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정자 만들어지는 데 3개월 걸려… “아빠도 임신준비가 필요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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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스트레스 등으로
정자 수 줄고 운동성 떨어져
난임 원인의 절반은 남성 탓

정자가 만들어져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 건강한 정자를 만들기 위해 생활습관 개선이나 적당한 운동, 균형잡힌 식사 등 예비 아빠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정자가 만들어져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 건강한 정자를 만들기 위해 생활습관 개선이나 적당한 운동, 균형잡힌 식사 등 예비 아빠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남성 난임도 늘고 있다.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도 정자수가 감소할 수 있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는 아빠도 임신 준비가 필요하다.

자연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모양과 활발한 운동성을 가진 건강한 정자가 많이 필요하다. 건강한 정자는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성이 있고 머리와 중간부위, 꼬리 모양이 모두 정상인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자들이 충분히 있어야 험한 장벽을 뚫고 난자와 만나 임신이 가능하다.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는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 내에 임신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부부의 15% 정도가 난임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난임의 원인 절반은 남성에게 있다. 김기영 미즈메디병원 비뇨의학과 주임과장은 “남성 난임은 정자 때문”이라며 “정자의 운동성 저하, 수 감소 등 정자의 질이 떨어지면 임신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부족,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이유로 남성의 정액 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자의 질은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정자의 질적, 양적 개선을 기대하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생활습관 개선 등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정자가 만들어져 밖으로 나오기까지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정자는 고환에 있는 세정관이라는 기관에서 만들어진다. 세정관 속 정자세포는 정원세포부터 시작해 제1정모세포, 제2정모세포, 정세포를 거쳐 머리가 응축되고 꼬리가 생기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성숙한 정자가 된다. 이 과정이 약 74일 소요된다. 이렇게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부고환관과 정관을 이동해 외부로 나오는 데에 또 10∼14일이 걸린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 아빠라면 최소 3개월은 건강한 정자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이 밖에 남성 난임의 원인으로 정자형성 장애, 정자 이동 과정의 장애, 부부관계의 기능성 장애 등이 있다. 정자형성 장애는 고환에서 정상적인 정자를 만들지 못해 정자 수가 감소하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자 이동 과정의 장애는 고환에서는 정상적으로 정자가 만들어지더라도 부고환, 정관, 정남, 전립샘 등의 이상으로 정자 이동과 배출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발기부전, 사정장애 등에 의한 부부관계가 어려운 경우에도 임신이 안 될 수 있다.

김 주임과장은 “일반적으로 남성 난임은 한 가지 요인에 의해 유발되기보다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결과”라며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술-담배 줄이고 무리한 운동은 금물”
건강한 정자 만들기 위한 노력



○스트레스 관리: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난포자극호르몬(FSH), 황체형성호르몬(LH)과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은 건강한 정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늘어난다. 이 호르몬은 FSH, LH, 남성호르몬을 감소시켜 난임을 유발하기도 한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FSH, LH와 남성호르몬은 낮에 증가하고 밤에 감소한다. 그런데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거나 오랫동안 수면부족을 겪으면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정자의 질을 떨어뜨린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식사: 늘어난 지방조직에서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으로 바뀌는 비율이 높아진다. 여성호르몬 증가는 정자 생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한다.

○적당한 운동과 금연-금주: 적당한 운동은 체내의 활성화 산소를 연소하고 비만인 경우 지방조직의 양을 줄여 여성호르몬 비율을 감소시킨다. 또 스트레스로 활발해진 교감신경을 가라앉혀 고환 내 남성호르몬 증가를 유도해 건강한 정자를 얻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지나친 운동은 활성화 산소를 과도하게 분비해 정자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주 3∼4회 1시간 정도씩 유산소 운동을 추천한다.

흡연은 체내 활성화 산소를 늘려 정자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정자핵의 DNA를 손상시켜 난임을 유발한다. 또 알코올은 간 기능을 저하시키고 대사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하고 정자 형성을 방해한다.

○고환온도는 낮게 유지: 고환에서 정자가 만들어질 때나 정자가 부고환이나 정관을 통해 이동할 때 고환의 온도가 오르면 정자 수는 물론이고 운동성과 모양에 나쁜 영향을 준다. 사우나, 찜질방, 빈번한 반신욕은 피하고 조이는 속옷이나 바지는 입지 않는 게 좋다. 너무 오래 앉아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도 피한다. 고환 온도는 체온보다 1∼2도 정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임신#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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