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PC방에서 쓰던 PC, 중고로 사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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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9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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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첫 발행된 맞춤형 IT기기 선택 가이드, IT애정남의 ‘취재용 노트북 구매’편을 보시고 많은 독자 분들께서 문의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기자의 개인 사정상 모든 분 에게 답변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주에는 회사원인 ‘dmseo’님께서 PC방에서 쓰던 PC를 중고로 구매해도 좋은지를 문의해 주셨습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질문 내용:

요새 PC방이 줄줄이 폐업을 하면서 PC방에서 사용하던 중고컴퓨터가 시중에 많이 풀리고 있는데요,

중고 컴퓨터를 취급하는 쇼핑몰에서는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이 컴퓨터가 PC방에서 사용하던 것인지 일반 가정에서 쓰던 것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내가 사고자 하는 중고 컴퓨터가 PC방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또한 PC방 중고 컴퓨터는 24시간 내내 혹사당하고 담배 연기에 절어서 수명이 짧으므로 사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 많은데요. 이와 반대로 "실제로 PC방 중고 컴퓨터가 구동되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하루 평균 8시간 미만이며, 담배 연기는 컴퓨터 주요 부품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집에서 돌아가던 폐인의 컴퓨터를 사느니 PC방 컴퓨터가 낫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요? PC방 중고 컴퓨터를 구별하는 방법과, PC방 중고 컴퓨터를 구입시 알아야 할 체크리스트에 대해 속 시원히 답해 주세요.

답변:

안녕하세요. IT동아 김영우 기자입니다. 중고PC의 구매를 고려하시는 알뜰파 소비자이시군요.

실제로 중고 PC시장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PC방에서 쓰던 물건입니다. 일단 PC방에서 사용하는 PC의 수가 많은데다 업그레이드나 교체도 종종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안타깝게도 최근 PC방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라 폐업 후 처분용으로 나온 PC도 제법 있는 모양입니다.

성능과 가격 면에서 이점 있어

일단은 PC방에서 나온 중고PC의 장점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일단 전반적인 사양이 제법 괜찮다는 점입니다. PC방에서는 신작 게임도 원활히 구동해야 합니다. 당연히 PC 성능이 일정수준 이상이 되지 못하면 PC방 자체의 운영이 어려워지겠죠? 대개 PC방용으로 공급되는 조립PC들은 본체에 들어가는 순수 부품값만 따져도 신품 기준 최소 60~70만원은 나갑니다. 이 정도 사양의 브랜드PC라면 최소 100만원은 받지요.


두 번째 장점은 싼 가격입니다. PC방에서 쓰던 중고PC들은 일반 가정에서 쓰던 유사한 사양의 중고PC에 비해 20% 정도 싸게 팝니다. 싼 가격에 괜찮은 사양의 PC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죠. 어찌 보면 이게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르겠네요.

내구성에 대한 의문, 그리고 담배냄새

다만, 당연히 단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PC방이라는 환경이 제법 가혹하다는 점입니다. 가동시간이 아주 긴데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거쳐가며 쓰는 것이 PC방 PC입니다. 물론, 말씀하신 대로 하루 종일 집에서 게임만 하는 폐인(?)의 PC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동시간이 짧을 수도 있고, 여럿이 돌려가며 쓰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적으로 꾸준한 정비를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평균적인 가정용 PC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내구성 면에서는 다소 불안함이 있죠.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담배냄새입니다. PC방 이용객들이 워낙 담배를 많이 피우기 때문에 어지간한 PC방 PC는 담배냄새가 진하게 스며들기 마련입니다. 특히 파워서플라이나 CPU 쿨러, 그래픽카드 쿨러와 같이 냉각팬이 들어가는 부품은 누렇게 변색이 될 정도로 니코틴이 점착되는데, PC방에서 구동할 때는 티가 나지 않을지 몰라도 일반 가정에서 켜보면 냄새가 그야말로 끝내(?)줍니다.

PC방용 PC의 외견상 특징

이 정도면 PC방의 중고PC가 어떤 물건인지 파악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고시장에 올라오는 수많은 PC중에 어떤 것이 PC방에서 쓰던 물건인지 구분하는 법에 대해서도 물어보셨는데, 이 점에 대해서도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판매자가 말을 해주면 간단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까요.


일단 PC방에서 쓰던 PC는 동일 모델인데도 판매수량이 수 십대를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이렇게 중고PC를 팔지는 않겠죠. 그리고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사양에 비해 가격도 싼 편입니다.

