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유사 ‘돼지 유전체 지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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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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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포함 국제연구컨소시엄… 품종개량 - 인간질병 해법 도움

15일자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돼지 유전체 해독’에 관한 연구가 선정됐다. 네이처 제공
15일자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돼지 유전체 해독’에 관한 연구가 선정됐다. 네이처 제공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돼지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돼지 유전체가 완전히 해독됨에 따라 품종 개량은 물론이고 장기이식용 돼지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람과 돼지의 장기·조직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비슷하다는 점이 드러나 ‘바이오장기용 동물’로서 돼지의 가능성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한국 대표로 참여한 ‘돼지 유전체 해독 국제 컨소시엄(Swine genome Sequencing Consortium)’ 연구진은 돼지 유전체를 완전 해독해 15일자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실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9개국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2006년 시작됐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복제해 보존하고 있는 듀록 품종의 암퇘지 한 마리를 대상으로 19개 염색체에서 총 28억 염기쌍을 해독해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유전체 지도를 해석한 결과 돼지는 동남아시아에서 유래돼 약 100만 년 전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돼지 유전체가 사람과 매우 비슷하다는 연구 성과도 얻었다. 특히 조직과 장기의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경우 사람과 돼지가 95% 정도 서로 비슷했다. 또 돼지의 면역력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빠르게 진화하는 한편,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항바이러스 관련 단백질인 ‘제1형 인터페론 유전자’는 사람보다 2배 정도 많다는 것도 밝혀졌다.

연구진은 유전정보 차원에서 돼지의 후각과 미각 기능도 분석했다. 돼지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총 1301개로 흔히 후각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개보다 많았다. 돼지의 후각기능이 매우 발달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아낸 것이다. 그렇지만 돼지의 미각 관련 유전자는 진화 과정에서 재배열됐고, 이로 인해 짠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단맛에 관한 유전자도 기능이 떨어지고, 쓴맛에 관한 유전자도 인간(25개)에 비해 적은 17개 유전자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는 “국제적으로 기준이 되는 돼지 유전체 지도가 완성돼 돼지 품종 개량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돼지와 사람의 유전자가 비슷하다는 점도 함께 밝혀져 인간 질병의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이 유전체 지도를 바탕으로 한국 재래돼지의 정밀 유전체 지도를 완성하고, 유전체 변이를 이용한 품종 개량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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