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완패, 초반부터 한 번도 앞선 적이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22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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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패였다. 초반부터 한 번도 앞선 적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백기’를 들었다. 하루 전만 해도 “승률은 5대 5”라고 자신했던 그였지만, 오늘은 자신감을 잃은 듯 했다. 남은 세 경기 모두 이 9단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워졌다.

이 9단은 다음 대국의 승패에 대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오늘 바둑으로 볼 때는 중간 이후로 넘어간 다음에 (알파고를 이기기) 어렵다. 그 전에 공격적으로 나가야만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패배의 여운은 긴 듯했다. 간담회장에 응원 나온 아내 김현진 씨(33)와 외동딸 혜림 양(10)양이 있었음에도 10분여 간담회 시간 동안 굳은 표정으로 땅을 쳐다보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9단은 “놀란 것은 어제도 충분히 놀랐다”며 “특별히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알파고가 오늘 완벽한 대국을 펼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9단이 돌을 던진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알파고가 2번째 경기를 따내면서 2-0으로 앞서고 있다.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알파고는 정말 아름답고 창조적으로 움직였다. 엄청나게 큰 긴장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세돌 9단의 뛰어난 기력과 알파고의 예측하기 어려운 변칙수로 흥미진진하고 훌륭한 대국이 진행됐다”고 관전평을 했다.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실력에 대해 “알파고는 바둑 경기를 진행하면서 본인이 대국에서 이길지 질지 승산은 어떨지 추정한다”며 “중반부까지는 승률을 반반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는데 후반부에서 자신감을 갖고 확신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잘 몰랐지만 알파고 스스로는 경기가 끝내기로 가면서 더 확신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나도 훌륭한 이세돌 9단과 대국해봐야만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이에 대해 “약점을 못 찾아서 두 번 다 진 것 같다”고 답했다. 취재석에서 “이세돌 파이팅!”이라는 말을 듣자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응원을 나온 딸과 함께 퇴장했다.

경기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오늘 경기를 보면 어제와 다르게 이세돌 9단이 안전하게 (플레이)한 것 아닌가 싶다”며 “알파고가 어제는 끝내기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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