외형으로도 PC방 PC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요즘 PC방에서는 CD나 DVD를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본체 단가를 낮추기 위해 ODD(광디스크드라이브)가 없는 PC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내부 부품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열쇠 없이는 커버를 열 수 없는 케이스를 쓰는 경우도 많지요. PC케이스 제조사에서는 이런 PC방용 PC를 위한 전용 케이스도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PC방에서 쓰던 PC는 담배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전원이 꺼져 있을 때는 몰라도 켜보면 단박에 알 수가 있지요.

PC를 구성하는 부품의 상태를 따져봐야

자, 그럼 가장 중요한 문제, PC방에서 쓰던 PC는 구매해도 될까? 라는 질문에 대답할 차례군요. 좀 애매한 대답일지 모르겠는데,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PC에 들어가는 부품 상태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PC의 주요 부품은 CPU, 메모리, 그래픽카드,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메인보드, 그리고 파워서플라이 입니다. 이들은 모두 중요한 부품이긴 하지만 각각 수명이나 내구성은 차이가 납니다. 일단 각 부품을 하나씩 따져보죠. 이는 중고PC 본체가 아닌 부품만 따로 사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니 참고해 주세요.

CPU(중앙처리장치): PC의 두뇌이며, 가장 비싼 부품 중 하나입니다. CPU라는 부품은 정말로 많은 일을 하지만, 의외로 튼튼하고 내구성이 높은 부품입니다. 따라서 중고로 사더라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요. 대신 CPU와 함께 딸려오는 쿨러(냉각장치)는 담배냄새가 정말로 잘 배고, 오래되면 소음도 커집니다. CPU 쿨러는 2~3만원 정도면 쓸만한걸 살 수 있으니 냄새나 소음이 크면 새 걸로 교체해 주세요.

메모리(RAM): CPU와 보조를 맞춰 PC의 전반적인 구동을 책임지는 주요 부품입니다. 이 역시 CPU와 마찬가지로 고장이 잘 나지 않는 부품입니다. 다만 오래 쓰면 메인보드 슬롯과 맞닿는 부분에 접촉불량이 일어날 때가 있으니 이 경우엔 메모리의 슬롯 접촉부를 지우개로 문질러 닦아주세요.

그래픽카드: PC 전반의 게임 성능을 좌우하는, 어찌 보면 PC방 PC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입니다. 그래픽카드도 제법 내구력이 높은 부품이긴 한데, 지나치게 고사양 게임을 많이 돌리며 혹사를 시킨 경우에는 GPU(그래픽카드의 핵심칩)나 VRAM(그래픽카드 전용 메모리)이 손상되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습니다. OCCT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 번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좋지요. GPU를 덮는 냉각팬이 잘 돌아가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는 주요 부품 중 하나입니다. 현대의 PC 부품들은 대부분 디지털화를 이뤘지만 HDD만큼은 아직도 아날로그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죠. 내부에 모터나 디스크와 같이 직접 움직이는 동작하는 부분이 많아서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의 반도체 기반 부품에 비해 내구력이 약한 편입니다. 따라서 중고PC를 구매하려 한다면 탑재된 HDD의 A/S기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꼭 확인하고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HDD의 A/S기간은 제조사나 유통사에 따라 1~3년으로 제각각 입니다.

메인보드: 머더보드라고도 합니다. PC의 모든 부품이 장착되는 주기판이죠. PC의 전반적인 안정성과 호환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고장이 잦은 부품입니다. 체감적인 고장 빈도는 오히려 HDD보다 높다고도 합니다. 워낙 다양한 소자가 붙어있는데다 덩치가 커서 외부 요인에 제법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역시 HDD와 마찬가지로 구매 전에 A/S 기간이 남아있는지를 확실히 파악하셔야 합니다.

파워서플라이: PC의 전원공급장치입니다. CPU가 PC의 두뇌라면 파워서플라이는 심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PC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메인보드 이상이지요. 다만, 이렇게 중요한 부품임에도 불구하고 고장의 빈도가 대단히 높고 특히 사용기간 누적에 따른 이상 증상이 빠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남은 A/S기간을 철저하게 따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뜻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파워서플라이라도 사용 기간이 길다면 새 것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담배냄새가 가장 잘 배는 부품이기도 합니다.

저의 답변은 여기까지입니다. 도움이 되었는지요? 이렇게 길게 설명한 것을 보시면 “PC방에서 나온 중고 PC는 사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PC방에서 쓰던 PC는 그만큼 사양이나 가격 면에서 분명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세상 모든 물건은 그 가치에 합당한 가격이 붙기 마련이니 당연히 PC방에서 쓰던 중고 PC도 잘 사면 그만큼의 가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잘’ 사야 한다는 겁니다. 이점 명심하시고 좋은 구매 하시길 바랍니다.

‘IT애정남’은 IT제품의 선택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김영우 기자 앞으로 메일(pengo@itdonga.com)을 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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