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붉은빛 아래서 알 ‘쑥쑥’… 육계는 노란빛 아래서 살 ‘포동’

  • 동아일보

2017 닭의 해, 닭의 모든 것

 정유년 ‘닭’의 해가 다가온다. 닭은 우리 민족에게는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새로 통한다. 게다가 붉은 닭의 해다. 밝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2016년 닭들은 정말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유행으로 친구, 동료, 가족을 잃어야 했다. 뜻하지 않게 ‘정치적’ 동물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닭은 여전히 우리에게 아낌없이 준다. 물론 달걀과 고기를 얻으려고 기르는 가축 닭에 대한 얘기다. 정유년을 맞아 ‘치킨’이 아닌 ‘닭’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 산란계 & 육계, 그 엇갈린 운명


 농가에서 기르는 닭은 크게 세 종류다. 번식용, 알 낳는 용, 고기용으로 나뉜다. 알을 낳는 산란계는 일단 암평아리로 나와야 생존할 수 있다. 수평아리는 대부분 죽음을 맞는다. 암탉은 수탉이 없어도 알(무정란)을 낳을 수 있어서다.

 첫 달걀을 낳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50일. 알을 낳을 수 있게 되면 산란계는 좁은 철창 안에 갇혀 1년에 200여 개씩 알을 낳는다. 20개월 정도 지나 생산력이 떨어지면 도살처리 하며 일부는 고기용으로 출하한다. 그 20개월간 산란계가 사는 공간은 밑면 크기가 A4용지의 3분의 2 정도다. 평생 날개 한번 제대로 펴볼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오래 사느니 차라리 고기가 되는 게 나은 편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할 정도다. 산란계는 오히려 육계보다 식감이 쫄깃한 반전 매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태어나 한 달 뒤 고기가 되는 육계는 날개나 다리는 물론이고 창자와 똥집(모래주머니)에 발까지 내어준다. 육계라면 수평아리도 살 수 있다. 암수 구분 없이 키우다 부화한 지 25∼40일 정도가 되면, 고기가 된다. 45일 정도 지나야 영양과 맛이 더 좋아지지만 크기가 커져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치킨은 대부분 부화한 지 30일이 갓 지난 영계다. 삼계탕용은 뚝배기보다 작은 크기인 25일 정도 지난 닭이 대부분이다.

○ 닭이 사는 그 집

 닭을 키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두거나 풀어 놓거나. 우리나라 농가에서는 산란계는 대부분 아파트 같은 좁은 우리에서 기르고, 육계는 땅에 풀어 기른다.

 닭이 사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는 바로 조명이다. 닭은 색을 인식하는 범위와 민감도가 사람과 달라서 빛의 색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진다. 빛은 산란계의 뇌하수체 전엽을 자극해 난포자극 호르몬의 분비를 돕는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전구 빛의 색에 따라 닭의 생산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산란계는 빨간색 전구 아래서 가장 많은 알을 낳았고, 육계는 노란색 전구 아래서 가장 살이 많이 올랐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민지 박사는 “농가에서 키우는 품종에 따라 전구 색을 달리해야 생산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온도에 민감해 슬픈 짐승


 닭은 온혈동물이지만 대사율이 높고 체온의 변화가 많다. 병아리 평균 체온은 39도, 다 큰 닭 평균 체온은 40.6∼41.7도 사이다.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이 없어 체온 조절을 잘 못해 열에 취약하다. 양계장 온도가 26.7도를 넘으면 닭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이를 고온임계온도라고 부른다. 30도가 넘으면 산란 수가 감소하고, 32도에 도달하면 체온과 호흡수가 상승하며 입으로 거친 숨을 내뱉고 날개를 퍼덕인다. 심장 박동도 빨라진다.

 닭은 체온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소모하는 열량보다 체내에 쌓이는 열이 많아져 사료 섭취량이 줄고, 갑상샘 호르몬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비타민 합성 능력도 떨어진다. 탈수로 이어지면 면역력도 떨어져 조류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
 
염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inny@donga.com
#정유년#닭#산란계#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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