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존엄사, 호흡기 뗀다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세브란스, 연명치료 할머니 대법 판결따라 2주후쯤 중단 결정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대법원이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린 김모 씨(77·여)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씨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면 국내 최초의 ‘공식 존엄사’로 기록된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시기와 절차는 의료진과 보호자가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지만 대략 2주 후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은 22∼25일 사이를 원하고 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호흡기를 떼는 절차는 2주 후 주치의가 직접 진행할 예정이며 환자 및 가족의 입장을 고려해 비공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흡기를 떼어내면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므로 빠르면 20∼30분 후 사망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병원윤리위원회를 열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호흡기를 제거한다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는 보호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그 뜻을 배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윤리위원회는 손명세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내부 위원과 외부 자문위원 등 2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날 회의는 오전 8시경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박창일 원장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호흡기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김 씨의 경우 사망 임박 단계가 아니어서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3단계 존엄사 가이드라인에서 김 씨처럼 2단계에 해당되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대법원의 존엄사 허용 판결이 내려진 지난달 21일 3단계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단계는 회생이 불가능한 사망 임박 환자(뇌사 환자, 여러 부위 장기 손상 환자), 2단계는 김 씨처럼 인공호흡이 필요한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 환자, 3단계는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이기는 하지만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한 환자로 구분된다. 병원 측은 1단계 환자와 2단계 환자는 자기결정권, 가족 동의, 병원윤리위원회 심의 조건 등을 충족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씨의 상태는 존엄사 가이드라인 3단계 중 2단계인 인공호흡이 필요한 식물인간 상태에 속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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