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분자구조 변화 1조분의 1초 단위로 포착

고려대-기초硏 분광장비 공동개발

몸속 단백질이나 유전자(DNA) 등 생체 분자의 변화 모습을 동영상처럼 구현할 수 있는 장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고려대 화학과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생체 분자의 구조와 변화를 1조분의 1초마다 관측할 수 있는 분광 장비를 공동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영국 과학저널인 ‘네이처’ 19일자에 소개될 예정이다.

조민행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기존 장비가 총알이 사과를 관통하는 장면을 찍는 일반 카메라라면 새 장비는 총알에 맞은 사과의 파편이 어떻게 흩어지는지 세세히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새 장비는 100조분의 1초를 측정할 수 있는 적외선 레이저를 생체 분자에 쪼인다. 여기서 얻은 신호는 극히 미약하기 때문에 잡음 신호를 걸러낸 뒤 증폭시킨다. 이 신호를 모아 분석하면 약 1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난 생체 분자의 구조나 변화를 알 수 있다.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이한주 고려대 화학과 다차원분광학연구단 연구원은 “기존 장비는 작은 신호를 처리하기 힘들어 생체 분자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깨끗한 신호를 골라 증폭하는 기술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승준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다차원분광학연구팀장은 “몸 안에서 의약품이 단백질이나 DNA와 결합하는 과정을 시시각각 관찰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