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의약]확실한 新藥,과감한 R&D의약품 독립시대를 연다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발기부전·알츠하이머·소화불량 치료제 등
국내제약사들, 신약개발로 업계불황 극복나서


요즘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중고(二重苦)를 맞았다. 약가 인하가 당장 내년부터 매출액 급감을 예고한 것이라면 한미 FTA는 특허환경 변화라는 좀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한미 FTA 발효로 ‘허가-특허 연계제’가 시행되면 기술력의 한계로 복제약(제네릭) 비중이 매우 높은 국내 제약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허가-특허 연계제에 따라 오리지널 약품을 개발한 기업이 제네릭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제네릭 발매가 일절 금지된다. 기술력을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로선 호재이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나서는 등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최근 발기부전 치료제인 ‘제피드’를 개발하면서 새로운 R&D 방법을 시도했다.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연구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 업체로부터 사들여 전체 단계의 임상개발을 자체 추진한 것이다. 여태껏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실험 경험이 부족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견해도 대부분 해외로 수출하는 데 그쳤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독점적 판매권을 가질 수 있도록 역발상의 R&D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JW중외제약이 보유한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 노하우를 해외 제약업체가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개발된 17개 신약 가운데 JW중외제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3상 임상을 마친 ‘큐록신정’(요로감염증 치료제)과 제피드 등 두 개의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JW중외제약의 새로운 R&D 방식은 개발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효과도 가져왔다.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을 뛰어넘어 임상개발부터 착수했기 때문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이번에 제피드 개발에 들인 시간과 비용은 다른 국내 제약사들이 출시한 발기부전 치료제에 비해 절반에 그친다”고 말했다. 매출액 1조 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의 열악한 재무구조를 감안할 때 중외제약의 경제적인 R&D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JW중외제약은 제피드 외에도 DPP-4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 ‘CWP-0403’(임상 3상)을 비롯해 역류성 식도질환 치료제 ‘S-테나토프라졸’(임상 2상) 등의 신약후보 물질을 해외에서 도입해 임상시험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1위 동아제약은 화학물질보다 부작용이 덜한 천연물 신약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다. 예컨대 조만간 시장에 내놓을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톤’은 나팔꽃 씨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을 이용해 만든 신약이다. 최근 설립한 동아제약 신약연구소는 신약 물질설계와 합성, 약효 테스트 등의 전 과정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다. 이미 동아제약은 위염 치료제인 스티렌과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를 자체 개발하는 등 국내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난치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신약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아직까지 전문치료제가 없어 성장률이 높은 틈새시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환자는 1200만 명에 이르며 2050년경에는 환자 수가 현재의 3배에 가까운 36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널리 통용되는 알츠하이머 약물들은 모두 일시적 증상 완화에 그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9년 14조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은 신경계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메디프론과 손잡고 임상 1상 허가를 받는 등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현재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은 손상된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데 우수한 효능을 보이고 있으며 독성시험에서도 높은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최종 임상시험을 거쳐 2018년경 이 치료제를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최근 R&D를 크게 강화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등 글로벌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바이오 및 항암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11개 신약 가운데 5개의 임상시험을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3분기까지 거둔 매출액의 14%인 538억 원을 오로지 R&D에만 투입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크게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바이오 개량신약(바이오 베터)을 개발하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기술로,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을 보완해 최대 한 달간 약효가 유지되도록 한다. 한미약품은 이 기술을 이용해 당뇨병 치료제(LAPS-Exendin4)와 인성장호르몬(LAPS-hGH), 백혈구 감소증 치료제(LAPS-GCSF)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개발 초기단계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