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99.4% “COPD 몰라요”

  • 동아일보

만성흡연자에 많은 폐질환
“인지도 낮아 조기발견 구멍”

간단한 폐 검사로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환자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감기가 아닌데도 기침이 잦거나 가래가 많고, 10년 넘게 담배를 피웠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사진 제공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간단한 폐 검사로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환자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감기가 아닌데도 기침이 잦거나 가래가 많고, 10년 넘게 담배를 피웠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사진 제공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COPD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지난해 흡연자 791명을 대상으로 ‘COPD’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는 담배를 한 갑 이상씩 10년을 피웠거나, 반 갑 이상씩 20년을 피운 사람들이다. COPD는 담배를 10년 이상 피운 40대가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COPD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0.6%에 불과했다. COPD에 걸리기 쉬운 고위험군인데도 질병의 이름을 들은 사람은 100명 가운데 1명도 안 되는 것이다. 반면 폐암(42.5%)이나 폐결핵(24.9%), 기관지염(13.8%), 폐렴(13.4%)에 대해 들어 봤다고 한 사람은 많았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조사 대상자 791명의 절반이 넘는 501명(63.3%)이 COPD 의심증상을 보였는데도 당사자들은 그런 질병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이 때문에 많은 COPD 환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 후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COPD는 우리말로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불린다. 폐가 담배와 같은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염증이 생기면서 기관지가 좁아져 생기는 병이다. 대기오염이나 작업장의 나쁜 공기도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허파꽈리에 공기가 들어차 주머니가 커지는 폐기종, 만성기관지염이 혼합돼 나타나기도 한다. COPD 진료로 나간 건강보험 급여건수는 2004년 54만2561건에서 2007년 68만2357건으로 늘었다.

담배를 오래 피우면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기침이 나거나 가래가 끓는 경우가 많다. COPD의 초기 단계다. 증상이 심해지면 황사가 있는 날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워진다. 기관지가 일반인보다 더 좁아지면서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도 쉽다. 건강한 사람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도 COPD 환자의 경우 치명적인 폐렴으로 전이될 수 있다. COPD가 좀 더 진행되면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가쁘다. 동년배와 함께 걸을 때, 속도가 많이 처지고 숨이 차다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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