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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페달 4시간, 축구 2시간…운동도 다다익선[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입력 2022-09-25 07:30업데이트 2022-09-2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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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민영호 골프협 위원장 다양한 스포츠
우울증 탈출에 자전거 축구 보약
무리 금물…철저한 워밍업 부상 예상
하체 단련 덕분 70대 골프 스코어
은퇴 후 우울증을 겪은 민영호 대한골프협회 핸디캡위원장은 자전거,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되찾았다. 민영호 위원장 제공

은퇴한 사람은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높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공개한 ‘중고령층 근로활동이 인지기능 및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0~75세 중고령자가 은퇴 후 정신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정신과 진단 경험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고, 우울증도 60세 이후에 조금씩 증가했다. 반면만 은퇴한 사람은 정신과 진단 경험 비율과 우울증 발생률이 훨씬 많게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은 은퇴는 고령자의 삶에 경제적, 심리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은퇴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인지기능도 저하되어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은퇴 전보다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에 대해 “활동이 줄어들어 낮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밤에 불면증이 발생하고 머리 속에 잡념과 부정적인 생각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체력은 근력이 좌우하는 데 활동이 저하되면 근력이 더욱 떨어진다. 활동이 제한되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입맛이 떨어져 영양공급이 부족해지고 근력을 더 약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페달 밟으며 불면증 잡념 탈출
한국 골프 지도자 1세대로 꼽히는 민영호 대한골프협회 핸디캡위원장(74)은 10년 전 골프장 사장직과 대학 겸임교수 자리에서 잇따라 물러난 뒤 우울증에 시달렸다. 민 위원장은 “현역에서 물러난 뒤 무기력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더라. 은퇴 전에는 전화에 불이 났는데 어느새 연락도 뚝 끊겼다. 내가 무엇을 했나 싶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994 일본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시상식을 마친 뒤 카메라 앞에 선 한국 골프 대표팀 모습. 민영호 대한골프협회 핸디캡위원장은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다. 허석호, 김창민, 강수연, 송채은, 한희원 등 남녀 대표 선수도 보인다.

1970년대 골프 국가대표 출신인 민 위원장은 과거 두 차례 아시안게임(1986년 서울, 1994년 히로시마)에서 한국 골프대표팀 감독으로 금 1개, 은 2개, 동 2개의 메달을 이끌었다. 당시 박세리, 강수연, 한희원, 최광수,곽유현, 김종필, 허석호 등을 지도했다.

한국 골프 저변 확대에 기여하며 오랜 세월 현장을 지켰기에 은퇴에 따른 무기력증이 커져만 갔다.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우연히 접한 자전거가 보약이 됐다. 매일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판교까지 22km를 오가거나 서울 잠실 선착장까지 66km 왕복 코스를 5시간 내외로 달렸다. “주중에 하루 평균 40km 페달을 밟으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더군요. 팔과 허벅지 근육도 좋아졌어요. 당뇨 걱정도 안합니다.”

지인들과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사이클 일주를 가거나 만경강 라이딩 등 전국의 자전거 명소를 찾기도 했다. 어느새 자전거도 주행 목적과 거리에 따라 세 대를 갖게 됐다고 한다.

서경묵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명예교수는 “자전거 탈 때 페달링은 허벅지 힘으로 하게 돼 무릎이 안 좋은 노년층에게도 좋고 심폐기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축구장 갈 땐 자전거 타고 워밍업
민영호 대한골프협회 핸디캡위원장(74)은 토요일이면 아침 축구 모임에 나가 공을 차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 민영호 위원장 제공

자전거로 활력을 찾은 민 위원장은 토요일에는 ‘아축사(아침 축구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조기 축구회에서 공을 찬다. 20대부터 80대까지 구성된 팀에서 그의 나이는 두 번째로 많다. 포지션은 레프트 윙. 양발을 모두 쓰며 결승골을 넣거나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도 있다. “오전 6시 정도부터 2시간 게임하고 해장국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귀가합니다. 그렇게 개운할 수 없어요.”

민 위원장은 “축구를 하다보면 세상에 독불장군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단체로 어우러져 살아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석훈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은 우울증 개선 뿐 아니라 불면증과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고 근력 강화와 식사량 늘리는 데도 필수다. 수면장애가 있다고 수면제부터 찾는 건 좋지 않다. 잘못된 습관부터 고쳐야한다”고 조언했다.

유산소 운동은 우울증 환자의 증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꾸준한 운동은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며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늘려 신경세포의 재생 및 가소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테니스 재능기부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기본 자세를 배우고 있는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몸이 가벼워야 긍정적 사고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는 “운동과 심리적 건강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최근에 많이 이뤄지고 있다. 몸과 마음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 관계다. 몸이 아플 땐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감과 무력감을 경험하고 몸이 가볍고 건강상태가 좋을 땐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또 “우울감과 무력감을 없애려면 근육에서 많은 에너지를 생성해야 한다. 운동은 귀한 호르몬 생성을 돕는데 옥시토신은 불안,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운동을 통한 활성산소 배출은 기분을 한결 가볍고 상쾌하게 한다”고 말했다.

민영호 대한골프협회 핸디캡위원장(74)은 은퇴 후 다양한 운동을 통해 우울증에서 벗어나 심신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민영호 위원장 제공
70대 중반에 자전거와 축구가 위험하지 않은지 주위의 우려도 듣는다. “부상은 나이를 보고 찾아오지 않아요. 2주 전에 젊은 친구가 축구하다 졸도를 해 실려 갔습니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절대 무리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평소 몸 관리를 잘 해둬야 하고요.”

민 위원장은 축구를 하러 갈 때 자전거로 3km를 이동한다. 자연스럽게 워밍업이 된다는 게 그의 얘기. 자전거 속도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시속 25km 내외를 유지한다. 민 위원장은 “자전거 라이딩을 연일 하다 보면 몸에 이상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럴 때 무조건 쉬면서 템포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 70대 중반에도 비거리 200m

민영호 대한골프협회 핸디캡위원장(74)은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70대 골프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민영호 위원장 제공
1968년 골프를 처음 입문한 민 위원장은 해병대(218기)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1970년대 골프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골프 지도자로 변신해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면서 국내 골프 붐 조성에도 기여했다는 평가. 한국중고골프연맹 부회장을 거쳐 대한골프협회 핸디캡위원장을 맡아 골프장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코스 레이팅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오랜 세월 골프와 인연을 맺고 있는 민 위원장은 여전히 필드 고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곧잘 70대 스코어를 칩니다. 새벽마다 러닝 어프로치 등 쇼트게임 연습도 하지만 자전거와 축구로 꾸준히 하체를 단련한 덕분이에요. 드라이버가 200m 이상 나갑니다. 또래 친구들과 골프 치면 동반자들에게 부러움을 사긴 합니다. 허허”

민 위원장은 여러 스포츠를 즐기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들에게 1주일에 150분 이상 운동할 것을 권장한다. 질병을 예방하고 체력을 기르는 데 적어도 하루 30분씩 주 5일을 운동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소 3가지 이상의 운동을 돌아가면서 할 때 운동량을 쉽게 늘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러 운동을 하면 동기와 재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 다다익선이라고 했나. 운동도 마찬가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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