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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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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등 범죄자의 얼굴을 마스크로 가려 보여주면 대중은 오히려 막연한 공포감을 키울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심리학과 최준식 교수팀은 국내 대학생 32명을 대상으로 4가지의 다른 얼굴을 각각 2초 동안 보여주면서 그중 한 얼굴이 보일 때마다 손가락에 전기자극을 가했다. 이를 반복하자 실험참가자들은 전기자극을 받은 얼굴을 보기만 해도 긴장이나 공포감을 느꼈다.
최 교수는 “공포심리가 학습된다는 증거”라며 “도둑이나 강도, 성폭행범 등 범죄자의 얼굴을 본 사람이 나중에 닮은 사람만 봐도 무서워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살인사건 피의자에게 마스크를 씌워 보도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일반인들은 마스크 쓴 얼굴만 봐도 공포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마스크를 벗기면 그 피의자의 얼굴에 대해서만 공포심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 연구팀은 이번에는 4가지 얼굴에 파랑과 빨강, 노랑, 초록 등 각각 다른 색을 칠해 보여주면서 실험참가자들에게 무슨 색인지 답하게 했다. 그 결과 전기자극을 받았던 얼굴의 색을 맞힐 때는 응답 시간이 30ms(밀리초·1ms는 1000분의 1초)나 느렸다.
최 교수는 “뇌과학에선 큰 시간 차”라며 “공포를 느꼈던 얼굴에 자동적으로 실험참가자의 주의가 쏠려 색을 맞히는 반응이 느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포 자극에 주의가 집중되는 현상은 의식적으로 조절하기 어렵고, 심하면 다른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 무대공포증이 있으면 청중의 반응에 계속 주의가 쏠려 가슴이 뛰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비슷한 반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심리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이모션’ 2월호에 실렸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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