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림프절 전이 과정 국내 연구팀이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0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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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항암제 개발 새 단서

암세포가 전이되는 초기 과정을 국내 연구팀이 처음으로 자세히 밝혔다. 암세포가 다른 조직으로 전이될 때는 혈관을 통하거나 면역기관인 ‘림프절’을 통하는데, 그중 림프절 전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충근 KAIST 의과학대학원 연구원과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팀은 체내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을 분해한 물질인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 ‘사이언스’ 7일자에 발표했다.

림프절은 백혈구 등 각종 면역세포가 포함돼 있는 면역기관이다. 몸 곳곳에 동그란 형태로 존재하며 림프관이라는 긴 관으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 암이 전이되는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향후 치료 방향을 정할 때 중요하다. 특히 이곳에 도달한 암세포가 어떤 ‘먹이’를 먹고 새 환경에 적응하는지가 큰 관심사였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암세포는 포도당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유방암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갖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생쥐에게 지방산 산화를 억제하는 약물을 넣었다. 그러자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는 확률이 크게 떨어졌다. 림프절에 간 암세포는 지방산을 먹는다는 뜻이다. 림프절에 가는 데 성공한 암세포를 분석한 결과 지방산을 산화시키는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졌음도 확인했다. 또 지방을 분해하는 담즙산 성분도 많았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림프절에 전이한 암세포는 포도당을 먹던 ‘식성’을 바꿔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고 결론 맺었다.

림프절 전이 암세포의 독특한 ‘식성’은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한 좋은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단장은 “암세포가 지방산을 산화하는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항암제#암#림프절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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