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1000억원대 첨단장비… UNIST, 노벨상 산실 꿈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울산과기대(UNIST)가 5년 만에 세계적 과학자가 찾는 대학으로 성장한 비결에는 1000억 원 규모의 첨단 연구장비를 갖춘 연구자 중심의 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UNIST 제공
울산과기대(UNIST)가 5년 만에 세계적 과학자가 찾는 대학으로 성장한 비결에는 1000억 원 규모의 첨단 연구장비를 갖춘 연구자 중심의 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UNIST 제공
울산역에서 자동차로 15분을 달리자 거대한 전광판 위에 새겨진 ‘UNIST’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로 ‘변화를 선도한다(First in Change)’라는 문구도 선명하다. 올해 개교 5주년을 맞은 울산과학기술대(UNIST)의 미디어 타워다. 지난해 1회 학부 졸업생을 배출한 UNIST는 불과 5년 만에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찾는 과학기술대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학의 기적’으로 입소문이 났다.

○ IBS 단장도 반한 대규모 연구시설

“지하에 1000억 원 규모의 첨단 연구 장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필요한 연구자는 누구든 쓸 수 있죠.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도 이런 시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과학자에게 좋은 연구 환경만큼 매력적인 게 있을까요.”

로드니 루오프 자연과학부 교수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교수로 있다가 지난해 UNIST로 옮겼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으로도 선정된 루오프 교수는 “창의력 넘치는 연구진과 학생들이 혁신적인 연구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UNIST에는 루오프 교수 외에 IBS 단장만 2명이 더 있다. 스티브 그래닉 자연과학부 교수가 2012년 첨단 연성물질 연구단장에 선정됐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종신연구원 출신인 명경재 교수는 12월부터 UNIST에서 유전체 보전 연구단장을 맡아 연구를 이끈다.

최근 국내에서 IBS 단장 배출 수로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 수준을 가늠하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UNIST가 단기간에 3명을 배출한 건 ‘기적’에 가깝다. 국내 최고 이공계 명문대로 꼽히는 서울대, KAIST, 포스텍도 IBS 단장을 각각 4명씩 배출한 정도다.

정문미디어타워에 새겨진 ‘변화를 선도한다(First in Change)’는 문구는 UNIST의 미래를 대변한다(왼쪽 사진). UNIST 제공
정문미디어타워에 새겨진 ‘변화를 선도한다(First in Change)’는 문구는 UNIST의 미래를 대변한다(왼쪽 사진). UNIST 제공
○ 화학 분야는 세계 톱 수준

UNIST는 화학 분야에서 세계 톱클래스로 꼽힌다. 루오프 단장, 그래닉 단장을 필두로 김광수 교수, 크리스토퍼 비엘라프스키 교수, 바르토스 그지보프스키 교수까지 일인당 논문 피인용 횟수가 1만 건을 훌쩍 넘는 교수가 5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비엘라프스키 교수는 ‘UNIST 전도사’로 불린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교수 시절부터 세계적으로 촉망받던 비엘라프스키 교수는 “‘변화를 선도한다’는 UNIST의 모토에 크게 공감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텍사스대에서 테뉴어(종신 교수)를 받았지만 이를 버리고 UNIST를 택했다. 그가 UNIST로 옮긴 뒤 루오프 단장이 UNIST를 택했으며, 그래닉 단장의 UNIST행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텍사스대에서 그의 수업을 들은 학부생은 그를 따라 UNIST 대학원생으로 재학 중이다.

현재 UNIST의 외국인 교수는 17명으로 전체 246명 중 7%에 달한다.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스텍 등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 가운데 외국인 교수 비율이 가장 높다. 모든 교과 과정을 영어로 수업하는 유일한 대학이라는 교육 환경도 외국인 교수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 속에 노벨상의 꿈 무르익어

모교로 돌아오던 젊은 한국 과학자들도 최근 UNIST를 택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현우 자연과학부 교수는 “UNIST는 신진 과학자의 정착에 국내 어느 기관보다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비슷하고 서로 격 없이 소통하다 보니 공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효과로 나타났고, 덕분에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에 과감히 도전하는 학풍도 자연스레 형성됐다.

UNIST 캠퍼스 중앙에는 ‘가막못’이라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에는 다리가 총 9개 있는데 UNIST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다리에 이름을 하나씩 붙이기로 했다. 서울 시내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UNIST에 진학한 장해성 씨(친환경에너지공학부 3년)는 “새벽에 가막못을 보며 최고의 과학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며 “입학 당시 학교와 내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울산과학기술대#UNIST#IBS#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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