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이 제주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지난달 13일 구름에 가려 있던 제주도 하늘이 모처럼 활짝 걷히자 한반도 상공에서 바다를 지켜보던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1호’의 눈에 불길한 징조가 포착됐다. 서해 남부에서 동중국해까지 수백 km에 이르는 ‘띠’가 서풍을 타고 제주도로 유입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띠의 정체는 동중국해에 떠다니다가 해류를 타고 한반도 서해와 제주도로 밀려든 황갈색 해조류인 괭생이모자반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8일까지 동중국해에서 한반도로 밀려드는 괭생이모자반의 거대한 띠를 추적한 위성영상을 공개했다. 괭생이모자반은 한해살이 조류로 바닷가 암반에서 자라다가 1, 2월 중 떨어져 나가 바다 위를 떠다니며 자란 뒤 수온이 높아지는 7월경 사라진다. 길게는 10m까지 자라는데 억센 줄기가 서로 얽히는 특성이 있어 1km 이상 길이의 띠를 이뤄 이동한다. 주로 제주도 남서쪽 중국 저장성 동중국 해안에서 대량 발견된다.
올해는 유독 많은 괭생이모자반이 제주도로 밀려들어 어민과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가 최근 한 달 동안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은 5106t에 이른다. 최근 5년을 통틀어 최대량이다. 전문가들은 괭생이모자반이 올해 유독 많이 유입된 원인을 찾던 중 천리안1호에 실린 해양관측장비(GOCI)가 포착한 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느 해와 달리 유입 패턴이 바뀐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괭생이모자반은 2월부터 6월까지 제주도와 남해안에 흘러들어 왔다가 7월 수온이 올라가면서 사라졌는데 올해는 괭생이모자반 띠가 2∼4월 사이 제주도의 서쪽을 스쳐 지나간 뒤 제주 서쪽 먼바다에서 증식하며 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월부터 서풍이 불자 해류를 타고 다시 제주 해안으로 밀려든 것이다. 손영백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 쪽으로 향했던 괭생이모자반이 갑자기 바람이 바뀌며 제주도로 밀려왔다”며 “바다에서 3개월간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양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괭생이모자반이 제주와 남해안에서 피해를 주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무렵부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11년부터 저장성 저우산군도 인근 해역에 바다숲을 조성하고 치어(어린 물고기) 서식에 유리한 괭생이모자반을 대량 양식하면서 한국의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괭생이모자반의 유입을 막지 못한다면 이동 경로를 미리 알아내 먼바다에서 건져내는 게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은 선박의 스크루에 감겨 운항을 멈추게 하고 양식장 그물을 찢기도 해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피해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부터 5년간 37억 원을 투입해 괭생이모자반 수거와 자원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경훈 전남대 해양생산관리학과 교수는 “어떤 선박에서든 괭생이모자반 수거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 2월 시제품을 제작해 수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을 처리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괭생이모자반 비료를 연구 중인 한영석 네오엔비즈 연구소장은 “괭생이모자반에는 질소와 인산, 칼륨 등 비료의 3대 주성분이 모두 들어 있다”면서 “식품 소재나 화장품, 사료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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