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게임'이란 이름으로 한국 게임업계를 호령하면서 네이버의 주 수입원 역할을 했던 NHN엔터테인먼트(NHN엔터)가 위기다. 지난해 8월 네이버와 분할해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웹보드게임 사행성 논란과 규제라는 직격탄을 맞고 올해 2분기(4~6월)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2분기 매출액(1198억원)은 전분기보다 21.3% 줄었고 당기순이익(21억 원)으로 86.0%나 감소했다.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NHN엔터 본사에서 정우진 대표를 만나 홀로서기 1년과 모바일 게임 산업의 미래를 물었다. 네이버와 분할 뒤 첫 언론 인터뷰다.
●"글로벌 원빌드 전략으로 세계 시장 잡겠다"
"여러 언어와 다양한 이용환경에 최적화 된 '글로벌 원빌드(Global One Build)' 전략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등 해외로 주무대를 확장할 것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각 문화권에 맞춰 게임의 내용을 조금씩 바꿨는데, 앞으로는 세계 모든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동일한 버전의 게임을 내놓겠다"며 "같은 게임을 언어만 바꿔 세계를 공략한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NHN엔터는 이를 '글로벌 원 빌드(Global One Build)'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게임 산업에서 국경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국내 주요 오픈마켓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은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의 작품이다. 반대로 NHN엔터 '포코팡'은 일본에서 '국민게임'으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올해 안에 10여 종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예정인데 모두 한국 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원빌드' 전략은 NHN엔터가 카카오톡 라인 등 특정 모바일 메신저에 기댄 게임 유통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게임 개발사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유통을 전제로 게임을 개발하는데 당장 편리할지는 몰라도 게임 산업 전체의 발전을 막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유통이 시장을 한정시키고 캐주얼 게임처럼 게임 콘텐츠가 획일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돼왔다.
●중장기적 성장 위한 사업다각화
NHN엔터는 자체 게임 개발뿐 아니라 중소 모바일 게임개발사에게 최근 1년 사이 700억 원대 투자를 진행할 정도로 게임 퍼블리셔로서 역할도 열심이다. 게임 퍼블리셔는 기획 유통 마케팅 등 게임 유통의 전 부문을 영역으로 하는 사업이다. 작가가 소설을 쓰면 출판사가 판권을 구매해 시장에 유통하고 마케팅을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이다.
NHN엔터는 또 최근 국내 쇼핑몰 호스팅업체인 고도소프트, 관람권 예매 사이트 티켓링크, 미국의 B2B 패션잡화 유통업체 등 이종업체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때문에 "NHN엔터가 게임을 버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게임 관련 사업이 수익 변동성이 높다보니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영역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과거 네이버가 게임과 포털이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며 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NHN엔터는 게임 개발사에 앞으로 총 1000억 원대 투자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게임 사용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급변하면서 게임 개발사들도 중소형 규모로 재편됐다. 이 때문에 수시로 변하는 시장의 유행에 맞춘 개발은 수월해졌을지 몰라도 국내 시장에 집중해 정작 글로벌 게임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 대표는 "NHN엔터가 국내 중소 게임개발사들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의 동반자'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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