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병’ 결핵? 30, 40대 직장인을 위협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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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결핵 예방의 날’

워킹맘 이모 씨(42·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결핵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는 “영양부족과 피로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진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챙기기 위해 퇴근을 서두르면서 김밥으로 저녁을 때운 적이 많기는 했지만 ‘후진국병’이라는 결핵을 앓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씨는 6개월간 결핵약을 복용해야 했다.

이 씨처럼 멀쩡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30, 40대도 결핵을 피해 가지 못한다.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결핵환자 수는 2011년 인구 10만 명당 100.8명에 이르고, 결핵 사망자 수는 5.2명으로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 비해 20배 이상 많다.

정부는 2011년부터 3월 24일을 ‘결핵 예방의 날’로 지정하고 결핵 퇴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벌여 왔다. 올해는 향후 5년간 진행할 제2차 ‘결핵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해 정책적 대응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결핵퇴치센터 설립과 취약층의 결핵 검진 및 관리 강화, 치료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이달 초 결핵 고위험국의 외국인에게 비자 발급 규정을 강화하는 등 해외 결핵환자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을 내놨다.

대한결핵협회도 24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빨간 신발끈 캠페인’을 펼치며 결핵 퇴치 및 예방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결핵 퇴치의 상징인 ‘붉은 복십자 마크(사진)’를 형상화한 이 행사에서는 무료 결핵 검진도 받아볼 수 있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전염되는 감염병으로 폐결핵이 85%를 차지한다. 결핵균이 몸에 들어오면 기운이 없고 식욕과 체중이 감소하며 열이 난다. 감기와 비슷한 증세여서 초기 발견이 어려운 사례가 많다. 심해지면 가래가 나오고 기침, 가래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혈담)이 발생하기도 한다. 2주 이상 심한 기침과 가래가 지속되면 흉부 X선 검사 및 객담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결핵 치료에서는 결핵약을 6∼9개월간 규칙적으로 충분히 복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정원재 교수는 “불규칙적으로 결핵약을 복용하거나 중간에 임의로 중단하면 내성이 생기는 ‘다제내성 결핵’으로 악화돼 치료가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치료 초기에는 격리 조치가 필요하지만 투약 후 2주 정도부터는 전염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후진국병#직장인#결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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