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화이투벤 셀트리온 품으로”… 셀트리온, 日 다케다제약 아·태지역 사업부문 인수

  • 동아경제
  • 입력 2020년 6월 11일 18시 31분


인수금액 3324억 원… 화이투벤 등 18개 제품 확보
한국·태국·호주·필리핀 등 9개 시장 판매권
첫 대형 M&A… 만성질환 치료제 국산화 계기 마련
오는 2024년까지 매출 1조 원 목표
케미컬 강화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도약

셀트리온이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사업부문의 R&D 역량 강화를 위해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프라이머리케어(PC)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셀트리온 첫 번째 대형 인수합병(M&A) 사례다. 이번 인수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9개국 시장과 18개 전문·일반의약품 특허 및 상표, 허가, 판매권 등을 확보하는 한편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당뇨 및 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제의 국산화 계기를 마련했다. 해당 사업부문 매출 목표는 오는 2024년까지 1조 원이다.

셀트리온은 11일 다케다제약(이하 다케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을 3324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케다로부터 아·태지역 ‘프라이머리케어(Primary Care)’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것이다. 인수는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기업결합신고 등 각 지역 관계 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4분기 내 사업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셀트리온은 한국과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 상표, 판매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해당 제품군은 이 지역에서 약 1700억 원 규모(2018년 사업연도 기준)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향후 한국과 동남아, 호주 등 시장에서 각기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판매를 이어갈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제품군에는 글로벌 개발신약인 네시나와 액토스(당뇨병 치료제), 이달비(고혈압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과 화이투벤(감기약),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등 국내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일반의약품이 포함됐다. 특히 네시나와 이달비는 각각 2026년, 2027년까지 물질 특허로 보호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셀트리온 측은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당분간 다케다 제조사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향후 기술이전 과정을 거쳐 셀트리온제약 c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생산시설에서 주요 제품을 생산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약은 셀트리온이 추진한 첫 번째 대형 M&A 프로젝트다. 그동안 높은 국내 수요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과점으로 인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었었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국산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을 통해 고품질 국산 오리지널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국가의료재정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셀트리온 관계자는 강조했다.
화이투벤
지난해 아·태지역 당뇨병 및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각각 3조 원, 2조7600억 원 규모(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로 집계됐다. 오는 2030년에는 총 11조 원 수준으로 시장 규모가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 성장전략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인 다케다의 전문의약품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당 제품군을 아·태지역 시장에 조기 안착시킬 예정이다. 또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등 셀트리온이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온 바이오의약품 제품군에 강력한 케미컬의약품 제품군을 보강해 명실상부 글로벌 종합 바이오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제품군 확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R&D 역량을 토대로 개량신약 및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신약 파이프라인 도입을 통해 당뇨·고혈압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추진 중인 미국 및 글로벌 조달시장 진출에도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국내 당뇨 및 고혈압 환자는 1700만 명에 달하고 만성질환을 3개 이상 보유한 환자도 전체 고령인구의 60%를 넘어서는 등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이번 다케다 아·태지역 제품군 인수는 외국계 제약사에 의존하던 필수 치료제를 국산화해 초고령 사회에서 국민보건 및 건보재정 건전성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업체로 올라서는 성장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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