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모르고 약 꿀꺽… 우리아기 괜찮을까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임신중 약물복용 어떻게

“임신 5주 넘어서까지 약을 복용했습니다. 아기가 괜찮을까요.”

산부인과에서 이런 걱정을 털어놓는 여성이 적지 않다. 평소 복용하던 약물을 임신인 줄 모르고 계속 복용한 여성은 임신 기간 내내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약물이 임신 기간에 위험한 것은 아니다.

임신인 줄 모르고 계속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한지, 임신·수유기에는 모든 약물을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일병원 ‘임신 중 약물클리닉(마더리스크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 임신인 줄 모르고 다이어트약을 복용했다면

시부트라민 성분의 다이어트약(리덕틸 등)을 임신 중 복용했을 때 위험한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단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임신 초기에 복용했다고 해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성분은 동물 연구에서 임신 중 복용했을 때 위험도가 낮다는 결과가 있다.

○ 수정 5일 전까지 여드름약을 복용했다면

여드름약 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은 강력한 기형유발물질이다. 자연유산, 소뇌증, 수두증, 두개골, 귀, 안면, 심장, 사지기형, 지능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여드름약 처방 시 반드시 임신 반응검사를 해서 임신이 아닐 경우에만 복용하게 돼 있다. 이소트레티노인은 3일 정도면 거의 체내에서 없어지므로 수정 5일 전까지 복용했다면 괜찮다. 물론 가장 안전한 것은 복용 후 1개월 동안은 임신하지 않는 것이다. 기형아를 낳을까 걱정된다면 정밀초음파를 통해서 거의 100% 진단할 수 있다.

○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을 때 마신 술이 걱정된다면

임신 초기에 약간의 알코올에 노출됐다고 해서 눈에 띄게 기형아 발생률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앞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임신 중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어느 정도 마셔야 태아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지는 정확히 알기 힘들다. 태아 기형 가능성을 높이는 알코올 섭취량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안전하려면 임신 중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임신 초기 기관형성기에 술을 마시면 태아에게 심장기형, 지능저하, 행동장애, 안면이상, 성장장애 등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 항우울증약 복용 중인데 임신하려면 끊어야 하나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이라도 산전관리를 잘 받는다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다. 임신했다고 항우울제를 끊는 것은 더 위험하다. 임신 중 우울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 우울증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약물은 대개 태아에게 안전하다.

○ 간질을 치료하려고 항경련제를 복용하는데 아기를 가져도 될까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무뇌아, 척추이분증, 심장기형, 인지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항경련제를 덜 위험한 카바마제핀 같은 단일 제제로 바꿔 복용하는 게 좋다. 임신 초기 4mg 이상의 고용량 엽산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항경련제를 복용했다면 임신 중 정밀초음파를 통해 무뇌아, 척추이분증 같은 신경관결손증을 진단해야 한다.

○ 수유기에 진통제를 복용해도 되나

소염진통제나 근육이완제는 수유아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수유기에는 약물 복용을 포기하거나, 수유를 중단하고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 약물 복용을 포기하면 통증이 만성화될 수 있다. 진통제 복용을 위해 수유를 잠시 중단하고 분유를 먹이다가 다시 모유 수유를 하려고 할 때 아기가 거부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 젖 말리는 약을 먹다가 다시 모유 수유를 하려고 한다면

젖을 말리기 위해 복용하는 브로모크립틴(약품명 팔로델) 제제는 유량을 감소시킬 뿐 젖의 성분을 변화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젖이 나오는 대로 바로 수유를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아직 브로모크립틴 복용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뇌중풍(뇌졸중)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며 젖 말리는 목적으로 브로모크립틴을 처방하지 못하도록 했다. 젖을 끊으려면 압박붕대, 스포츠브라 등으로 가볍게 압박해주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지 않으면 된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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