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꾸벅꾸벅’ 쏟아지는 졸음 폭탄 ‘기면병’ 방심하면 사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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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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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면병 환자 50%,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증세 동반
매일 정해진 시간에 10~20분가량 낮잠은 증상 완화에 좋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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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는 열대야가 지속되면 밤잠을 설쳐 피로감이나 졸림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올여름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열대야 일수도 평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 이에 따라 올해도 예외 없이 많은 사람이 수면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수면 부족 중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졸음운전과 같은 2차 사고다. 대한수면의학회 조사결과 직장인 중 12%가 졸음 때문에 이 같은 사고를 경험했다. 낮 시간 과도한 졸음이 지속되거나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 단순 수면 부족이 아닌 ‘기면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질환이다.》
홍승봉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국내에만 아직 2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자신이 기면병에 걸린 사실조차 모르고 일상생활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면병을 단순 졸음으로 여기고 방치할 경우 삶의 질 저하 등 환자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것을 넘어 졸음으로 인한 2차 사고로 주변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낮에도 갑자기 쏟아지는 잠

기면병은 대부분 중고교 시절에 처음 경험한다. 밤은 물론이고 정신을 집중해서 공부나 일을 해야 하는 낮 시간에도 갑자기 저항할 수 없는 잠이 쏟아진다. 특히 중고교 시절 과다한 졸음으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학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


단순 수면 부족으로 인한 졸음은 10∼20분가량 낮잠을 자거나 스트레칭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기면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이다.

윤창호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식사 직후, 지루한 강의를 듣는 시간 등 일반적으로 쉽게 피로를 느끼는 상황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거나 편지를 쓸 때 혹은 운전할 때 등 깨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잠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면 기면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면병에 걸리면 탈력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근육의 힘이 짧은 시간에 갑자기 빠지는 증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릎에 힘이 갑자기 빠지거나, 연체동물처럼 몸이 풀어져 완전히 맥없이 주저앉거나 넘어지기도 한다.

기면병 환자의 50% 정도에서 탈력 발작 증세가 동반되며 발병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탈력 발작 자각 증세가 없어 기면병 진단 시점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수면검사로 진단

기면증 진단에는 밤잠을 검사하는 수면다원검사와 낮잠을 검사하는 반복적 수면잠복기 검사 방법이 동원된다. 정상인은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 단계로 바뀐 뒤 꿈을 꾸는 렘(REM) 수면기에 이를 때까지 보통 80∼90분 정도 걸리지만 기면병 환자는 잠이 들고 15분 이내에 렘 수면기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기면병은 △행동치료 △환경조절요법 △약물치료 등을 통해 그 증상을 조절하거나 호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행동 치료는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도록 기상과 취침시각을 일정하게 하거나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짧은 한두 번의 낮잠을 자두는 것이다.

또 기면병 환자는 교대근무를 피하고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이 증상 조절에 좋다. 충분한 운동도 기면병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된다. 기면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과 동료 등 주변사람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기면병이 질환의 일종임을 인정하고, 기면병 환자가 게으르거나 흥미가 저하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교사나 회사 경영주는 기면병 환자들이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약물치료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인 프로비질이 유일하다. 프로비질은 수면과 관련된 두뇌의 시상하부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12∼13시간 이상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안전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많이 처방되고 있다.

기존 기면병 치료에 쓰이는 암페타민 등 향정신성 의약품은 정신적, 신체적 의존성을 증가시키고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 하루에도 수차례 복용해야 하고 내성이 잘 생기는 데 비해 프로비질은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은 “기면병의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도 일부 관여하지만 환경적 요인과 수면습관도 관련돼 있다”며 “잠자고 깨는 시간이 불규칙한 경우, 수면시간을 갑자기 줄인 경우, 머리를 다친 경우, 감염성 질환을 앓고 난 뒤에도 기면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면병 환자의 경우 점심시간을 활용해 하루 10∼20분가량 낮잠을 자두는 것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커피 등 카페인 섭취도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기면병 5가지 주요 증세

①낮에 과도한 졸림=영화를 보거나 편지를 쓸 때 혹은 운전중에서도 잠에 빠져든다.

②탈력 발작=근육의 힘이 짧은 시간 동안 갑자기 빠진다.
환자의 50%정도에서 이런 증상이 생길 수 있다.

③수면마비=잠이 들거나 잠에서 깰 때 단시간 동안 근육의 힘이 없어진다.
가위눌림이라고 불린다.

④입면 환각=환자가 잠에 들 때 혹은 잠에서 깰 때 발생하는 생생한 꿈 같은 환각을 느낀다.

⑤야간 수면 장애=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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