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MS에 실망한 제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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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2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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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와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우정에 깊은 골이 패였다.

로이터통신은 윈도 기반 태블릿PC ‘서피스(Surface)’를 깜짝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동에 다수의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실망감을 표했다고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수십 년간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어왔던 자신들에게조차 서피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새 운영체제를 발표할 때마다 하드웨어 제조사와 함께 사전 점검 및 미세 조정 과정을 거쳐왔다. 이 때문에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제품의 공식 발표 이전에 대략적인 성능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전부를 자체 제작한 서피스의 경우는 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장 친한 하드웨어 제조사들에게도 서피스의 상세 정보를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보안에 부쳤다. 심지어 발표 당일이 되어서야 서피스의 존재를 알게 된 제조사도 있을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가장 친한 하드웨어 제조사들도 발표 3일 전이 되어서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담당 스티븐 시놉스키(Steven Sinofsky) 사장의 전화를 통해 서피스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품의 이름이나 상세 제원까지 알 수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덜 친한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상황은 더 심했다. 에이서와 에이수스는 스티브 발머의 공식 발표를 통해 서피스를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에이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서피스 발표를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사실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불만을 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하면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경쟁자’가 됐기 때문.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는 태블릿PC와 노트북 시장의 상당부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상대하기 버거운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니 달가울 리가 없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중국 제조사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집중하는 게 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서운하지만 내색하는 곳은 없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대놓고 배신감을 표할 정도로 ‘강심장’을 가진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드물다. 대부분 ‘윈도8’ 관련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기에 괜히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밉보였다간 신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델 관계자는 “우리는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라며 “윈도8 출시에 맞춰 태블릿PC 신제품을 준비중이다”라고 말했다. 레노버 관계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레노버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 중 하나”라는 형식적인 발언으로 서피스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일부 제조사들은 서피스 발표 이후 태블릿PC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기도 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태블릿PC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가세하게 되면 끼어들 자리가 거의 없어진다는 분석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블릿PC 시장의 후발주자인 일본 기업들은 ‘아이패드’ 대항마로 윈도8를 탑재한 태블릿PC를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서피스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신제품 출시를 재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태블릿PC보다 스마트폰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전자는 태블릿PC 2종을 출시한 적이 있으나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보다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것. LG전자 관계자는 “서피스는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 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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