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차트 'TOP100 차트'로 다시 부활, 음원 사재기 이제는 괜찮나?

동아닷컴 입력 2021-08-05 21:20수정 2021-08-0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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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를 휩쓸었던 음원 사재기는 실체 없는 유령과 같다. 매번 논란이 거세게 일어도, 끝은 흐지부지된다. 가수 박경이 일부 가수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으나, 박경이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사재기 문제로 처벌받은 이는 없지만, 그럼에도 공신력을 잃은 음원 차트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는 듯하다.

멜론 차트개편, 출처=멜론컴퍼니

결국, 음원 사재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멜론은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Hits 차트를 내놨다. 덕분에 사재기 논란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음에도, 멜론컴퍼니는 현재 음원 차트인 '24Hits'를 오는 9일부터 'TOP100'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2일 날 밝혔다. TOP100 차트는 최근 1시간 이용량과 24시간 이용량을 50 대 50의 비중으로 합산해 만들어진다. 사실상, 실시간 차트를 다시 내놓은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음원 사재기 논란


음원 사재기란 전문업체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음원을 의도적으로 반복 재생해 음원 사이트의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음원 사재기는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매크로를 통해서, 특정 가수의 곡을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를 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스트리밍·다운로드 횟수가 음원 차트 순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멜론 등의 음원 서비스는 휴대폰 번호 본인인증을 한 계정만 음원 서비스 이용권을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으므로, 사재기를 하려면 본인인증을 거친 계정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들은 최소 1만 개 이상의 계정을 구하고, 음원 서비스 이용권도 구매해서 공기계 등으로 음원을 재생한다. 대부분 해커가 해킹한 계정을 구매하거나, ‘유령 계정’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음원 사재기는 큰 비용이 들어가므로,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이익을 바로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의뢰인이 요구하는 음원 차트 순위가 높을수록 비용은 더욱 올라가는데, 음원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려면 1억~3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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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음원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음원 사이트 ‘톱100’ 차트 등에 들어간 음원을 주로 틀기 때문이다. 사재기를 통해서 대중에게 노래를 노출하면, 그 이후론 이용자들이 알아서 재생한다. 인지도가 높아져 히트곡이 되면, 계속해서 순위권에 머물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눈에 띄는 매대에 배치된 상품을 더 많이 고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NH투자증권의 ‘로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음악 서비스 이용자들이 주로 찾는 메뉴는 실시간 차트다. 음원 소비를 많이 하는 10대와 20대의 40%가 실시간 차트를 통해 음원을 소비하며, 30대의 27.5%가 실시간 차트에서 음원을 듣는다. 40대와 50대도 실시간 차트를 통해 음악을 듣는 비중은 각 15%, 7.5%이다. 많은 이용자가 실시간 차트를 통해서 음악을 들으니, 유명 가수도 실시간 차트에 진입하지 못하면 '한물 갔다'는 반응을 얻는 상황이다.

이러한 음원 사재기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위배되는 행위다. 음원 사재기가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증거 파악이 어려워 처벌로 이어진 적은 아직까지 없다. 2013년 SM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등 4대 기획사는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 조작행위에 대해 조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일자 가수 닐로와 숀의 소속사가 2018년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음원 사재기 의혹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진정서를 냈으나, 문체부는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데이터 분석으로는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행정기관이 음원에 관해 조사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라진 실시간 차트, 새롭게 등장한 24Hits


멜론 24Hits 차트, 출처=멜론

멜론의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단위로 음원 순위를 1위부터 100위까지를 보여주는 시스템이었다.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멜론은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 단위로 순위를 집계하는 24Hits 차트를 도입했다. 24Hits 차트는 최근 24시간 동안의 이용량 중 스트리밍 40%와 다운로드 60%를 반영하며, 음원 재생 횟수를 집계할 때 ‘1 아이디 1일 1곡’ 규칙을 따른다. 이용자 한 명이 하루에 노래를 수십 번 재생해도, 재생 횟수는 1회만 집계되는 것이다. 24Hits로의 개편으로 인해 음원 사재기 문제는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24Hits 차트에선 차트 상위권 곡의 순위 변동이 오랜 기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고인물 차트'라는 신조어가 나타나기도 했다. 인지도가 없는 신인급 가수들은 갈수록 멜론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어려워져, 새 얼굴을 발굴하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멜론컴퍼니는 “2~3년 전 발매한 음원이 차트에 들어가다 보니, 새로운 음원은 차트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최근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이 없어지면서 가수들이 음원 수입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따라 차트 변동성이 다시 커져서 새로운 음악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업계의 요청이 많았다. 이를 반영해 TOP100 서비스로 전면 개편하게 됐다"고 차트 개편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개편으로 '음원 사재기' 등의 차트 왜곡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멜론 측은 “새롭게 개편되는 시스템은 차트 변동성이 심한 1시간 차트를 50% 비중으로 설정했다.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이전 실시간 차트만큼 차트 왜곡이 일어날 만한 환경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멜론은 공정한 차트 운영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한 상태이다.

음원 시장이 나아가야할 길

일각에선 음원 사이트 순위가 수익의 중요한 토대인 구조에서는 사재기 문제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위에 목매게 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시간 차트는 폐지하되 주간 차트 등을 제공하고,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인 큐레이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경제의 논리로 보면, 사재기를 위해서 1시간 동안 스트리밍을 하는 것과 24시간을 하는 것은 비용 차이가 크게 난다. 그래서 실시간 차트를 없애면, 비용 대비 성과가 낮게 되니 사재기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실시간 차트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라 타인이 좋아하고, 인기 있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큐레이션 방식을 도입하면 개인 취향에 따라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음악이 소비되면서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차트로 인한 순위 경쟁은 음원 차트에서 인기를 끌법한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노래 길이나 주제 등이 획일화되면서,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지 않게 된다. 큐레이션이란 실험은 사재기 문제를 해소하고 음악의 다양성을 만들면서, 숨은 명곡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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