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제역 백신 10%는 효과 없었다”

  • 동아일보

제프 해먼드 英 펄브라이트 구제역국제표준연구소장

올해 1월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게 접종한 구제역 예방백신 10개 중 1개는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프 해먼드 영국 펄브라이트연구소 구제역국제표준연구소(WRLFMD) 소장(사진)은 22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서 “한국의 구제역 바이러스의 항원 구조를 검사한 결과 지난겨울에 처방했던 백신 중 10%는 바이러스와 ‘매칭(항원-항체 반응이 성립하는 것)’되지 않았다”며 “구제역 바이러스는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될 때마다 기존에 개발된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펄브라이트 구제역국제표준연구소는 미국 농무부와 함께 세계적인 구제역 바이러스 판정 표준연구기관으로 꼽힌다.

해먼드 소장은 구제역 예방백신을 적절히 예측해 적용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항원 구조가 7가지나 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항원 구조에 맞는 항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구제역 백신은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며 “조류독감 같은 다른 바이러스 백신을 한 가지만 만들면 웬만한 유사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이지만 구제역 백신은 항원 구조가 다른 바이러스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먼드 소장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될 때마다 병원성을 규명해 기존에 개발된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제역 발생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올해 말에도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예방백신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축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농장을 방역하는 데도 신경을 더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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