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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9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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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와 KTF가 ‘화상통화’를 놓고 벌인 무리한 경쟁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 사이 LGT는 경쟁을 피하고 차분히 가입자를 늘려 실적 향상에도 성공한 것.
LGT는 28일을 기점으로 가입자 수 800만 명이 넘어섰다고 29일 밝혔다. 또 이날 올해 1~3월 실적발표에서 총 매출 1조1603억원, 서비스 매출 8223억원에 영업이익 899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761억원이었다.
LGT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에 비해 단말기 판매 등을 제외한 순수 통화료 수입인 서비스 매출액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해 2.8%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1%, 지난해 10~12월에 비해 무려 5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은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난 데가 마케팅비용을 전 분기에 비해 9.1% 줄였기 때문. 비슷한 시기 SKT와 KTF는 과도한 화상통화 경쟁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와 9.7% 감소했다.
이용자 수가 많지 않은 화상통화 마케팅에 경쟁업체들이 돈을 퍼 붓는 사이 LG텔레콤은 ‘블루 오션’을 찾아 나섰다. PC와 같은 환경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오즈’ 서비스가 그 것.
오즈는 시판 되자마자 인기를 끌기 시작해 전체 가입자 3명 중 한 명 꼴로 이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즈 가입자 10명 중 9명은 신규가입자가 아닌 SKT나 KTF에서 옮겨온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가입자 8만 명 중 7만2000명 이상이 오즈를 위해 SKT와 KTF를 버린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오즈 가입자 수 60만 명, 전체 가입자 수 1000만 명도 가능하다는 게 LG텔레콤 관계자의 설명이다.
LG텔레콤이 발표한 이날 실적은 조직 내부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남용 전 사장(현재 LG전자 부회장)은 스파르타식으로 조직을 재정비 하면서 가입자 늘리기를 밀어붙였다.
남 전 사장 시절 마련된 기초 토대 위에서 현 정일재 사장은 ‘스킨십’ 경영으로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정 사장은 틈이 날 때마다 직원들과 직접 만나 “우리는 몸이 가볍다”, “직원들이 구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성과가 날 때면 “다 여러분의 덕이다”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사내 게시판에 직접 올리고 있다.
800만 번째 가입자가 나타난 28일에도 “800만 번째 고객이 LGT에 가입하셨습니다. 영업현장부터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임직원들이 열정을 다해 노력해준 결과입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동아일보 기사 무료 모바일 서비스, 이번에 대박을 터뜨린 개방형 인터넷 서비스인 ‘오즈’ 등은 모두 이 같은 조직 분위기의 산물이라는 게 LGT 관계자들의 얘기.
LGT의 간부급 직원인 이모(37)씨는 “사장 보고에 그럴듯한 보고서만 들고 들어갔다가는 면박을 당하기 일쑤”라며 “CEO가 벤처 기업 수준의 빠른 변화와 내실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보고 위주의 업무처리에 익숙했던 직원들은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체질개선된 LGT가 ‘깜짝 실적’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하지만 김상돈 LGT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김 CFO는 “800만 가입자 달성을 계기로 향후 성장과 수익의 균형을 맞춰 나가겠다”며 “불필요한 소모전을 축소시키고 이용편의성과 꾸준한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 하겠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