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버핏을 종잇조각 판다고 무시했는데, 이제는 단축번호 2개중 하나 차지하는 절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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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25년 우정 회고담
어머니 주선에 마지못해 갔지만, 그 만남이 내 인생 송두리째 바꿔
회사 운영하다 위기 봉착할 때마다 ‘버핏은 어떻게…’ 생각하면 답 나와

빌 게이츠가 워런 버핏과 만난 지 25년을 기념해 5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링크트인)에 올린 사진. 25세의 나이 차에도 게이츠와 버핏이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른쪽 위 사진은 올해 7월 5일 우정의 은혼식(25주년)을 맞아 두 사람이 게이츠의 휴대전화로 찍은 셀피(셀카)다. 이날 게이츠는 버핏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우정을 과시했다. 사진 출처 빌 게이츠 링크트인·블로그
빌 게이츠가 워런 버핏과 만난 지 25년을 기념해 5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링크트인)에 올린 사진. 25세의 나이 차에도 게이츠와 버핏이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른쪽 위 사진은 올해 7월 5일 우정의 은혼식(25주년)을 맞아 두 사람이 게이츠의 휴대전화로 찍은 셀피(셀카)다. 이날 게이츠는 버핏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우정을 과시했다. 사진 출처 빌 게이츠 링크트인·블로그
“다른 날은 몰라도 1991년 7월 5일 워런 버핏을 처음 만난 날은 확실히 기억한다. 정확히 25년 전 오늘, 그 만남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60)가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오마하의 현인(賢人)’ 워런 버핏(85)에 관한 회고담을 남겨 화제다. 이날은 게이츠가 버핏과 만난 지 25년이 되는 날. 버핏은 1956년 100달러로 투자를 시작해 총자산 608억 달러(약 70조5000억 원)의 부를 일군 미국의 전설적인 주식 투자자다.

둘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게이츠의 어머니 매리 맥스웰 게이츠다. 회사 설립 후 일만 하는 아들이 안타까워 영감(靈感)을 줄 만한 친구를 만나게 하려고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고(故) 캐서린 그레이엄과 버핏이 참석하는 파티에 가보라고 했다. 게이츠는 반발했다. “그 사람은 종잇조각(주식) 사고파는 사람이에요. 그건 진짜 부가가치를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어머니의 끈질긴 설득에 아들은 마지못해 파티장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게이츠는 ‘e메일도 못 쓰는 구닥다리 노신사’일 거라고 생각했던 버핏이 “MS처럼 작은 회사가 IBM과 경쟁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앞으로 과제는?” 등의 질문을 쏟아내자 깜짝 놀랐다. 게이츠는 “두 시간만 있다가 나올 생각이었는데 그의 겸손하고 통찰력 있는 질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긴 대화를 나눴다. 그날부터 우리는 친구가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버핏과 게이츠는 25세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우정을 쌓아 갔다. 게이츠는 휴대전화에 단축번호 두 개를 저장해뒀는데 1번이 집이고, 2번은 버핏의 번호다. 그는 “아주 중요한 조언이 필요할 때 나는 2번을 누른다”고 밝혔다. 또 “회사를 운영하다가 위기에 봉착하면 ‘버핏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며 “공학적 사고만 할 줄 알던 내게 버핏은 투자자의 감각을 일깨워 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게이츠는 ‘기부의 큰손’인 버핏의 영향을 받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도 일찌감치 눈을 떴다. 버핏은 1990년대 초반 게이츠에게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를 읽어 보라고 권했다. 이를 통해 게이츠는 개발도상국 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0년 국제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를 지원하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다. 이에 감동한 버핏은 310억 달러 이상을 이 재단에 기부했다. 사별한 아내 이름으로 된 자선재단이 있었음에도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것이다.

게이츠는 이제 버핏이 ‘초딩 입맛’을 버리지 못해 콜라와 햄버거를 달고 살고, 아침식사도 오레오 과자로 때우는 소소한 일상까지 꿰는 친구가 됐다. 그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능력은 버핏의 또 다른 재능”이라며 “버핏의 집에 놀러 가려고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공항에 내릴 때마다 그의 재미난 얘기를 듣고 싶어 뛰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게이츠는 “워런, 25년이 흘렀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당신과 수많은 추억을 쌓아가길 고대합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빌 게이츠#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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