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좇다 쪽박… 쾌락 좇다 나락… “도박은 病”

동아일보 입력 2010-09-20 03:00수정 2010-09-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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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신정환 통해 본 도박중독 《방송인 신정환의 필리핀 원정 도박 사건으로 연예가가 떠들썩하다. 신 씨는 2005년 11월 도박혐의로 기소돼 한동안 방송 출연 정지를 당했고 올해 7월엔 강원 정선 강원랜드에서 1억8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신 씨가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이 벌써 세 번째다. 신 씨처럼 한 번 도박에 빠져들면 자식도, 일도 생각나지 않는다. 자신을 망치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 왜 도박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일까.》

도박, 게임, 쇼핑 중독은 최근 들어 늘어난 일종의 현대병이다. 뇌가 충동 조절에 실패하면 점점 더 강한 쾌락을 탐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사진 제공 을지병원
○ 도박중독은 쾌락과 연관

도박은 한마디로 병이다. 2008년 한국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9.5%에 달했다. 성인 359만 명이 도박중독 증세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알코올이나 마약처럼 어떤 물질을 섭취해서 생기는 중독을 병으로 보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게임, 도박, 쇼핑처럼 특정 행위에 대한 중독이 크게 늘었다. 일종의 현대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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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모두 인간의 쾌락과 연관이 있다. 쾌락을 담당하는 뇌는 특정한 자극이 들어오면 쾌락 물질을 다량 분비한다. 이후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데 이 충동을 조절하는 회로에 문제가 발생한다. 회로 자체가 작동하지 않거나 도파민을 비롯한 신경 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다.

성격적인 요인도 있다. 지나치게 자극을 추구하는 탐닉형 성격이거나 평소 현실도피적인 사람들도 중독에 빠지기 쉽다.

자극 찾는 정신질환… 탐닉-현실도피 성격이 잘 빠져

○ 내성과 금단증상에 시달려

도박에 중독되는 과정을 보자. 재미삼아 가끔씩 도박을 시작한다. 흥분을 느낀다. 우연히 대박을 경험한다. 승리에 대한 환상에 빠져들고 베팅액을 자꾸 올린다. 바로 내성이 생긴 것이다. 같은 흥분을 얻기 위해 도박 시간이 점점 늘고 거는 돈의 액수가 차차 커진다.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마시는 술이 한 잔, 두 잔에서 한 병, 두 병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도박 사실을 주변에 숨기기 시작한다. 빚이 늘어나면서 가족들에게 무관심해진다. 도박을 그만두고 싶지만 머릿속에서 도박장이 떠나지 않는다.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다가 공황상태에 빠진다. 이는 금단증상이다.

도박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문제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가정과 직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도박을 끊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기도 한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도박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해 어디에도 집중할 수 없다.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손이 떨리고 안절부절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증상을 견디기 어려워 또 도박장을 찾는데 이제는 스스로 도박을 그만두기 힘들다. 신 씨도 현재 이런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의존증치료제 효과… ‘斷도박모임’ 참여해야

○ 도박중독 치료방법 획기적으로 발전

도박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의학의 발달로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데다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됐다.

특히 약물치료 분야는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항우울제가 도박중독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알코올의존증 치료 약물도 도박에 대한 욕구와 갈망을 현저히 줄여준다.

중독자들의 잘못된 믿음과 행동을 교정해 주는 인지행동치료도 큰 도움이 된다. 도박은 일종의 확률이다. 도박중독자들은 이 확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계산한다. 어제 잃었으니 오늘은 딸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고 나면 어제 땄으니 오늘도 딸 것이라고 다른 계산을 한다. 과거 크게 땄던 경험만 기억하고 그 쾌감을 잊지 못한다. 이를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교정한다. 조근호 을지병원 정신과 교수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단도박모임·가족치료가 중요

병원 치료 외에 꾸준히 단(斷)도박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1984년 시작된 한국단도박친목모임은 도박 때문에 현재 고통을 받고 있거나, 고통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려움을 나누는 자발적 모임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30개 이상의 모임이 있고 해외에도 지부를 두고 있다. 병원에서도 치료 중 반드시 단도박모임에 참가할 것을 권한다. 한국단도박모임은 인터넷 홈페이지(www.dandobak.co.kr)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중독예방치유센터(www.pgcc.go.kr)에서도 상담을 하고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들이 치료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가족들이 도박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매번 빚을 갚아주곤 하는데 이는 마약중독자에게 마약을 주는 것과 같다”며 “중독이 심해지기 전에 가족들이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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