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본 듯 하면서도 보지 않은 듯한... 소니 A7R 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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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29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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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A7R M3.(출처=IT동아)
소니 A7R M3.(출처=IT동아)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들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을 도입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성격에 따라 3가지 제품군을 도입한 것은 놀라운 발상이었다. 2,400만 화소 센서의 성능이나 가격대가 무난한 A7, 가격이 높지만 고화소 지향의 A7R, 고감도 지향의 A7S가 그것이다.

이 삼총사는 소니의 입지를 넓히는데 큰 도움을 줬다. 성격이 전혀 다른 카메라들은 서로 팀킬(아군 사살)하는 일 없이 각자 영역을 확고히 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 부분변경 모델(마크2)을 선보였으며, 이를 더 발전시킨 고성능 라인업 A9를 출시하기도 했다.

소니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A9은 근본적으로 A7 시리즈들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할 물건이기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세 카메라 제품들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A7R M3는 A9 이후 달라질 소니의 카메라 전략을 잘 보여주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A9에 기초한 본체 디자인

소니 A7R M3의 디자인은 기존 A7 시리즈가 아닌 A9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향후 출시 가능성이 있는 A7 M3와 A7S M3의 형태를 두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두 카메라 모두 A9의 본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 이렇게 되면 소니는 전체적인 디자인의 통일감은 유지하면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A7 M3만 기존 A7 본체 디자인을 이어가고 고가 라인업인 A7R과 A7S를 A9 본체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다. 비용적 문제는 크지 않겠지만 일부 차기 A7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

어찌되었건 A7R M3는 일단 본체부터 변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무게는 기존 대비 늘었다. 크기는 아주 소폭 작아졌지만 배터리와 메모리를 품고 625g이었던 무게는 657g으로 증가했다. 이유는 배터리에 있다. 기존 A7 시리즈가 쓰던 NP-FW50이 A9에 쓰이는 NP-FZ100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용량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덩치가 커졌고 자연스레 무게로 이어지게 되었다.

소니 A7R M3.(출처=IT동아)
소니 A7R M3.(출처=IT동아)

A9 본체 기반이기에 손에 쥐는 맛이나 묵직함 측면에서는 기존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A7 시리즈들과 비교해도 차이는 없다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안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립감은 충분히 뛰어나다. 손바닥에 닿는 면적 자체가 넓어졌기에 가능한 결과다.

소니 A7R M3.(출처=IT동아)
소니 A7R M3.(출처=IT동아)

촬영에 필요한 조작은 여느 소니 카메라들과 마찬가지로 상단에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서 A9와 A7R M3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A9에서는 왼손이 닿는 곳에 드라이브 모드와 초점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것이 A7R M3에서는 사라지고 없다.

오른손과 왼손으로 조작하는 우측 조작계는 변화가 없다. 모드 다이얼과 셔터 버튼, 조작 다이얼 2개와 노출 조절 다이얼 등 다양한 버튼과 다이얼이 배치된 것 모두 A9와 똑같다. 기능도 달라지지 않았다. 모드 다이얼은 수동(M)부터 조리개 우선(A), 셔터 우선(S), 프로그램(P) 외에도 자동이나 동영상 촬영 모드 등으로 전환 가능하며 조작 다이얼은 수동 모드에서 조리개와 셔터 속도 조작을 담당한다. 노출 조절 다이얼은 -3부터 +3까지 1/3 단위로 조작 가능하다.

소니 A7R M3.(출처=IT동아)
소니 A7R M3.(출처=IT동아)

후면도 A9와 판박이다. 좌측 상단에 있는 A7R III라는 레터링만 없다면 A9라 해도 믿을 듯 하다. 당연히 구성도 다르지 않다. 3인치 틸트 액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메뉴 버튼과 사용자 버튼, 휠 다이얼과 조작 컨트롤러 등이 배치된다.

액정은 3인치, 화소는 144만으로 이전과 크기는 같지만 화소는 약 123만에서 증가한 부분이 있다. 끝내주게 선명하다 정도는 아니지만 촬영한 결과물을 선명하게 확인하고 라이브 뷰 진행 시 피사체 상태를 관찰하기에 알맞은 성능을 제공한다. A7R M3에서는 터치 스크린이기에 이를 활용한 촬영이나 설정 등을 지원하는 점이 특징이다.

뷰파인더도 약 236만 화소 XGA OLED에서 약 368만 화소 상당의 QVGA OLED가 되었다. VGA 해상도가 640 x 480이니까 A7R M3의 뷰파인더 해상도는 이보다 4배 큰 면적인 1280 x 960이라는 이야기다. 전자식이지만 자연스러운 화상을 표시하고자 최대 초당 120매 표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 부분은 사용자가 60매/120매 선택할 수도 있다.

소니 A7R M3의 측면.(출처=IT동아)
소니 A7R M3의 측면.(출처=IT동아)

측면에도 A9와의 차이가 존재한다. A9에는 플래시 터미널(싱크로) 단자와 함께 RJ-45 유선 네트워크 단자가 있었는데, A7R M3에는 유선 단자가 제외됐다. 의외인 점이 스튜디오 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인데 A9에 있는 RJ-45를 뺐다는 점이다. USB 3.1(C타입) 단자를 활용한 테더링 촬영과 무선 네트워크 기능으로 보완 가능하지만 선택의 여지를 하나 더 제공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더욱 향상된 완성도, 최적의 성능 인상적

소니 A7R M3의 실력을 경험해 볼 차례. 촬영을 위해 렌즈는 카메라와 함께 출시된 SEL24105G(FE 24-105mm F4 G OSS)를 사용했다. 소니 G 렌즈로 초점거리 24-105mm, 조리개 f/4 고정 등 전반적인 사양이 뛰어난 줌렌즈다. 광각부터 준망원까지 대응하는 전천후 렌즈군이다. 촬영은 카메라 기본 상태에서 감도와 조리개만 조절했다는 점 참고하자. 색감이나 결과물 등에 영햘을 줄 마이스타일 역시 기본(STD)에서 변경하지 않았다.

