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 운동 권하면서 정작 난… 새벽 달리기 시작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1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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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새벽 달리기를 위주로 운동을 한다.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날에는 다른 운동과 활동들로 보충하는 ‘하루 운동 총량’ 규칙을 지킨다. 안 교수가 병원에서 짬을 내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수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새벽 달리기를 위주로 운동을 한다.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날에는 다른 운동과 활동들로 보충하는 ‘하루 운동 총량’ 규칙을 지킨다. 안 교수가 병원에서 짬을 내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40대로 접어들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이들이 많다. 의사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빠듯한 일정 때문에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의사가 적잖다. 안수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54)도 그랬다. 안 교수는 이 병원 비만대사클리닉에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 치료도 담당한다. 환자들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강조했지만 자신은 실천하지 못했다.

8년 전 40대 중반에 들어서자 위기가 시작됐다. 건강검진 결과 간수치,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당장 큰 병에 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료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관리를 제대로 하면 정상 수치로 돌릴 수 있다”며 운동을 권했다. 그제야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하면서 정작 자신은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도 되찾고 환자들에게도 모범을 보이기로 했다. 집 근처 양재천변에서 5㎞ 새벽 달리기를 시작했다.
● 중년의 위기 느껴 운동 시작
안 교수가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첫째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둘째,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셋째, 짧은 시간을 투자해도 효과가 크다.

쉽지는 않았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제대로 달리지도 못했다. 목표인 5㎞는 고사하고 고작 500m를 달렸는데 에너지가 고갈됐다. 나머지 4.5㎞는 걸었다. 그러다보니 운동을 끝내기까지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일단 걷기부터 익숙해지자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걸었더니 조금은 편해지는 듯했다. 다시 달리기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5㎞을 오롯이 달리는 데는 실패했다. 2개월 동안 이런 도전과 실패가 반복됐다. 그러다 마침내 5㎞ 거리를 쉬지 않고 30분 만에 뛰는 데 성공했다. 일단 성공하자 달리는데 속도가 붙었다. 4개월이 더 지나자 시간이 20분으로 단축됐다.

1년 정도 꾸준히 새벽 달리기를 한 결과 건강 지표는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효과를 톡톡히 봤으니 운동에 흥미가 생겼다. 이후로도 안 교수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양재천변에서 새벽 달리기를 했다. 가급적 매일 달리는 게 목표였지만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날 회식이 있었거나 이른 아침 회의가 잡혀 있을 때면 달릴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많아야 1주일에 3,4회 달린다.

새벽 달리기를 시작하고 2,3년 정도 흘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도 좋아졌는데…. 못하는 날이 아쉽다.’
● “운동 총량의 법칙을 실천하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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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자신만의 운동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른바 ‘하루의 운동 총량’을 맞추는 방식이다. 새벽 달리기를 못하면 다른 운동을 대신 하거나 활동량을 늘려 하루 운동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날씨가 너무 나빠 새벽 달리기를 못할 경우에 대비해 집안에 실내 자전거를 들여놓았다. 달리지 못하면 30분 동안 비슷한 강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아침 일찍 회의가 잡혀 있어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를 모두 못할 수 있다. 이런 날에는 의도적으로 많이 움직인다. 우선 출근하기 전에 스쾃 20회, 다리를 수평으로 들어올려 앞뒤로 진자처럼 흔들기 20회를 이어서 한다. 두 동작을 2세트씩 하고 스트레칭까지 하는데 약 4,5분이 소요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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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에는 병원에서도 시간을 쪼개 운동한다. 야외로 나가 줄넘기를 하면 봄날의 졸린 기운도 사라진다. 병원 내 직원용 헬스 시설에서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도 한다.

안 교수는 “운동 총량의 법칙이라고 해서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틈나는 대로 운동 시간을 확보해 운동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틈새 운동’으로 지금은 습관이 됐단다. 평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수술이 끝난 뒤 다음 환자의 수술을 시작하기 전 대기실에서 스쾃이나 스트레칭을 한다. 해외 학회에 참가할 때도 짬을 내 스쾃과 다리 들어올리기 운동을 한다.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달린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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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수화물 줄인 소식(小食) 시도
운동만큼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안 교수는 “과식하지 말고 소식하자”고 늘 마음을 다잡는다.

일단 아침과 점심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아침에는 탄수화물을 가급적 먹지 않는다. 계란과 콩을 발효시킨 음식이 주 메뉴다. 조촐한 아침 식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 아침 공복 때가 축적된 지방을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몸 안에 쌓인 지방을 꺼내 쓰기보다는 당장 먹은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점심 식사는 수술이 잡혀 있으면 김밥 반줄과 우유 한 잔으로 대체한다. 외래 진료가 있을 때는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는다.

문제는 저녁 식사다. 회식이나 학회 모임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양을 줄여 먹으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식사량이 늘어난다. 술이라도 마시면 다음날 해장국이 당길 때도 많다. 해장국은 대체로 열량이 높다.

이 모든 유혹을 넘기기 위해 안 교수는 스스로에게 “과식하지 말고 소식하자”고 다짐한다. 이러다보면 실제로 회식에서 두 번 젓가락을 놀릴 것을 한 번으로 줄이게 된다. 해장국의 유혹이 강하면 운동량을 늘린다. 땀으로 염분을 내보내고 열량을 소비함으로써 해장하는 셈이다.

안 교수는 “식사량을 단번에 줄이기보다는 서서히 줄이는 쪽을 택했다”면서도 “식이요법도 중요하지만 중년 이후 건강을 유지하려면 열량을 소모하고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하루에 일정 시간 운동하는 것만큼 건강 증진 효과가 큰 방법은 없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안수민 교수는 ‘운동 총량’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어떻게든 하루에 필요한 운동과 활동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교수는 운동 종목과 목표를 정하라고 했다. 운동 종목은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은 것이어야 하며 목표는 가급적 크게 잡는 게 좋단다. 가령 매일 5㎞를 15분 이내에 주파하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500m 정도는 걷게 된다. 그는 “목표가 커야 실패할 때 깨지는 조각도 큰 법”이라고 했다.

둘째, 처음에 설정했던 목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목표를 당장 달성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가지면 안 된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달성하자. 물론 처음에는 앓아누울 정도로 몸 이곳저곳이 쑤실 수도 있고, ‘이걸 꼭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하면 된다. 안 교수는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셋째, 주로 하는 운동을 하지 못할 때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법을 많이 찾아두고 실제로 실천해야 한다. 안 교수의 경우 새벽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날에는 반드시 스쾃과 다리 들어올리기를 한다. 이처럼 각자 상황에 맞춰 실천할 수 있는 운동 종목을 찾으라는 뜻이다.

넷째, 일상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건강법을 찾아 실천한다. 가령 3개 층 이내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밥 한 숟가락 덜어 먹기 등이 그런 것이다. 이런 일을 이뤄냈을 때마다 한번씩 자신을 칭찬하자. 사소한 성취감이 쌓이면 이런 활동이 좋은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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