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캠퍼스타운 김경환 단장, "인문·사회 창업에도 기회··· 작년 투자만 8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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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21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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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가 존재하는 목적은 아니다. 창업도 결국 그렇다. 위험 부담을 지고 가야 거두는 법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에게 그 몫을 지울 게 아니라 우리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손을 보태야 하는 시대다. 그래야만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

성균관대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에서 만난 김경환 단장은 영국의 천문학자 존 에버쉐드(John Evershed) 말을 인용해 새싹기업(이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 정부는 국내 창업 및 벤처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17년부터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해 정책 지원과 규제 혁신에 나서는 한편, 벤처투자촉진법을 신설해 민간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나 정책 금융의 연대보증과 부담금의 면제 범위를 확대하고, 성장 단계별 정책 자금을 확충하는 등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 조성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김경환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을 성균관대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에서 만났다. 출처=IT동아
성균관대학교 김경환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을 성균관대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에서 만났다. 출처=IT동아

우리 정부가 창업 생태계를 띄우는 이유는 그간 시장경제의 흐름이 대기업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혁신 중소벤처 기업 주도로 전환해 신 경제 성장 정책을 구축하고, 미래 경쟁력과 일자리 문제를 폭넓게 해결하고자 한다. 김 단장이 이끌고 있는 성균관대 캠퍼스타운도 이와 같은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서울특별시 캠퍼스타운 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대학과 청년, 지역 주민이 상생하는 지역 공동체 구축을 위해 시작됐고, 2021년 기준 서울 54개 대학 34개 캠퍼스타운에서 646개의 창업 팀이 활동하고 있다. 사업 5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34개 캠퍼스타운 중 성균관대 캠퍼스타운이 거둔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캠퍼스타운, 1인 창조기업에게 열린 문

김경환 단장은 성균관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원장 및 창업지원단 부단장, 실험실창업혁신단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또한, 수원시창업지원센터장과 한국생산성학회장, 산업클러스터학회장, 한국제품안전학회장 등 창업과 관련된 유수의 기관을 거친 바 있다. 먼저 성균관대 컴퍼스타운 사업의 범위와 구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성균관대학교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에서 창업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IT동아
성균관대학교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에서 창업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IT동아

김 단장은 “캠퍼스타운사업은 올해 추진되는 창업중심대학사업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대학을 위한 창업 지원 사업이며, 지자체와 함께 지역 사회와 현안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운영은 2016년부터 창업지원단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성균관대 특유의 빠른 의사 결정 능력을 바탕으로 예비 창업부터 초기 창업, 그리고 투자까지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입장에서 캠퍼스타운 사업이 특별한 이유는 인문사회 분야의 1인 창조 기업,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는 자연과학캠퍼스와 인문사회과학캠퍼스가 분리되어있는데, 기술 창업이 주를 이루는 자연과학 분야의 스타트업과 달리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위한 창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성균관대는 이 부분의 간극을 캠퍼스타운 사업을 토대로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창업지원단의 경우 캠퍼스타운 사업이 외에도 과기부의 ‘한국형 I-Corps 사업’과 과기부 및 교육부의 ‘실험실특화형 창업선도대학사업’, 중기부의 예비창업패키지 및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역 사회와의 상생은 물론 청년 일자리도 해결해

88후드의 예술 협업 성과. 출처 = 88후드 인스타그램
88후드의 예술 협업 성과. 출처 = 88후드 인스타그램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한 지역 상생,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고 있을까? 김 단장에게 예를 부탁하자 ‘88후드’라는 기업을 소개했다. 김 단장은 “88후드는 예술가와 지역 기반 산업, 사회적 기업 등을 연결해주는 기업으로,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청년 프리랜서 예술가들과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방향을 그리고 있다”라면서, “실제로 창신동 완구거리나 종로 상권의 소상공인들과 프리랜서 청년 예술가들을 매칭해 디자인 작업, 식당 인테리어, 팸플릿 등을 진행해주고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예술가와 소상공인이 모두 매출을 올린다. 일회성 지원 사업이 아니라 연속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종로구에서 진행한 사업을 정리한 책자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지난해 종로구에서 진행한 사업을 정리한 책자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아울러 코로나 이전에 구상했던 ‘종로 컴백 스트리트’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김 단장은 “종로 지역과 청년 창업을 모두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이 바로 관광이다. 그래서 혜화명륜성곽둘레길을 관광 자원화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해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라면서, “해당 사업은 인력을 양성하고 인터파크에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단계까지는 이르렀으나, 코로나 19로 관광 산업 자체가 냉각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추후 관광 산업이 재개되면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해 지역 상권 부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캠퍼스사업단은 창신동 상권위원회와 협업해 학교 인프라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얼리나 미디어 등 문화 예술과 관련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각 기관과 조율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과 달성··· 올해도 다르지 않다”

캠퍼스타운 사업이 5년차에 접어들면서 사업 운용이 명확해지는 것은 물론,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원래 성균관대 캠퍼스타운 사업은 문화예술, 미디어 쪽과 관련된 1인 창조기업이 많다. 기술 창업 분야는 검증만 된다면 대규모 투자가 쉽게 진입하지만, 인문 사회 분야 창업은 그렇지 못하다. 이를 보조하기 위한 역할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성균관대 캠퍼스타운 사업은 작년에만 10개 기업에 총 8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인문 사회 계열 기업이 8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음에도 이뤄낸 성과다.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는 예비 창업부터 창업 지원, 투자까지 진행하는 공간이다. 출처=IT동아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는 예비 창업부터 창업 지원, 투자까지 진행하는 공간이다. 출처=IT동아

김 단장은 유연하게 제공된 기회와 성균관대 창업지원단의 인프라, 그리고 기업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원래 캠퍼스타운 사업은 해당 대학 뿐만 아니라 관내 지역 청년 모두에게 열려있다. 물론 학교마다 지원 기업에 따른 특색이 있지만, 성균관대는 지원 기업을 최대한 보조하는 게 목표라서 분야나 성과를 놓고 차별하지 않는다. 덕분에 많은 창업가들이 기회를 받게 되고, 이것이 투자의 결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또한, “종로구 혜화동을 중심으로 50여 개의 독립실 및 공유 오피스를 갖춘 여섯 개의 캠퍼스타운 창업지원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창업자들에게 뛰어난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캠퍼스타운의 원래 취지인 지역상생도 더 쉽게 실현한 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도 말했다.

올해의 목표도 다르지 않다. 김 단장은 “성균관대 캠퍼스타운 사업의 올해 목표 역시 1인 창조기업 지원이며, 특히 문화 예술 쪽의 기업의 수를 늘리는 게 목표다. 작년에는 71개 기업이 목표였는데 81개를 창업했고, 올해도 81개를 창업할 것이다. 그리고 이 창업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을 갖고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김경환 단장은 우리 사회 모두가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산업 구조가 재편된다고 말했다. 출처=IT동아
김경환 단장은 우리 사회 모두가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산업 구조가 재편된다고 말했다.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김 단장은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건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에 있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창업 기업이 각각 1/3의 비중을 가지는 게 이상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이 비중이 대기업에 편중돼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통한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이제는 이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위험 부담을 보조해야 하고, 그런 정책이 시장 생태계를 활성화한다. 학교와 기관은 갈수록 이 부분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며 말을 마쳤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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