉴욕 양키스 선수가 2016년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 경기장에서 홈런을 치는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홈런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평균 기온이 높아지며 공기 밀도가 낮아져 타자가 친 공이 더 멀리 날아갔다는 설명이다. 지표면 온도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상승하면 2100년에는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나오는 홈런 중 10%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크리스토퍼 캘러핸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원 연구팀은 201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열린 10만 건의 경기와 타자의 홈런볼 22만 개를 분석해 기온 상승과 홈런 개수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미국기상학회보’에 발표했다.

● “더울수록 홈런 늘어” 입증됐다

날씨가 더울수록 타자가 홈런을 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는 야구 팬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속설이다. 연구팀은 높은 기온이 홈런 확률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표면 온도의 상승 폭과 함께 메이저리그가 열린 30개 경기장의 시즌별 홈런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각 경기장에서 기온을 제외한 다른 조건이 유사할 때 타자가 친 공이 홈런으로 이어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기온 상승이 홈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살폈다. 공을 친 선수와 그의 경기력, 선수가 사용한 방망이와 공의 재질 등 다양한 정보를 고려하며 공을 치는 순간의 영상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표면 온도의 상승은 홈런의 확률을 높였다. 지표면 온도와 홈런 개수 간의 상관관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메이저리그 경기장은 시카고 컵스 팀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 이곳에선 지표면 온도가 1.5도 상승했을 때 시즌당 평균 3개의 홈런이 늘어나는 등 기온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표면 온도가 2도 상승한 기간에는 평균 7개의 홈런이 기온의 영향을 받았으며 3도 상승했을 경우 평균 11개의 홈런이 더 나왔다. 4도 이상 온도가 상승했을 때는 기온의 영향을 받은 홈런 수가 시즌당 15개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리글리 필드는 주로 주간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이다. 기온 변화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게 미치는 야간 경기가 거의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기온의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기온 상승의 영향이 가장 미미했던 경기장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로피카나 필드’였다. 이 경기장은 메이저리그 경기장 중 유일한 완전폐쇄형 구장이다. 이 지역의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천장이 완전히 덮인 돔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러한 구조의 영향으로 지표면 온도 상승이나 하강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전통적인 인기 팀으로 분류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와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은 지표면 온도가 3.5도 상승했을 때 각각 13개, 14개 홈런이 기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펜웨이 파크는 미국 보스턴주에 있으며 양키 스타디움은 뉴욕주에 위치해 있다.

● 야구공 비거리는 기온과 고도에 예민


돔 형태로 지어져 경기장 지붕이 막혀 있는 트로피카나 필드 경기장.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돔 형태로 지어져 경기장 지붕이 막혀 있는 트로피카나 필드 경기장.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기온이 높을수록 홈런이 잘 터지는 이유는 야구공의 비거리가 기온과 고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20년 세상을 떠난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어데어 전 예일대 물리학 교수의 1990년 저서 ‘야구의 물리학’에 따르면 온도가 상승할 때 기체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공기의 밀도는 낮아지게 된다. 고도가 올라가면 기압이 하강하면서 역시 공기의 밀도가 낮아진다.

어데어 교수에 따르면 120m를 날아가는 공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기온이 5.56도 상승하면 비거리는 1.2m가 늘어나며 홈런 확률이 12% 증가한다. 고도가 305m 상승했을 때는 비거리가 2.0m 증가하며 홈런 확률은 12% 높아진다.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면 공기 저항력이 감소해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경기에선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홈런의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2010년 이후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나온 홈런 중 1%가량이 기온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지표면 온도가 이보다 높아지는 2100년에는 시즌당 10%가량의 홈런이 기온 상승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제러미 드실바 미국 다트머스대 석좌교수는 “기온 상승이 메이저리그 홈런 개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기후변화의 영향력과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홈런볼#미국기상학회보#야구공 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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