소니 A7R M3로 촬영한 이미지.(출처=IT동아)
소니 A7R M3로 촬영한 이미지.(출처=IT동아)

성능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뷰파인더를 보고 반셔터를 누른 순간부터 마무리되어 결과물이 눈 앞에 나타나는 과정이 매끄럽다. 하지만 메모리에 따라 저장하는 과정에서 지연 시간이 발생하는 일이 존재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기자가 쓰는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 32GB에서는 1초 가량의 저장 지연시간이 존재했다. 당시 화질은 엑스트라 파인(X.FINE)이었다. RAW+JPEG 조합이라면 더 느려질 수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메모리 속도나 규격 등에 신경 써야 할 듯 하다.

아무래도 저장 속도가 한 템포 느리다 느껴지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이 카메라는 4,240만 화소를 기록한다. 엑스트라 파인 화질 기준으로 이미지 하나에 15MB 이상을 오간다. 많게는 20MB 이상일 경우도 있다. 빛 데이터를 모두 담는 저손실 이미지 파일(RAW)은 100MB를 전후하는 대용량이다. 느려질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니는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 사이에 대규모 집적 회로(Front-end Large-Scale Integration)를 배치해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 결과 데이터를 미리 담아두는 버퍼 메모리의 공간이 6배 확장됐다는게 소니 측 설명. 그러나 워낙 결과물의 용량 자체가 크고 A9처럼 센서 뒤에 메모리를 배치해 전송 대역 여유를 확보한 것이 아니어서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소니 A7R M3로 촬영한 이미지.(출처=IT동아)
소니 A7R M3로 촬영한 이미지.(출처=IT동아)

초점 성능은 미러리스 카메라 중 단연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이다. 35mm 필름에 준하는 영역 내에서 센서 자체가 검출하는 초점 수가 425개에 달한다. 이 모든 측거점을 사용자가 제어할 수 없지만 빈틈 없는 초점 검출을 지원한다. 센서가 하지 못하는 부분은 별도의 위상차 검출 센서가 감지하게 된다. 센서의 47%에 해당하는 영역에 399개의 측거점이 배치된다. 게다가 빛이 약간 부족한 상황(-3 EV)에서도 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잡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화질은 역대 소니 카메라 중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A9처럼 기술적 놀라움은 없지만 집광 성능을 높인 A7R M3의 센서는 최적의 결과물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감도는 ISO 100부터 3만 2,000까지, 확장하면 ISO 50부터 10만 2,400까지 쓴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확장 감도는 동일하지만 상용감도는 1/3 스텝 개선됐다.

감도는 일반적으로 ISO 6,400까지도 무난하게 쓸 수 있을 정도다. 고화소 센서임에도 고감도 상에서의 화질은 뛰어나다. 1만 2,800 상당의 감도에서도 세밀함은 다수 유지되지만 이 이상 감도에서는 컬러 노이즈와 세밀함이 하락하게 된다.

소니 A7R M3.(출처=IT동아)
소니 A7R M3.(출처=IT동아)

4K 영상 촬영 기능은 더 좋아졌다. 우선 대용량 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기 위해 A7R M3에도 A9처럼 메모리카드 듀얼슬롯이 채택됐다. 2개의 메모리카드 장착을 지원하게 됐는데, 2번 슬롯(상단)이 고속 메모리카드를 공식 지원한다. 그러니까 UHS-2 규격에 대응하는 제품을 장착하면 더 쾌적한 촬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U3 규격의 메모리는 초당 최소 30MB 가량을 지속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 이 외에 카메라는 S-로그 3와 하이브리드 로그-감마(HLG)를 지원해 HDR 기술에 대응한다. 그러나 해당 TV가 HLG에 대응하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A7R M2와 A9의 교집합?

소니 A7R M3. 389만 9,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들고 나왔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매력 요소들을 대거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화질은 뛰어나고 A9 본체에 기반한 만듦새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기존 A7 시리즈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배터리 효율이 여기에서 대폭 개선되었다. 기존 배터리는 1,050mAh였지만 새로운 배터리의 용량은 2,280mAh에 달하기 때문이다.

소니 A7R M3의 배터리.(출처=IT동아)
소니 A7R M3의 배터리.(출처=IT동아)

전체 완성도는 뛰어난데 어딘가 보면 무언가 하나씩 일부러 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심어주는 점은 늘 아쉽다. A9 기반의 본체인데 RJ-45 단자를 제공하지 않는다거나, 모드 다이얼을 제외했다거나 하는 등이 대표적이다. 정작 있으면 좋은 것들을 과감히 빼버린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A9처럼 센서 뒤에 메모리를 집적하지 않은 것도 어찌 보면 차기 제품을 고려했거나 정말 A9R을 대비한 떡밥(?)인 것처럼 느껴진다.

더 좋은 사진을 기록하고 싶다거나 배터리 교체가 귀찮다면 A7R M3는 매력적인 카메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A7R M2의 성능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가격이 기존 349만 9,000원에서 299만 9,000원으로 조정되었기에 배터리 휴대의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괜찮은 화질의 사진과 휴대성 넘치는 카메라를 찾는다면 이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 리뷰 의뢰는 desk@itdonga.com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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