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난해詩 수수께끼, 물리학으로 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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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팀, 삼차각설계도 등 해석
“4차원 시공간 건축 문학적 구현”

올해 탄생 111주년을 맞는 천재 시인 이상(사진)의 시 가운데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꼽히는 ‘삼차각설계도’(1931년)와 ‘건축무한육면각체’(1932년)의 제목과 일부 내용의 수수께끼를 기하학, 물리학적 방식으로 해석한 시도가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이수정 기초교육학부 교수와 오상현 미 머세드 캘리포니아대(UC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 연구원이 4차원 기하학을 토대로 이상의 시를 풀이해 ‘저널오브코리안컬처’ 54호에 논문으로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상의 시에 등장하는 ‘삼차각(三次角)’이라는 표현은 4차원 공간상의 방향을 좌표계에서 나타낼 때 쓰이는 3개의 각도를 의미한다고 봤다. 2차원 평면에서의 일차각, 3차원에서의 이차각을 확장한 것이다. 이전에는 ‘삼차각’을 비수학적인 의미로 보거나, ‘삼차원’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었다.

시 ‘건축무한육면각체’에 등장하는 ‘육면각’이라는 표현도 4차원으로 분석했다. 3차원 도형의 한 꼭짓점에서 최소 3개의 면이 만나듯, 4차원에서는 한 점에서 여섯 개의 면이 만나는데 이들이 이루는 각이라는 뜻이다. 무한육면각체란 3차원 물체의 시간에 따른 움직임을 4차원 시공간에서 본 것으로 해석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첫 구절인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 의중의 사각’도 공간의 차원을 계속 확장시켜 최종적으로 4차원 공간상에 존재하는 사각형을 표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기존에는 큰 사각형 안에 작은 사각형이 반복적으로 들어가 있는 모양으로 보고, 일본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 본점의 천장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상의 시는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4차원 시공간에서의 설계와 건축을 문학적으로 구현하려 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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