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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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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급 서비스와 시설, 유학파 의료진이 매력
泰정부 산업화 의지… 작년에만 150만명 유치
《태국 방콕의 사미띠웨이 스리나까린 병원에 들어서면 마치 공원을 찾은 듯하다. 병원 정원에 있는 축구장만 한 크기의 인공 호수에는 분수가 물줄기를 뿜어내고 1층 로비에는 곰 인형 분장을 한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다. 병원 특유의 알코올 냄새는 찾아볼 수가 없다. 사미띠웨이 병원은 방콕에서 특급호텔과 맞먹는 서비스와 시설, 해외 유학파 의료진을 갖추고 있다. 규모는 400병상이지만 모두 1인실로 돼 있다.》
코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에서 찾아온 박모(35) 씨는 “한국어를 하는 병원 통역사가 입원에서 수술까지 안내해 대기시간 없이 곧바로 상담한 뒤 수술 날짜를 잡았다”며 “코 성형수술 비용은 100만 원 정도로 한국보다 60%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규모 의료관광객 유치는 태국을 아시아의 메디컬 허브로 만들겠다는 태국 정부의 의료산업 육성 정책이 있기에 가능하다.
한국인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지만 다른 외국인의 경우 비자 발급에 애로점이 있는데 장기 요양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병원에서 직접 비자 기간 연장을 대행해 준다. 태국 정부는 병원 측에 항공료, 스파, 마사지를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 팔도록 유도한다.
둔 담롱삭 사미띠웨이 병원장은 “태국은 의료관광 수출 상품을 상무부에서 주관하고, 병원들은 영리법인으로 운영된다”면서 “의료관광 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13개 병원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병원 고급화를 위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어 통역사 대기=태국 의료서비스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비용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태국이 경쟁력이 있는 의료 분야는 성형외과, 안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등이 꼽힌다. 국제 의료비용을 비교해 보면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167), 일본(149), 싱가포르(105) 등에 비해 태국(66)이 훨씬 싸다. 특히 성형수술 비용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태국의 의료비용이 무조건 싼 것이 아니라 질환별로 차이가 있다.
이영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마케팅지원팀장은 “성형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암, 뇌 질환 등 중증질환은 의료 수준이 높지 않고 비용도 싸지 않다”며 “성형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제인증병원 여부, 부작용에 대한 피해 보상 등을 잘 알아보고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인증 병원도 4곳=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각국의 의료기술 수준을 조사한 ‘세계건강보고서(World Health Report)’에 따르면 태국은 47위로 한국(58위)보다 높다.
또 태국에는 국제 의료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국제의료평가위원회(JCI)’의 인증을 받은 병원이 사미띠웨이 병원 등 4곳에 이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병원이 많다. 국내에선 세브란스병원이 지난해 처음 JCI 인증을 받았다.
랏차네 포띠아나순또른 태국 상무부 수출진흥국장은 “태국의 국제인증병원들은 높은 기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유학파 의사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료관광전문 지엠투어 이재림 대표는 “의료비용과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아시아에서 태국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방콕=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한국엔 年 2만명 정도 다녀가… 걸음마 단계▼
유인-알선 금지법 걸림돌로
의료사고 통역 대책도 시급
2006년 12월에야 해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의료기관이 ‘민관 합동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 수준이 높은 데다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 중국 미국 동남아 등지로부터 성형, 미용, 안과, 치과 등의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2만여 명의 외국인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2006년에는 5090만 달러를 의료비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3년 개원한 경기 가평군 설악면 청심국제병원은 5년 동안 일본 산모만 800여 명을 유치했다. 자연분만과 산후조리 15박 16일에 300만∼700만 원을 받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병원 강흥림 국제협력팀장은 “일본은 산부인과가 많지 않고 해외에서도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점을 활용했다”며 “올해도 환자가 30%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척추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은 학술대회 등을 통해 홍보한 결과 카자흐스탄 등으로부터 지난해 751명의 환자를 유치했고, 이 중 98명이 척추수술을 받았다.
부산시는 200개 의료기관을 외국인 진료 가능 의료기관으로 선정하고 이들 의료기관에 통역자를 배치하는 등 ‘의료관광 허브도시’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로부터 온 성형 관광객을 겨냥해 미용관리 분야를 고급 호텔 안에 한데 모은 종합메디컬센터 건립도 한창이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은 환자 유인 및 알선을 금지하고 있어 해외 환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여행사나 해외 의료기관과 연계해 외국 병원으로부터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제의료수가 개발과 의료사고에 대응하는 표준지침이 시급하고 언어소통 문제, 외국인 보험사 업무 처리, 비자발급 지원 업무 등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주훈 경희대병원 고객만족팀장은 “외국인에게 어림잡아 국내 환자의 3배 정도의 수가를 받고 있는데 적당한 국제수가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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