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년전 남극 여름, 영상 7도에 꽃도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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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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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이정은 박사 등 연구팀… 꽃가루화석 발견, 기후 알아내

“2000만∼1500만 년 전 남극의 여름 기온은 지금보다 11도나 높았어요. 가장 따뜻할 때는 영상 7도까지 올라갔을 겁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이정은 박사(사진)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世) 남극의 기후를 수치 등을 정량적으로 추정한 첫 연구 결과”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지구과학’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NASA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이 내용을 소개할 정도였다. 이 연구를 위해 이 박사를 포함한 여성 과학자 3명이 뭉쳤다. 미국 루이지애나대 소피 워니 교수가 남극 로스 빙붕에 구멍을 내고 1.2km 아래까지 뚫고 들어가 캐낸 퇴적물에서 많은 꽃가루 화석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남극에서는 거대한 빙하가 움직이며 표면을 쓸어버린 탓에 식물 화석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2000만∼1500만 년 전 따뜻했던 남극의 상상도. 풀이 자라고 흙이 드러나 있다. 이 시기 남극의 최고 온도는 영상 7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NASA 제공
2000만∼1500만 년 전 따뜻했던 남극의 상상도. 풀이 자라고 흙이 드러나 있다. 이 시기 남극의 최고 온도는 영상 7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NASA 제공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세라 피킨스 교수는 이 꽃가루 화석에 남아 있는 지방성분을 추출해냈다. 지방성분에는 식물이 자랄 때 몸속에 지니고 있던 수소동위원소의 양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식물의 서식 연대 측정이 가능했던 것.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온도 강수량 등을 측정하는 기후모델 전문가인 이 박사가 나설 차례였다. 이 박사는 JPL이 운용하는 인공위성 ‘오라’가 수집한 자료에서 대기 중 수소동위원소의 비율을 분석해 만든 기후모델로 고대 남극의 기후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박사는 “가장 따뜻했던 시기는 1640만∼1570만 년 전”이라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600ppm으로 높았던 게 따뜻한 남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차츰 낮아졌지만 2012년 현재 393ppm까지 치솟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21세기 말에는 고대 남극과 비슷한 수준까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NASA에 합류한 이 박사는 “채용면접 당시 ‘멋진 연구를 해 달라(Do Cool Science)’는 한마디만 들었다”며 “과학자들이 맘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JPL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JPL은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 등 탐사로봇을 개발하고 여러 기의 지구관측 위성을 운용하는 NASA의 핵심 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5000명에 이르는 연구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남극#여름#이정은 박사#꽃가루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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