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구글의 선봉장 기대됐던 HTML5게임, 예상보다 더딘 성장 왜?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4월 12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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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플 등 대형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대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 구글의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HTML5 게임들이 생각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 않아 업계 관계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HTML5 게임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바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대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여러 디바이스를 고려할 필요없이 한 가지 버저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개발에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 게임사에게 여러모로 이점만 가득한 차세대 게임으로 기대받았다.

html 이미지, 출처: 게임동아
html 이미지, 출처: 게임동아
다만, 이런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HTML5 게임들은 카카오게임즈의 스낵 게임, 네이버의 5분 게임 같은 미니 게임 수준에서 머무르면서 모바일 게임을 대체할 만한 수준까지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면서 뮤온라인H5나 라그나로크H5처럼 본격적인 RPG도 나오고는 있긴 하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플랫폼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생존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구글, 애플 등 대형 플랫폼 입점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HTML5 게임들이 여전히 구글, 애플에 의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현재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은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구글, 애플 스토어에서 검색해서 다운로드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포털에서 HTML5 게임을 별도로 검색한 후 페이지를 띄우고 회원가입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굉장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또한,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구글과 애플에서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피쳐드의 마케팅 효과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만큼 마케팅을 진행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카카오 스낵게임, 출처: 게임동아
카카오 스낵게임, 출처: 게임동아

구글과 애플로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고, 별도의 PC 버전을 연동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30%의 결제 수수료는 대형 플랫폼의 마케팅 효과에 대한 대가인 만큼, 이를 회피해 결제만 PC버전으로 유도한다면, 구글와 애플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별다른 마케팅 방법이 없어 전적으로 피쳐드에 의존해야 하는 해외 시장을 고려하면, 구글와 애플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은 자살 행위다. 물론, 오늘만 사는 겁 없는 몇몇 중국 게임사들이 이벤트 형식으로 결제 회피를 시도해 논란이 되고 있긴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과거 문화상품권 결제 방식 도입으로 마켓에서 앱이 내려갔던 윈드러너 등 몇몇 사례 이후 철저히 구글과 애플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고 있다.

또한,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하면 별도의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도 서비스할 수 있지만, PC버전을 선보일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출시와 운영 면에서 많은 번거로움이 생기게 된다. 30%의 수수료를 아끼려다가 잃는 것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다.

뮤온라인 H5, 출처: 게임동아
뮤온라인 H5, 출처: 게임동아

결국, HTML5 게임의 장점인 탈 플랫폼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마케팅 효과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이거나, 그만큼 막대한 마케팅을 감당할 수 있는 게임일 필요가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자체 플랫폼인 에픽게임스토어까지 이끌어낸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게임 중에서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하면 리니지 외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탈 플랫폼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디바이스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HTML5 게임의 장점도 별다른 의미가 없어진다. 기술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게임들만큼 높은 수준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 끌어쓰는 PC온라인 게임은 물론, 최근 등장하는 대형 모바일 게임과도 경쟁이 힘들다. 어차피 대형 플랫폼에 입점해야 한다면 HTML5로 게임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바이스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개발비와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결과물의 퀄리티만 바라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 의미없는 얘기다.

현재 전세계 게임 시장 상황을 보면 HTML5 게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포트나이트 사례처럼 대형 게임사가 HTML5 게임 시장을 위한 선구자로 나서 전세계 사용자들이 반할만한 기대작을 성공시키는 수 밖에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HTML5 게임을 만드는 회사 대부분이 그 선구자가 될 능력이 없고, 능력이 있는 회사라도 하더라도 선구자가 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포털에서 검색을 하고, 페이지로 들어가 회원 가입을 하는 것은 예전 PC온라인 게임 시절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변하면서 기존 PC온라인 게임 강자들까지 힘들어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 이 귀찮음을 감수하게 만들만큼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 능력이 있다면, 그냥 대형 플랫폼에 게임을 출시해서 성공시키는게 더 쉬울 수도 있다.

구글 스태디아, 출처: 게임동아
구글 스태디아, 출처: 게임동아

게다가, 더 큰 문제는 HTML5 게임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구글 스태디아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디바이스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HTML5 게임의 최대 강점이 더 이상 강점이 아니게 된다. 아직까지는 5G의 안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연 속도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5G가 정착이 되면 PS4, XBOX ONE 같은 고성능 게임기에서 즐기는 게임들도 어느 디바이스에서든 즐길 수 있게 된다. HTML5 게임이 그리는 미래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미래가 펼쳐지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AR/VR, 클라우드 게임, HTML5 게임 등 새로운 게임 세계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지만,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에 미래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테마파크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낸 VR 처럼, HTML5 게임도 남은 기간 동안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한 때 스쳐 지나간 기술로 남게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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