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등 8개 단체들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웹툰 본사에 기안84의 네이버웹툰 ‘복학왕’ 연재를 중단해달라는 내용 등이 담긴 요청서를 제출했다. (기본소득당 제공) 2020.08.19/뉴스1
네이버웹툰 ‘헬퍼2:킬베로스’를 향한 거세진 ‘여혐논란’에 작가 삭(본명 신중석)이 원고지 12매 분량의 사과문을 올렸다. 신 작가는 작품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직접 해명하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당분간 휴재에 들어간다.
신 작가는 지난 14일 오후 11시25분 헬퍼2 연재 페이지를 통해 헬퍼2 여혐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의 사과문을 두고 독자 의견란은 “막장 콘텐츠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의견과 “작가의 표현방식을 비난해선 안된다”로 나뉘고 있다.
◇“매주 권선징악 바라며 진심으로 그렸다…노인 고문 상상도 못 해봐”
헬퍼는 도시를 지키는 주인공 장광남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저승과 이승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시즌1은 독특한 그림체와 탄탄한 스토리, 수많은 명대사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시즌2가 기존 전체이용가에서 ‘만 18세 이용가’로 바뀌면서 폭력을 표현하는 방식이 더욱 잔인해졌고 학교 내 성폭행, 마약 투여, 불법 촬영물 촬영, 살인 등의 스토리가 담기면서 일부 독자들이 불쾌감을 토로했다.
논란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8일 유료로 공개된 247화였다. 이 화에서는 여성 노인 캐릭터 ‘피바다’가 알몸으로 결박된 뒤 마약을 투여받는 고문 장면이 나오는데 선정적인 표현방식으로 독자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후 11일 헬퍼 독자들로 이뤄진 커뮤니티 사이트 ‘헬퍼 마이너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는 공식 성명을 내고 해당화를 비판하며 문제를 공론화했다. 성명에는 “(남성이 느끼기에도) 평소 헬퍼의 여성 혐오적이고 저급한 성차별 표현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고 특히 이번 9일에 업로드된 할머니 고문 장면은 정말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를 두고 신 작가는 “본인 능력이 부족해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전달이 잘 안 됐다”며 “매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권선징악을 바라며 작업했다는 것만은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피바다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며 “180도 바뀐 정신변화를 납득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장면을 그리며 캐릭터에 미안했지만 그러기에 더욱 어설프게 표현하면 실례겠다 싶어 헬퍼 전 화를 통틀어 가장 전력을 다해 그렸으나 평소보다 더 세게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 작가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된 일부 장면은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며, 피바다 캐릭터는 향후 선한 영향력을 가진 과거의 캐릭터로 돌아간다.
◇작가 사과문 공개 이후에도…“막장 콘텐츠에 실망”vs“표현의 자유”
헬퍼가 네이버웹툰의 대표 인기작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작가의 사과문이 게시된 직후 독자의 반응도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입장과 작가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헬퍼 갤러리에는 “강간, 윤간 등의 스토리를 담은 웹툰은 애초 정상이 아니다”는 의견과 함께 “플랫폼 역시 인기있는 웹툰이라고 해서 스토리가 막장으로 가도록 둬서는 안 될 것”이라는 비판의 의견이 올라왔다.
작가의 표현의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독자는 “웹툰은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대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대필이라고 하고 (비판하는) 댓글을 보면 작가가 불쌍해진다”며 “불쾌하면 안 보면 그만”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의견은 지난 8월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성 인지 감수성 논란 당시에도 제기됐다.
기안84는 복학생 304화에 여성 인턴을 능력이 부족한 인물로 묘사, 노총각 팀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정사원이 됐다는 콘텐츠로 ‘여성혐오’ 논란에 중심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기안84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업계에서는 웹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창작자의 표현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새어 나온다.
만화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는 기안84 논란 당시 “창작의 결과는 취사선택의 사항이지 강압적 제공이 아니다. 독자는 선택의 권한이 있으며 스스로 혐오를 느끼며 비판할 권한 역시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비판과 자아 성찰 없이 문화는 발전할 수 없다. 창작물에 모범을 강요하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과문을 통해 신 작가는 웹툰을 향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만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수위에 대해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만화 쪽이 다소 엄격하지 않은가 생각했고 그런 부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표현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 같아 웹툰을 사랑하는 수많은 독자와 소수의 마니아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웹툰도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네이버웹툰 측은 “헬퍼2를 18세 이상가로 제공하면서 연재 중 표현 수위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사과한다”며 “앞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서 반드시 감안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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