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말 느린 아이, 소아 발달지연일 수 있어요

  • 동아일보

코로나로 병원방문 미뤄 진단 늦어
조기에 발견하면 재활치료로 호전

서지현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오른쪽)와 박은주 물리치료사가 2개월 영아의 재활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서지현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오른쪽)와 박은주 물리치료사가 2개월 영아의 재활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또래 아이들처럼 짜증을 부린다고만 생각했다. 발음이 다소 부정확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말이 조금 늦는 거겠지…”라고 여겼다. 회사원 이모 씨는 다섯 살 딸에게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씨는 최근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딸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언어적으로 불편함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서둘러 대학병원 진료를 받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자음명료도’가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았다. 발달지연의 한 갈래다. 의사는 발음이 불명확해 타인과의 소통에 불편함을 느끼고 결국 또래 집단에서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갈 생각을 못 했다”며 “조금 더 빨리 치료를 시작했으면 경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병원 진료를 주저하면서 소아 발달지연을 제때 진단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달지연은 소아 중 3∼15%가 겪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영유아의 이상 신호를 부모들이 제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코로나19로 병원을 찾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커졌다.

태어난 지 10개월 된 김모 양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 양은 신생아 때부터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우는 ‘사경’ 증상을 갖고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에서는 재활의학과 정밀진단을 권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병원 진료를 계속 늦춰 왔다. “크면서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가 기울면서 한쪽 방향으로만 눕는 습관이 굳어졌고, 얼굴 비대칭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10개월이 돼서야 이상을 느낀 부모가 김 양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진단명은 선천성 사경과 머리뼈가 비대칭으로 변하는 ‘사두증’. 김 양 부모는 조금 더 빨리 병원에 갔으면 사두증까지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사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소아는 성인에 비해 뇌가 외부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조기 진단과 신경 발달을 촉진시키는 재활 치료를 통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서지현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소아의 뇌는 3세까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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